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호칭이 만든 공감대…직급 하나로 캐릭터와 서사를 각인
직관성·공감·반전까지…웹툰 시대가 만든 새로운 타이틀 공식
사진: KBS, JTBC, SBS 제공
시청자에게 PICK되는 드라마에는 이유가 있다. [픽드유]는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드라마 콘텐츠를 재조명하는 시리즈입니다.
최근 안방극장에서는 '성(姓)+직급'을 제목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이 하나의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때 은유적이거나 시적인 제목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직장에서 흔히 접하는 익숙한 호칭이 작품의 얼굴이 되고 있다. 그 시작이 된 것은 2017년 방영한 KBS 2TV 드라마 '김과장'이다.
'김과장'은 돈에 대한 천부적인 촉을 가진 '삥땅 전문 경리과장' 김성룡이 더 큰 한탕을 위해 TQ그룹에 필사적으로 입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정과 불합리와 싸우며, 무너져가는 회사를 살리는 오피스 코미디 드라마. 통쾌한 오피스 활극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신입사원 강회장', 그리고 '김부장'까지 직급을 활용한 제목의 작품이 잇따라 등장하며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결혼의 완성' 제작발표회에서 '김과장'으로 활약했던 남궁민이 '김부장'과 경쟁을 펼치게 된 것에 대해 "'김부장'이라는 제목이 '김과장' 보다 한 수 위인 느낌"이라며 농담을 꺼낸것 역시 이러한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진: JTBC 제공
◆ 일상적 호칭이 주는 강력한 '밀착형 공감대'와 원톱 서사
이처럼 성과 직급을 활용한 제목은 단순하게 보이지만, 치밀한 전략이 담겨있다. 익숙한 호칭만으로 인물의 정체성과 서사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물론, 짧은 제목만으로도 작품의 콘셉트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
'김 부장', '강 회장' 등 호칭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현실의 언어다. 시청자는 제목만 보고도 인물의 사회적 위치와 직장 생활이 어떨 것이고, 또 작품의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짐작하게 된다. '내 주변에도 있을 법한 사람'이라는 현실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것. 특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이름과 직급은 물론 직장인의 현실적인 고민까지 제목에 담아내며 '설명형 제목'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또 제목에 특정 인물의 성과 직급을 전면에 내세우며, 작품의 중심이 누구인지도 명확하게 각인시킨다. 복잡한 세계관보다 한 인물의 활약과 성장에 집중하는 원톱 서사의 성격을 제목만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사진: SBS, JTBC 제공
◆ 직급 하나가 세계관이 된다…반전까지 품은 네이밍
'과장', '부장', '회장'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직함이 아니다. 조직에서의 위치와 역할, 책임, 나이대는 물론 사회적 이미지까지 함축하고 있다. 이는 웹툰·웹소설 원작 콘텐츠가 강세를 보이는 최근 시장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수많은 작품 가운데 단 몇 초 만에 이용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시대, 제목만으로 장르와 설정을 즉각 이해시키는 직관성은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또한, 평범한 직급을 가진 인물을 뒤집는 설정은 제목만으로도 강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평범한 직장인의 얼굴 뒤에 비범한 서사를 숨기고 있다는 점이다. 경리과의 '김 과장'은 비리를 파헤치는 해결사로 활약하고, 평범한 가장이고 싶었던 '김 부장'은 숨겨진 능력을 지닌 인물로서 활약한다. 여기에 '신입사원 강회장'은 회장의 기억과 경험을 가진 존재로 등장, 익숙한 호칭과 예상 밖의 설정이 만나 제목 자체가 작품의 콘셉트를 압축하는 장치로 기능하게 된다.
사진: KBS 제공
◆ 캐릭터 IP 시대, 제목도 사람을 판다
과거 드라마 제목이 작품의 분위기와 메시지를 담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주인공 자체를 브랜드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김과장', '김부장', '강회장'이라는 제목은 작품보다 먼저 캐릭터를 각인시킨다. 이름과 직급만으로도 "어떤 인물일까"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며 하나의 IP로 기능하는 것이다.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제목은 단순한 이름이 아닌 첫 번째 마케팅 수단이 된다. 특히 웹툰과 웹소설에서 검증된 설명형·캐릭터형 제목이 드라마로까지 확장되면서 '성+직급' 네이밍은 가장 효율적인 브랜딩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남궁민의 농담처럼 이제 '과장'에서 '부장', 나아가 '회장'까지 이어지는 직급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 하나의 흥행 키워드가 됐다. 익숙한 이름과 직급만으로도 작품의 정체성과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성+직급' 네이밍은 앞으로도 안방극장의 새로운 공식으로 다양한 변주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제목이 작품의 분위기를 설명했다면, 이제는 제목 하나가 캐릭터를 만들고 세계관을 설명하는 시대다. '김과장'이 연 '성+직급' 네이밍은 안방극장의 새로운 흥행 문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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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에디터 하나영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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