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향 인터뷰 / 사진: FN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은 '이게 너무 예지의 이기적인 선택이 아니냐. 환이는 뭐가 되냐' 그러시는데, 예지가 그런 말을 했었잖아요. '너한테 아버지, 엄마, 형을 뺏을 수 없어'라고요. 예지는 식구가 없는 아픔을 아니까. 생각해보면 예지 엄마도 도망가서 살라고 했는데 환이를 위해서 그럴 수가 없었던 거죠. 사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스토리를 깔고 가서 그렇게 산들 그 사람이 나중에도 과연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이루지지않고 가슴 속에서 품고 있는 사랑이라 더 애틋해지는 사랑을 한 거죠. 서로 행복을 바라고 위해줄 수 있는, 어떻게 사랑을 해야 하고 사랑을 줘야 하는지에 대해서 가르쳐준 그런 사랑이 존재했다는 것만으로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에 예지가 서환에게 마음을 고백하는데, 이 순간에도 절대 키스는 하지 않았다. 아쉬움은 없었나.
제가 감독님께 '이건 최초 아니냐'고 했어요. 남녀 주인공이 키스 한 번 못 해보고 헤어지는 게 처음이었어요. 감독님이나 작가님은 안 하셨으면 하셨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처음 받은 대본에는 키스부터 하고 시작했어요. 키스를 먼저 하고, 예지가 '너 내가 우습니?'한 다음에 환이가 자전거 타는 (학생시절) 신으로 가는 거였어요. 제주에서도 키스를 하냐 마냐 진이 상상 속에서 하냐 마냐 했는데, 결국 선택은 스킨십이 없었죠. 만지지 못해도 아름답게 끝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다 보면 진짜 하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예지랑 환이의 절절하고 그런 눈빛으로 하다 보면요. 지수가 약간 (입맞춤을) 할 것처럼 하다가 옆으로 스치는 신도 그런 걸 노린 것 같아요. 반대로 생각을 해보면 안 했기 때문에 텐신이 있었어요. 석진 오빠와는 키스신도 많고 해서 부부 같은 마음이 있었고, 환이와는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게 있으니 텐션이 살더라고요. 참는 텐션이 있어서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저도 그게 섹시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텐션이 너무 좋았어요.
엄마가 저를 너무 걱정하셨어요. 주위 사람들이 보는 사람도 너의 감정 때문에 힘든데, 너는 진짜 힘들겠다 그런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저도 이 정도로 감정 소모가 심한 건 처음이었어요. 다양한 역할을 했었어도 이 정도로 감정이 심한 경우가 쉽지 않아요. 그런 드라마나 캐릭터도 잘 없는 거 같아요. 그래도 억지로 감정을 끌어 올리려는 노력은 안 한 것 같아요. 예지의 인생이 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제가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어요. 내가 '억지로 눈물을 내야지' 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다슬기 잡는 신할 때 물이 너무 차가워서 감정이 쏙 들어가더라고요. 그때 말고는 오히려 눈물을 자제한다고 힘들었던 거 같아요. 16부에는 눈물을 많이 참으려고 했었고, 배우들이 다 대본에 적힌 것보다 많이 울었어요. 감독님도 우시면서 찍으셨어요.
Q. 작품에 앞서 준비를 많이 했다고 했다.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일단은 연기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어요. 제가 스무 살 때 배웠었던 연기 선생님을 찾아가서 연기 수업을 받았어요. 이번 작품에서 제대로 잘 준비하고 싶었거든요. 이전에는 혼자 했다면 이번에는 선생님한테 도움을 얻고 대본 분석도 하고, 전문가가 보는 감정의 선이 또 다를 수 있고, (선생님이) 결혼하고 자식도 있고 그런 분이라 저보다는 많이 사셨으니까 도움을 많이 얻었죠. 그렇게 하면서 부족한 점을 많이 덜었고, 발성이나 감정선을 잡는 것부터 다시 기본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에너지를 더 쏟고 싶은 신이 있었는데 내 체력과 성량이 안 나오는 부분들이 있어서 스스로 트레이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쉬는 날마다 선생님을 졸랐어요. 고생을 많이 해주셨죠. 도움이 굉장히 많이 됐어요. 저는 대본 리딩한 걸 녹음해서 항상 들었어요. 제가 연기할 때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일 년에 한 작품씩 하고 있다 보니 보시는 분들이 질리실 수도 있어요. '오예지'가 '단사랑'과 비슷한 부분도 있고, 연기하다가 습관과 매뉴얼들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이걸 저희끼리 '쪼'라고 하는데, 그것들을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찾으면서 없애려는 작업이 연차가 되면서 더 필요해진 것 같아요.
