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김준수 / 사진: 오디컴퍼니 제공
400년을 초월한 사랑에 처참히 빠져든 드라큘라. 우리가 알고 있던 잔혹한 뱀파이어의 모습 속에는 사랑이 고픈 한 남자의 모습이 있었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의 영주 드라큘라가 새 삶을 위해 영국 이주를 준비하며 시작한다. 그의 이주를 돕기 위해 드라큘라의 성에 도착한 변호사 조나단 하커는 약혼자 미나 머레이와 함께 드라큘라를 만나고, 드라큘라는 미나를 보며 그가 옛사랑 엘리자벳사임을 직감한다. 이후 드라큘라는 조나단 하커의 피를 통해 젊음을 되찾고, 미나를 향한 구애에 나선다. 미나를 찾아 런던에 도착한 드라큘라. 미나는 드라큘라에게 운명적인 이끌림을 느끼면서도 연인에 대한 지조를 되새기며 이성을 붙잡는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한 여인을 사랑하기 위해 저주받은 영원의 삶을 선택한 드라큘라와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의 상대 미나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노래한다. 판타지적 스토리를 다룬 만큼 작품은 무대 미술과 연출,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비주얼까지 견고한 시너지로 극 몰입도를 높였다.
4중 회전 무대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샤롯데씨어터 무대를 풍성하게 채웠고, 드라큘라 성과 런던을 오가는 스토리에 리얼리티를 더했다. 또한, 2020년 버전 '드라큘라'는 이전 상연에서 놓쳤던 세세한 부분을 보완해 더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었다고. 제작진은 '드라큘라'의 아내 엘리자벳사의 초상화와 플라잉 세트를 추가를 했을 뿐 아니라, 대사를 변경해 드라큘라의 이야기에 개연성을 덧입혔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서정적인 작곡도 한몫했다. 그는 '지킬앤하이드', '몬테크리스토',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등 국내 유명 뮤지컬의 넘버를 만든 인물. "'지킬앤하이드'에 조승우가 있다면, '드라큘라'에 김준수가 있다"고 극찬한 그의 말처럼, 드라큘라의 대표 넘버 'Loving Me Keeps Alive'는 서정적 음률에 김준수의 섬세한 보컬이 더해져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극 후반부 드라큘라의 넘버 'The Longer I Live'에서는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드라큘라의 심정을 녹여내 '샤큘' 김준수의 역량을 느낄 수 있었다.
'드라큘라' 배우들의 연기 하모니는 말할 것도 없다. 김준수는 백발에 긴 손톱, 주름 가득한 기묘한 노인의 몸짓과, 생기를 되찾은 뒤 쾌락에 흥분해가는 '드라큘라'를 화려한 퍼포먼스와 가창력으로 표현해냈다. 초연과 재연에 이어 삼연까지 나선 그의 노련함은 극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김준수는 드라큘라의 하인 렌필드와 뱀파이어 슬레이브들에게는 가차 없는 주인으로, 미나 앞에서는 사랑에 목마른 한 남자의 모습으로 드라큘라의 입체적인 모습을 연기했다. 특히, 위대한 러브스토리를 노래하는 회상 신에서는 사랑하는 이를 잃고 절규하는 감정을 특유의 애절한 보컬로 완성해 관객을 매료했다.
여기에 '미나' 역의 조정은은 절제된 애티튜드로 연인 '조나단'을 향한 지조, '드라큘라'를 향한 연민과 사랑을 담은 연기를 보여줬다. '반 헬싱' 역의 강태을은 드라큘라를 쫓는 질긴 집중력과 극 후반부 대립 신을 통해 드라큘라와 대척점에 선 인간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특히, 김준수와 조정은, 강태을은 각 캐릭터에 동화된 모습으로 연기 시너지를 폭발, '드라큘라'의 중심을 잡았다.
이처럼 눈과 귀가 즐거운 매혹적이고도 처절한 사랑 이야기 '드라큘라'는 오는 6월 7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상연된다.
글 이우정 기자 / thesta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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