사진 : 정일우-현빈-이민호 순 / 판타지오 제공
꽃재벌들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 순간은 과연 어떨까? 생각보다 그리 로맨틱하진 않다. 다만 그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가슴에 큐피트의 화살이 꽂힌다. '꽃남' 구준표가 그랬고 '시가'의 김주원 그리고 '꽃라면' 차치수까지. 여심을 설레게 하는 도련님들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각양각색이지만 나름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지난 14일 방송된 '꽃미남 라면가게(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표민수 연출 정정화 극본 윤난중 제작 오보이프로젝트)' 5회 장면 중 혼자 스파이크를 내리치던 양은비(이청아)를 한 켠에서 뭐에라도 홀린 듯 넋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차치수. 정일우의 모습에선 그 동안 철 없고 안하무인, 유아독존 '환웅' 차치수의 모습은 사라졌다.
이 장면은 자신을 향해 강력 스파이크를 날렸던 은비의 모습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자 가슴까지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치수가 은비를 찾아간 곳에서 허공에 강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는 은비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묘한 감정이 함께 허공을 치기 시작한 것. 이미 눈 앞에서 자신의 머리통을 향해 배구공을 날렸던 그 순간 차치수의 심장엔 '강은비 팔뚝'이라는 브레이크가 걸렸을 테지만 어제 차치수의 눈빛과 표정에선 앞으로 일어날 이들 사이의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감지 됐다. 드디어 불에 올려진 라면 물이 서서히 끓기 시작하고 있다.
차치수와 흡사한 또 다른 재벌 도련님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이민호)는 자신을 비롯한 F4의 왕국이던 학교에서 서민 가정 출신의 금잔디(구혜선)로부터 화려한 돌려차기를 당한 후 그 모습에 매료 된다. 거침 없는 구준표의 단 하나의 아킬레스건, 친누나를 연상시키는 그녀에게 필이 꽂혀 버린 것.
평소 둘도 없는 절친으로 알려진 정일우, 이민호가 각각 맡았던 차치수와 구준표는 전교생이 두려워하는 막강 재벌 2세, 갖출 것 다 갖춘 반반한 외모, 까칠한 매력 등 그들의 우정만큼이나 캐릭터 역시 많이 닮아 있어 눈길을 끌고 있기도 하다.
지난 겨울 많은 화제를 모으며 방송됐던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김주원 역의 현빈 역시 우연찮게 맞닥뜨린 길라임(하지원)의 스턴트 액션을 보고 마치 신세계라도 보고 있는 양 그 자리에서 얼어 붙었다. 원산지 불문명한 음식은 못 먹고 장인들의 손을 거친 옷만 입는 이 까탈스런 남자가 정체 불분명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이처럼 겉으론 뭐 하나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이 완벽한 꽃재벌들에게 사랑은 늘 완벽과는 거리가 멀고 예고도 없다. 상대는 항상 가난하지만 당차고 자신에게 막 대하는 여자들이고 먼저 목을 매는 것도 여자가 아니라 도련님들이다. 드라마 속 재벌2세들은 대부분 겉으론 까칠하고 도도하지만 과거 또는 내면에 어떠한 트라우마나 상처가 내재되어 있고 씩씩하고 정의로움에 불타는 여자주인공들은 그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며 그 틈을 파고든다. "나에게 너 같은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라는 대사가 가장 적합할 만한 상황과 타이밍이 사랑의 시작이며 신분, 계층적 차이에서 오는 난관과 시련은 자연히 따라 붙는 옵션이다. 다소 상투적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항상 꽃재벌들의 사랑은 하나의 '신드롬'을 낳으며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린다.
'꽃미남 라면가게'는 아직은 그 공식에 맞춰 갈지는 미지수다. 지난 5회 방송 말미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차치수가 은비 분식 알바생으로 들어가게 되는 과정들이 전파를 타면서 그들 사이엔 앞으로 '라면 가게'라는 특별한 매개제가 가로 놓일 예정. '촤~' 도련님 정일우와 무쇠 팔뚝 교생 이청아의 맛있는 라면 요리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차치수 신드롬’의 탄생될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글 더스타 / thesta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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