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포토그래퍼 홍주표 / 크레딧라인스튜디오 creditline.co.kr
극중 시한부 연기... 삶의 소중함 느껴
'쌍화점'으로 만난 조인성, '넌 앞으로 바빠질거야'
훨칠한 키와 이목구미, 수줍게 웃는 미소를 지닌 현대판 '테리우스 왕자님'이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록그룹 '트랙스'(TRAX)의 멋진 드러머로 양 손에 힘껏 스틱을 쥐며 무대를 종횡무진했던 노민우이다.
스틱 대신 대본을 손에 쥔 노민우의 첫 연기 성공작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동주선생'은 그를 세상에 알리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극중 '구미호' 신민아의 든든한 조력자였던 그는 현재 방영중인 SBS 월화드라마 <마이더스>의 시한부 재벌 2세 유명준의 삶을 살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노민우는 유쾌하면서도 진지했다. 일상사에 비친 그는 매우 '소년'(少年) 이었다. 반대로 작품이야기를 꺼내는 그 순간엔 한없이 무게감이 느껴졌다.
다이어트를 한 것도 아닌데 체중도 9킬로그램이나 빠졌다는 그는 캐릭터에 몰두한 탓인지 몸이 점점 야위어 간다고 했다. 시한부 연기로 그의 생활 또한 많이 바뀌었단다. “요즘들어 생명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어요. 전엔 집에서 키우던 로즈마리가 잘 자라고 있는 지 신경도 안썼는데 요즘엔 무척 신경이 쓰이더라구요(웃음)"
노민우가 연기하는 유명준은 드라마 첫회부터 다섯 여자와 함께 누워있는 베드신으로 화제가 됐다. 돈 많고 철없는 바람둥이 역할로 낙인 찍혔던 그였지만, 정연(이민정 분)을 만나는 순간 순정파로 변하는 양면성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노민우는 "그저 나쁜남자로만 치부되는 평범한 바람둥이 역할이 아니어서 캐릭터에 더 정이 가는 게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영화 <쌍화점>(2008)에서 송중기와 호위무사역으로 출연했었던 노민우를 재목(材木)으로 알아본 건 바로 조인성이다. "함께 출연할 당시, 조인성 선배는 제게 의미심장한 조언을 해줬어요. '앞으로 바빠질거야. 그렇게 되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수도 있으니 그 점 꼭 유념하길 바래'"
노민우의 또 다른 매력을 엿 볼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그의 혈액형. 그룹 활동 당시 장난 삼아 팬들에게 혈액형을 매번 다르게 말했다던 그는 “앞으로도 혈액형을 알려주지 않을까봐요”라며 특유의 장난끼 어린 멘트를 치기도 했다.
그는 또, 작품에 들어갈 때면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조차 만남을 꺼려한단다. 그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게 됐다는 노민우는 독서와 영화감상을 하다가도 문득 좋은 영감들이 떠오르면 바로 그림을 그렸다. "공상을 많이 하는 편인데... 어느 덧 그리다보니 전시회를 열 정도에요, 후훗!"
노민우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말끔하고 곱상한 연기보단 정반대의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코믹한 역할을 맡게 된다면 우스꽝스러운 모습 또한 제대로 보여줄 거라고 자신했다.
“머리 속에 항상 ‘흑과 백’을 떠올려요. 가장 강렬하면서도 감성적인 매력이 공존하는 그런 배우요”
글 글 : 장은경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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