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터뷰] 지수 "연기할수록 고민 많아져…십오 년쯤 후에는 편해질까요?"
기사입력 : 2020.10.25 오전 8:00
지수 인터뷰 / 사진: 키이스트 제공

지수 인터뷰 / 사진: 키이스트 제공


지수가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통해 보여준 적 없던 매력을 선보였다. 애틋하다 못해 애닳는 사랑의 중심에 선 캐릭터를 연기하며 절절한 감정선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 극 중 그가 연기한 '서환' 역은 서진(하석진)의 동생이자 '형의 여자' 오예지(임수향)을 짝사랑하는 인물이다. 학생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오로지 예지의 행복만을 바라는 일편단심 사랑꾼으로 활약했다.

Q. 촬영하는 내내 감정선을 잡기 힘들었을 것 같다.

초반부에는 그래도 좀 힐링 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자연들도 보고, 양평 날씨도 좋았어요. 자전거 타고, 기분 좋은 때가 많았는데 이제 성인이 되고,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그때부터는 계속 좀 심적으로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입은 대본을 보면서 그냥 인물 계속 이해하려고 했었고, 그리고 어찌 됐건 촬영을 하면서 환이한테 좀 스며든 것 같아요. 조금씩이나마 털어내려고 했어요. 어떤 때는 유지를 해야만 (이입이) 잘 될 때고, 어떤 때는 여유 있게 하면서 할 때 이입이 잘됐어요. 워낙 현장에서 힘든 것들이 많아서 그 외에는 조금 더 비워내려고 했던 것 같아요.

Q. 환이가 사랑을 이루지는 못했다. 엔딩은 어떻게 봤나.

저는 만족해요. 어떤 결말을 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차라리 열려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저는 원래 열린 결말을 좋아하거든요. 결말은 사실 배우들조차도 항상 작가님한테 여쭤봤었는데, 항상 달라지 셨어요. 만약에 시간이 지나서 다시 만난다는 상상도 많이 해봤어요. 근데 환이는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을 만날 것 같아요. 마지막에 발리에서 호텔을 맡았다고 하는데, 거기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Q. 마지막에 예지가 서환에게 마음을 고백했다. 오랜 시간 환이에 녹아들면서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그때는 색달랐어요. 어찌 됐건 가질 순 없지만 마음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사실 환이는 어느 정도는 충족을 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마음이라도 얻어봤으니 미련이 조금은 해소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보통 같으면 키스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그런 생각이 들긴 했어요. 작품이라 표현의 수치가 있고, 이 정도의 표현도 적합했다고 봐요.

Q. 극 초반 학생 역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 갭을 살리는 데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가장 큰 부분이 시각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감독님이 '어른 때는 내면의 단단함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어릴 때는 순수했다면 어른이 되면 확고한 생각들로 가득한 그런 걸 보여주면 좋겠다고 하셨죠. 그래서 그런 걸 보여주려고 했다. (환이가 가진) 어떤 마음가짐을 저도 가지려고 했어요.

Q. 서환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묵묵히 응원해주는 타입이다.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이상형이 있다면?

확실한 건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요. 보통은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더 좋다고 할 수도 있는데,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더 좋거든요. 그게 뭐 커리어 우먼이냐 그런 건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이상형은 때때로 바뀌는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봤을 때 자기 일하는 사람이 더 멋진 것 같아요.

Q. 데뷔작 '앵그리맘'부터 '내가예'까지 돌아보면 얼마나 성장한 것 같나.

당연히 그때보다는 자연스럽게 계속 경험들이 쌓이는 것 같아요. 그게 얼마나 드러날지는 모르겠지만 경험이 계속 쌓이면서 익숙해지는 것들이 있어요. 갈수록 어려워져서 되려 초반 때는 딱히 어떤 고민도 없이 했던 것 같아요. 갈수록 고민이 많아지고, 어렵기도 해요. 이렇게 하다 보면 '나도 한 십오 년 후쯤에는 여유가 생기려나' 싶기도 해요. 그때쯤이면 여유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트레스받지 않고. 그러려면 엄청난 숙련치가 쌓여야겠죠.

Q. 빠르게 주연배우로 성장했다. 부담감이 크지는 않았나.

뿌듯하다기보다는 책임감이 커지기도 하고, 어쨌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크고, 배우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에요. 한 작품에서 메인 롤을 맡아서 연기한다는 건 더없이 좋은 일이고, 그만큼 더 잘하기만 하면 더더 좋겠어요.

Q.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감은 어떤가. 원동력이 있다면.

제가 약간 오바하는 걸 수도 있는데, 배우라는 직업이 크게 확장해서 이야기하면 어쨌든 많은 걸 누려볼 수 있는 한 삶을 살아볼 수 있어요. 일을 하면서 동시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한 삶을 누리기에 축복받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을 만나고, 여러 인물을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은 직업인 것 같아요.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천재성 있는 인물을 해보고 싶어요. 어느 분야에서든 되게 그런 캐릭터들이 매력이 있더라고요. 굿윌헌팅 보면 수학 천재로 나오잖아요. 저도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Q. 배우로서 가장 듣기 좋은 칭찬이 있나.

연기 잘한다는 말이 가장 좋아요. 또, '이 작품 너무 좋았어요'처럼 진심이 느껴지는 그런 말들이 있잖아요. '나도 저런 작품의 일원이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드는 작품에 함께 하면서 듣는 말이면 뿌듯할 것 같아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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