예지는 인물을 대하는 온도가 다 달라요. 환이 같은 경우에는 가까이 가고 싶지만 제 스스로 선을 그어놨어요. 나도 모르게 넘어가려고 할 때 정신을 차리는 느낌으로요. 소울이 통하고 영혼이 같으니까 같이 있으면 진짜 편하고 말하지 않아도 이 친구를 아는 그런 무드가 있는 와중에 경계하는 걸 표현하고 싶었고, 진이 같은 경우는 부부 느낌이 나길 바랐어요. 서로 호기심과 아슬아슬함. 정말 남자와 여자와의 느낌으로요. 환이와는 플라토닉한 게 있다면 진이와는 섹시한 텐션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캐리 앞에서는 우아하고 싶고, 고상하고 싶었어요. 싸워도 차분한 말투로 소리 지르지 않고, 예지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와 무게로 누르고 싶은 느낌, '나는 너와 다르다'는 걸 은연중에 표출하는 예지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예지는 항상 캐리 앞에서 당당해요. 그럴 수 있는 이유가 가족 덕이죠. 아무튼 '내 남편이니까 떳떳하다' 거기서 오는 승리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심리적 상처가 있었겠지만, 엄마랑은 처음에 모진 말을 하고 그러는데,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모성애를) 느끼고 있는 마음이 있다. '엄마 보고 싶지 않아'라고 하면서도 찾아가는 건 다 예지가 해요. 그런 식으로 천륜은 끊을 수 없는 그런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고, 예지가 이혼하고 싶어서 '엄마, 난 엄마랑 살면 안 되겠지'라고 했을 때 속마음이 비로소 나온 것 같아요. 엄마라는 가족이 있다는 것 자체로 약간 위안이 되는 그런 존재였던 것 같아요.
제 입장에서는 석진 오빠가 그렇게 의지가 많이 됐어요. 혼자 촬영할 때보다 누가 있으면 좋았어요. 감정을 같이 쌓아가고 서로 많이 노력을 하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누구보다 마음을 잘 이해해줬어요. 석진 오빠는 선배고 오빠고, 현장에서 잘하셔서 제가 많이 의지를 했어요. 오빠가 휠체어 타고 나타났을 때부터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 보였어요. 신체적인 장애가 있거나 아픔이 있는 연기를 하다 보면 배우도 스스로 그렇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 몰입해서 너무 힘들어 보여 걱정을 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오빠가) 정말 진지하게 작품에 임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푸쉬 받았던 것 같아요.
지수 같은 경우에는, 저는 지수가 멋있게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매력이 어마어마한 친구에요. 아이 같은 얼굴도 있고, 섹시함도 있고 다 가지고 있죠. 선과 악이 다 있는 친구예요. 이 친구의 가진 모습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멜로 드라마에서는 남주가 멋있어야 성공을 한다고 생각해서 제가 느낀 바를 많이 얘기해줬어요. '환이 앓이' 하는 분들이 많아서 너무 좋았고, 환이 같은 경우는 동생이고 장난도 많이 치고 하니까 더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옆에서 힘을 주는 친구였죠.
연기할 때 내 모습을 보이면서 '캐릭터를 임수향화'시키느냐, '나를 캐릭터화 시키느냐'가 있어요. 저는 저를 캐릭터에 맞추는 편이에요. 그래서 작품 할 때마다 톤도 바꾸고, 화장법은 물론이고, 걸음걸이도 바꿔요. 제가 (연기)하는 거기 때문에 비슷한 부분도 있겠지만, 처음 캐릭터를 받을 때 이런 것 때문에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런데 하다 보면 약간 그 캐릭터화가 되어 있어서, 작품에 따라 평소의 저도 바뀌는 것 같아요.
시즌이 있는 것 같아요. 인물의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닌데, '신기생뎐' 할 때는 일 년이나 '단사랑'에게서 못 벗어났었는데, 지금은 노하우가 생겨서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행동이나 말투 같은, 옷 입는 거나 그런 것들이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작품을 하면서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어요. 그게 지금이라는 걸 알게 해준 작품이에요. 현재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해줬어요. 스스로 과거에 살고 있지 않았나 싶었어요. 예뻤던 과거, 어찌 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내 현재를 너무 무시하고 살고 있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난 지금이 제일 예쁜데, 그 생각을 하게 해준 작품이에요. '내가 가장 예뻤을 때'라는 걸 알게 해줘서 참 고마워요. '강남미인' 할 때 느꼈던 자존감과 내면의 아름다움 같은 걸 느꼈는데, '내가예'는 '강남미인' 다음으로 뭔가를 생각하는 작품이에요. 사랑하는 법에 대해서 알게 됐던 것 같아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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