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첸-엑스원 향한 팬들 시위 / 사진: SM, 스윙 제공
엑소 첸 편지 / 사진: Lysn 캡처
◆ 엑소 첸, '혼전 임신' 결혼 발표→"#탈퇴해 vs #엑소지켜"
지난 13일, 엑소 첸은 공식 팬클럽 커뮤니티 Lysn(리슨)을 통해 자신이 현재 열애 중이며, 여자친구와 평생을 논의하던 중 '축복이 찾아왔다'라며 혼전 임신 사실을 밝혔다. 첸은 "회사, 멤버들과 계획했던 부분을 할 수 없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 축복에 더욱 힘을 내게 됐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SM엔터테인먼트 역시 "첸이 소중한 인연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라며 첸의 결혼 사실을 인정했다.
먼저 혼전 임신을 하게 된 여자친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첸은 한 아이의 아빠로서,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가장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를 솔직하게 고백했을 뿐이다. 하지만 팬들은 이에 "#첸_탈퇴해"를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SMTOWN 코엑스아티움 앞에서 엑소에서의 퇴출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인 것. 이들은 "엑소는 첸의 이기적인 선택으로 9년간 쌓아 올린 위상에 극심한 손해를 입었다"라며 첸의 얼굴이 있는 포스터 등을 버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물론 이러한 의견에 반대하는 여론 역시 거세다. 또 다른 팬들은 "#엑소_지켜"라며 현재 9인조 체제를 유지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 당초 12인조로 데뷔한 엑소는 중국인 멤버들 중 크리스, 루한, 타오가 이탈함에 따라 현재의 '9인조'로 재편됐다. 여기에 레이는 팀 활동보다는 중국에서의 활동을 우선하고 있어 사실상 8인조 체제로 활동 중이다. 이에 멤버의 이탈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 팬들은 왜 첸에게 '탈퇴'를 요구하게 된걸까.
첸, 엑소 완전체 활동 가능할까 / 사진: SM 제공
첸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친구에 대한 당연한 책임을 지게 됐지만, 자신이 속한 팀에 대한 책임감은 없었다. 스스로 언급했듯 계획했던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여기에 엑소가 '9년 차'라 괜찮다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엑소는 최근까지도 활발히 활동하며, 새로운 커리어를 경신해나가는 '현역 아이돌'이다. 이러한 팀에 '유부남', '애 아빠' 타이틀이 씌워진다면, 향후 새로운 팬덤 유입이 유입되는 것에 있어 장벽이 될 것이다. 게다가 시기적으로, 팬덤의 이탈이 클 수밖에 없는 '군백기'인 만큼, 엑소의 성장을 바라왔던 팬들의 허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일각에서는 아이돌에 대한 '유사 연애' 감정 때문이 아니냐고 하지만, 이는 팬덤에 대한 편협한 시각이다. 첸의 이름을 검색하면, 여자친구 이름이 연관 검색어에 뜰 정도로 첸의 열애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오히려 팬들이 '엑소'라는 커리어를 위해 첸의 열애를 숨겨왔을 뿐이다. 또한, '돈을 썼다고 스타를 마음대로 하려 한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팬들이 말하는 '돈'은 관심이다. 즉, 그간 관심도 없었던 사람이 정확한 상황도 모르면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에 대한 한탄인 것이다.
누군가는 '그럼 아이돌 스타는 연애도 하지 말고 결혼도 하지 말아야 하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첸이 자신이 아이돌 그룹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생각했고, 그래서 '엑소'의 팬들에게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면, 이처럼 '미안하다'는 한 마디 말조차 없는 방식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에 엑소의 팬들 역시 첸 보고 가수 활동을 그만두라는 것이 아닌, '엑소'에서 나가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적어도 '엑소로서 첸의 행복'을 바라왔던 팬들에게 더 이상 상처를 주는 행보를 이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6일 해체한 엑스원 / 사진: 스윙 제공
◆ "CJ ENM 책임 회피 STOP!"…엑스원 팬들은 "왜?" 시위에 나서게 됐을까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CJ ENM 센터 정문 앞에서는 'CJ ENM 규탄과 엑스원 새 그룹 결성'을 요구하는 팬들의 시위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 모인 천 여 명의 팬들은 'CJ ENM 책임 회피 STOP'이라는 슬로건을 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지난해 방영된 Mnet '프로듀스 X 101'을 통해 탄생한 그룹 엑스원(X1)은 8월 27일 첫 미니앨범을 발매하며 가요계에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결성 4개월 만인 지난 6일 해체를 결정하게 됐다. 엑스원 측은 "각 멤버들 소속사와 전원 합의를 원칙으로, (활동을) 협의하였으나 합의되지 않아 해체 결정하였다"라는 입장만을 밝혔다.
'국민 프로듀서'라는 타이틀로, 국민이 뽑은 그룹임을 강조했기에 화제를 모았던 '프로듀스 101' 시리즈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엑스원은 데뷔의 정당성을 잃게 됐고, 이로 인해 해체를 하게 된 상황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대로 이뤄진 결과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방영한 CJ ENM 측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전하며, 엑스원 활동을 두고 변덕스러운 입장 번복을 이어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팬들은 희망을 품었다가, 다시 절망을 겪어야 되는 상처를 입게 됐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저 팬으로서 좋아했고, 응원했고, 투표를 했을 뿐인데, 자신이 한 것도, 또 멤버들이 한 것도 아닌, PD와 일부 기획사의 결탁에 의해 조작된 그룹이라는 이유로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게다가 마찬가지로 조작 논란에 휩싸였던 아이즈원(IZ*ONE)은 2월부터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니, 엑스원 팬들 입장에서는 더욱 황당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CJ ENM 측은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보상책은 커녕,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논란을 빚은 상황에서도 새로운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런칭 소식을 전했으며, 지난 20일에는 올해 개최될 K-CON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이러한 행보에 엑스원 팬들은 엑스원 해체에 대한 책임과 보상을 회피하는 CJ ENM을 규탄하고, 새로운 그룹을 결성하는 시위를 벌이게 된 상황이다. 이들은 각 멤버들의 소속사에 재회동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한 것은 물론, CJ ENM 정문 앞에서 엑스원에 대한 책임과 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촉구문을 발표했다. 특히 한 어린 팬은 이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면서도 말을 이어가며 자신의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엑스원 멤버들은 해체 이후 각각 개인 SNS 등을 개설해 팬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이들 중 MBK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이한결, 남도현은 오는 2월 2일 팬미팅 개최 소식을 전했으며, 빅톤으로 돌아간 한승우 역시 개인 팬미팅 '희로애락'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밖의 다른 멤버들 역시 현재 휴식을 취하며 차기 행보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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