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악마를 보았다> 기자간담회 중 배우 이병헌 / 조선일보 일본어판 DB
이병헌. 그의 이름 앞에는 늘 ‘한류스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국내 뿐 아니라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미소 하나에 팬들의 마음이 흔들리고 그의 손짓 하나에 수 천, 수 만의 군중이 한자리에 모여 ‘뵨사마’를 외친다.
하지만 이병헌은 한류스타의 인기만으로 안주하는 것이 아닌 끊임없는 자기 단련과 연기 변신으로 변화를 시도하며 스타보다는 배우에 더욱 중심을 두고 있다.
이번 영화 <악마를 보았다>(감독 : 김지운, 12일 개봉)가 특히 그랬다.
낭자한 선혈과 비명, 지독한 복수의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드러나는 ‘수현’ 캐릭터의 악마성은 이병헌이라고 하면 늘 떠올리는 <아름다운 날들>의 민철과 <올인>의 인하, <아이리스> 속 김태희와의 '사탕키스' 처럼, 팬들이 원하는 로맨틱한 그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 : <악마를 보았다> 중 한 장면 / 페퍼민트 제공
이병헌은 이처럼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소모하기보다는 끊임없는 캐릭터 변신으로 ‘무한도전’ 중이다.
여타 스타들과는 달리 이병헌은 스타로서의 앞길을 생각하기보다는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그동안 쌓아온 연기내공을 마음껏 펼쳐냈다. 연기파 배우 최민식의 아우라에 버금가는 절제된 냉정함 속 광기는 극의 팽팽한 긴장선을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악마를 보았다>의 수현(이병헌 분)은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 앞에 모든 것을 걸고 복수를 감행하는 자의 뼛속까지 스며든 분노의 감정을 극 초반 그의 무표정을 보면 얼마만큼 섬뜩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복수의 목적 속에 또 다른 사람들이 희생당해가자 서서히 자아를 잃고 본능에 따라 움직이게 되어버린 수현. 극의 절정에 이를 즈음엔 복수의 의미마저 잃어 버린 채 무너진 자신의 깊은 내면 속에 악마의 본성이 있었다라는 것을 깨닭고 흘린 한방울의 눈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슬픔과 감탄을 동시에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사진 : (좌) 최민식, (우) 이병헌 / 조선일보 일본어판 DB
영화관을 나섰을 때 이병헌과 최민식 두 배우의 연기가 온통 머리속을 휘젓고 다닌다는 평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극을 본 관객들 또한 이병헌의 연기에 대해 “잔인하게 복수를 위한 폭력을 가하는 장면에도 슬픈 눈을 한 이병헌의 연기는 굉장했다.”, “이병헌의 상실감이 깃든 눈빛과 표정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악마성을 천천히 분출하는 절제미를 완성시켰다”, “절제된 차가운 연기와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속 마지막 오열씬은 눈물이 절로 났다.”등의 호평이 이어졌다.
이는 스타 배우라는 특성상 '대중성'을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서 이 작품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이 어느 정도는 통했다는 얘기다.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는 배우, 남들이 원하는 길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길을 만들어가는 그의 우직한 필모그래피를 보면 수년 후의 모습이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악마를 보았다>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 이병헌'이다.
사진 : <악마를 보았다> 포스터
글 성진희 PD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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