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김우빈 더스타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이은주 인턴기자,star5425@chosun.com
김우빈이 춤을 추다니. <스물>을 봤을 때도 놀랐지만 '런닝맨'을 보고서도 다시 한 번 놀랐다. 지난해 12월 영화 <기술자들>의 개봉 직후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굉장히 진지했다. 거듭 감사를 전하던 '감사 전도사'같은 모습이었다. 한 번 더 생각해봐도 확실히 <스물> 이후 김우빈은 달라졌다.
영화 <스물>(감독 이병헌)에서 김우빈은 반항아의 옷을 제대로 벗었다. '학교 2013', '상속자들', 영화 <친구2>까지 대중들에게 깊이 각인된 김우빈의 모습은 반항아였다. 전작에서 강한 캐릭터 속에 쌓여있었던 것과 달리 <스물> 속 '치호'는 생활 밀착형 대사의 벌거벗은 것 같은 캐릭터다. 변화에 대한 불안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거다.
"제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것에 부담감이 있었던 게 아니라, 보시는 분들이 낯선 제 모습에 부담스러울까 봐 걱정이 됐어요. 제 나름대로 치호를 만들고 상상했다고 해도 그게 전달이 안되면 제가 숙제를 못 푼 거잖아요.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 새로운 모습을 반겨주시는 것 같아 너무너무 감사하고요."
<스물> 속 김우빈은 여자만 밝히는 잉여백수 '치호' 역을 맡았다. 스무 살 어딘가에 있을 법한(?) 남자다. 대사 역시 강하다. 고등학교 동창인 남자들끼리 모여서 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니, 정말 거침이 없다. 심지어 '동우'(이준호)와 '경재'(강하늘)가 목격하는 가운데 치호가 여자 꼬시는 법을 선보일 때 그는 "너 엉덩이에 XX 비비고 싶어"라는 강력한 대사로 극 중에서뿐만 아니라 관객들까지 '멘붕'(정신적 충격)에 빠트린다.
"그게 저의 <스물> 첫 촬영이자 첫 씬이었어요. 저는 <기술자들> 때문에 촬영 시작 한 달 뒤에 합류했거든요. 첫 촬영이다 보니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많은 걸 준비해가서 다 했어요. 감독님께서 골라 쓰시라고요. 정말 여러 버전을 준비해갔죠. 아무리 연습을 해도 답에 가까운 걸 못 찾겠는 거예요. 일단 최대한 추리고 추려서 가긴 했는데, 평소에 누가 이런 말을 해요. 이런 말 하는 사람 진짜 없지. 감독님도 안 해보셨을 거예요."
여자만 밝히는 모습이 '치호'의 일부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스물>에서 '치호'는 사랑을 한다. '학교 2013'에서도 이종석과 브로맨스를 보여줬고, '상속자들'에서도 이민호와 '상속자 둘에게 생긴 일'이라는 패러디물이 생길 만큼 김우빈은 유독 작품 속에서 남남 케미를 자랑했다. 하지만 <스물>에서는 다르다. 러브라인 언급에 김우빈은 "그동안 못다 한"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스무 살' 치호의 사랑은 사고로 시작된 순간부터 은혜의 사진이 걸린 버스정류장 전광판에 크게 그린 점까지, 관객들의 뇌리에 마침표 같이 강렬히 박힌다.
"촬영 때 정말 추웠어요. 다들 패딩 입고도 웅크리고 있는 날씨에 전 반소매를 입고 촬영 했거든요. 버스 운행이 종료된 시간이라 갑자기 전광판이 다 꺼져서, 조명팀이 일일이 다 뜯고 조명을 설치해서 만든 장면이에요. 추운 것 플러스 복잡한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잘 살고 있구나, 다행이다'라는 마음도 들었고 '진짜 그 선택을 했네?'하는 안타까움도 있었고. 한 편으로는 조금 보고 싶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치호를 사랑에 빠지게 한 은혜는 굳이 한 단어로 함축하자면 나쁜 여자였지만 현실 속 김우빈은 사실 나쁜 여자에 끌리는 편은 아니다. "유형을 정해놓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마냥, 늘, 피해갈 수 없는 이상형에 대한 질문에서 웃는 게 예쁜 여자가 좋다라고 하긴 하는데, 진짜 좋아해요. 웃는 모습이 예쁜 여자.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바뀌는 것 같긴 해요"라고 이상형 질문에 답하는 그다.
전작과는 다른 여러 모습을 보여줬지만, 김우빈은 <스물>에서 가장 와 닿았던 대사로 자신이 아닌 '경재'의 말을 꼽았다. "'스무 살이 좋을 때다, 좋을 때라는데 피부가 좋은 건지 뭐가 좋은 건지 모르겠어'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 대사가 많이 기억이 나요. 그 또래 친구들이 들으면 '맞아'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요. 뭔지 모르겠지만, 그 시기가 지나야만 아는 그런 대사인 것 같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말인 것 같아요."
그럼 스물 일곱 김우빈의 지금은 어떤 때일까? "서른을 앞두는? 20대 후반의 느낌이고요. 학생들에겐 약간 삼촌이라고 불려도 어색하지 않은. 제가 학창시절에 27살이라고 하면 진짜 나이 차이 크게 느껴졌거든요. 제가 그 나이가 됐으니 낯설기도 하고 나이가 든 느낌인데 또 막상 동갑내기인 분들 만나면 27살이 어른스러운 나이인가 싶기도 하고요."
<스물>의 관객이 '내 친구 중에 치호같은 애 있다'라는 평을 내놓은 것을 보면 김우빈은 배우로서 전작과는 조금 달랐던 이번 숙제도 잘해낸 것 같다. 현장에서 김우빈은 치호처럼 살았다. 최근 '런닝맨'에서 춤을 추고 노래도 부른 모습은 김우빈이라기보다 치호로 해냈다고 말한다.
"지금도 약간 치호같은 느낌이에요. 내려놓기도 내려놨고. 아직 예능 프로그램에서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어요, 멈칫하고. 그런데 작품을 통해서 망가지는 건 전혀 두려움이 없어요. 어쨌든 그 인물로 얘기하는 거니까요. <스물>과 관련된 일정을 하다 보니 계속 그 이야기를 하고 그때로 자꾸 돌아가서 그때 기운이 다시 막 오는 것 같아요. 그땐 그렇게 지냈거든요. 치호처럼. 더 까불고, 스스럼없이 막, 멘트 날리고."
<스물> 속 치호도 성장을 한다. 그리고 김우빈도 다양한 모습 속에서 성장을 하고 있다. 김우빈의 변화 만큼 대중들의 관심도 달라졌다. 대중들은 김우빈에게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부터 상처받은 남자의 복잡한 드라마, 사극에 이르기까지 훨씬 스펙트럼 넓은 모습을 원한다. 그런 관심에 김우빈은 감사하다. 그만큼 최대한 심사숙고해서 고르겠다는 그의 차기작이 이제는 한 발 먼저 기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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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화 <스물>과 김우빈의 HD 인터뷰와 기사를 보시고 애정 가득한 후기를 더스타 사이트 기사 하단 댓글로 남겨주신 분들 가운데 단 한 분께 김우빈의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드립니다. 기간 4월 8일부터 14일까지.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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