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기묘한 조임"…'침입자' 송지효X김무열, '스릴러 장인' 타이틀 경신할까
기사입력 : 2020.02.12 오후 3:12
'침입자' 제작보고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침입자' 제작보고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수십년 만에 재회한 남매. 헤어진 시간만큼 가족애를 쌓기에 바빠야할 두 남매가 끝없는 의심으로 수렁에 빠진다. 가장 일상적이고 안락해야 하는 공간에 '낯선 가족'이 들어오면서 시작되는 '침입자'의 제작보고회가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점에서 열렸다.

작품은 사고로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서진'의 앞에 25년 전 실종됐던 동생이 등장하면서 시작되는 스토리로, 그녀의 등장으로 이상한 균열을 맞이하게 된 '서진'은 동생의 비밀을 파헤쳐간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단편 영화를 만들어 왔던 손원평 감독은 '침입자'를 통해 첫 장편 데뷔에 나선다. 소설 '아몬드'의 따뜻한 분위기와 정반대인 미스터리 스릴러를 내놓는 손 감독은 작품 기획 계기를 밝혔다.

그는 "제가 '아몬드'를 쓰던 시절, 그 시기에 생각한 작품"이라며 "아이를 낳고 나서 '이 아이가 나의 기대와 다른 모습으로 커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서 가족을 가족으로 만드는 게 무엇일까라는 것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의 제 작품에서 그런 테마가 녹아져있지만, 영화에서는 더 미스터리하게 풀어내고 싶었다"며 "모든 이에게 가족이 있고, 모든 이가 집에 사는데, 그런 일상적인 소재가 약간만 비틀어지면 거기서 가장 큰 공포가 온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송지효는 25년 만에 가족에게 돌아온 '서진'의 동생 '유진' 역을 맡았다. 밝아 보이는 모습 뒤에 사라진 25년 동안 쌓아온 서늘한 분위기를 가진 인물. 어느 날 자신을 다른 이름으로 애타게 부르는 남자를 만난 후 다정했던 그가 변하기 시작한다.

털털한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던 송지효는 미스터리로 무장한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을 전해다. 그는 "유진은 25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비밀에 간직한 채 가족에게 왔다. 오랜만에 왔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부모와 오빠, 조카에게 잘하려고 하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평소에도 많은 동료 배우들이 인간적인 배우로 꼽는 송지효. 하지만 그는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상대 배우인 김무열과 "생각처럼 가까워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장르적으로 서진이와 대립하는 관계여서 제 생각보다는 친해지지 못한 것 같다"면서도 "그럼에도 무열 씨는 얘기가 잘 통하는 사람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말 걸려고 분장실 앞에서 서성이기도 했다. 무열 씨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해도 스스럼없이 받아줄 것 같은 듬직함이 있다. 그걸 믿고 작품도 잘 끝낼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김무열은 25년 전 사라진 동생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어린 시절의 집을 그대로 구현한 건축으로 인정을 받은 건축가 '서진'으로 분한다. 그토록 기다리던 여동생이 집으로 들어온 후 가족과 집안이 묘하게 바뀌어 가는 것을 감지하고, 여동생 유진을 의심한다.

이날 김무열은 서진 캐릭터에 대해 "전도유망한 건축가고, 25년 전 동생을 잃은 트라우마를 가진 가족들과 살고 있는 가장이다"라며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상태에서 실종된 지 25년 된 동생이 돌아오면서 익숙했던 집이 낯설게 변화하는 걸 느낀다. 내내 그 의심을 쫓아가면서 그 의심이 과연 어떤 것인지 밝히게 되는, 충격적인 진실을 맞이하게 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여동생을 수상하게 여기는 서진은 사실 심한 신경증을 앓고 있다. 이에 서진이 유진을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인지에 대한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김무열은 "작품이 아주 일상적인 소재를 비틀기도 하지만, 시나리오의 전체적인 톤이 상당히 기묘하고 야릇하게 심장을 조여온다. 기존의 작품과 다른 느낌이 저에게는 신선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왔다"며 "그 느낌을 영화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아무래도 심리적인 부분을 다루다 보니 연기하면서 심리적인 부담감이나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최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쥐어짰다"고 말한 손원평 감독은 송지효, 김무열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듬직해 했다. 그는 "두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이 극 중 많은 변화를 겪는다"며 "그 지점이 배우들에게도 촬영하면서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캐릭터가 계속해서 변화를 하는데 이게 어느 지점에 얼마만큼의 변화를 표현해야 하는지, 어느 강도로 해야 할지 배우들의 압박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손 감독은 두 배우들의 호연에 연신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김무열 씨는 연기 잘하는 걸 본인이 알고 있지만 애써 부정해간다. 그러면서도 계속 도약해가는 배우"라며 "송지효 배우는 오랫동안 꺼내지 않은 것을 꺼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캐스팅했는데, 정말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배우"라고 칭찬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정말 친한데, 그 중심에 두 배우가 어우러져 있다"며 현장의 중심을 잡아주는 배우들에 대한 감사도 빼놓지 않았다.

이처럼 '스릴러 장인' 타이틀을 경신할 송지효와 김무열, 그리고 탄탄하고 섬세한 각본으로 첫 장편 데뷔에 나선 손원평 감독의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는 '침입자'는 오는 3월 12일(목) 개봉한다.

글 이우정 기자 / thesta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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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침입자 , 송지효 , 김무열 , 손원평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