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요즘 세대와 잘 어울려"…뮤지컬 '웃는 남자'가 '더' 특별한 이유
기사입력 : 2020.01.14 오후 7:13
뮤지컬 '웃는 남자' 프레스콜 / 사진: EMK 제공

뮤지컬 '웃는 남자' 프레스콜 / 사진: EMK 제공


"한국 뮤지컬 최초 그랜드슬램 달성!"이라는 유일무이한 타이틀을 갖고 있는 '웃는 남자'가 2년 만에 다시 막을 올린다.


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뮤지컬 '웃는남자'의 프레스콜이 열려 '그윈플렌' 역을 맡은 규현, 박강현, 수호를 비롯해 '우르수스' 역의 민영기, '조시아나' 역의 신영숙, 김소향, '데아' 역의 강혜인, 이수빈이 참석했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세기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마음을 지닌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조명한 작품.



지난 2018년 초연된 '웃는 남자'는 한국 창작뮤지컬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초연 개막 후 한달 만에 누적관객 1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물론, 객석 점유율이 92%를 넘는 기록 등으로 마지막 공연까지 총 24만 관객을 동원, 전례없는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그해 '제 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6관왕, '제 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3관왕, '제 6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뮤지컬 부문 최우수상, '제 14회 골든티켓어워즈' 대상 및 뮤지컬 최우수상을 휩쓸며 4개의 뮤지컬 시상식 작품상을 모두 섭렵한 최초의 작품이 됐다.


그리고, 2020년 '웃는 남자'가 재연으로 돌아왔다. 초연에 이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은 로버트 요한슨 극작 및 연출은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고 강하게 만들기 위해 장면의 구성 순서를 바꾸고, 리프라이즈 곡을 새롭게 삽입해 초연보다 더욱 깊은 인상과 감동을 심어줄 것을 예고했다.


특히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지울 수 없는 웃는 얼굴을 가진 채 유랑극단에서 광대노릇을 하는 관능적인 젊은 청년 '그윈플렌' 역에는 초연에서 활약을 펼친 박강현과 수호가 다시 합류했으며, 지난 2018년부터 뮤지컬 주연으로 활약을 시작, 이번 작품으로 인생작 경신을 예고한 이석훈과 군 전역 이후 첫 작품으로 '웃는 남자'를 선택해 4년 만에 무대에 복귀하는 규현 등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확정해 기대감을 높였다.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규현은 "소집해제 이후 첫 작품이라 고민을 많이 했다. 군 복무 기간에 '웃는 남자'를 재미있게 봤고, 공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지난 2016년 '모차르트!'를 공연했는데, 감사하게도 같은 회사 작품이기 때문에 연이 닿아서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라고 '웃는 남자'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웃는 남자'는 17세기 영국, 아이들을 납치해 기형적인 괴물로 만들어 귀족들의 놀잇감으로 팔던 인신 매매단 콤프라치코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윈플렌은 이들에 의해 기이하게 찢겨진 입을 갖게되는 만큼, 극을 소화하는 내내 '입이 찢긴' 기이한 분장을 해야만 한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묻자, 규현은 최근 종영한 '신서유기'를 언급하며 "예능에서 더욱 심한 것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을 것 같다. 입을 찢고, 파란 칠을 하는 것에 대해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캐스팅 된 수호는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라며 "초연에 비해 재연에서는 서사 정리가 잘 되어 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부분에 집중하려고 했고, '다크나이트' 속 조커의 모티브가 '웃는 남자'인데, 이번에도 영화 '조커'가 개봉해서 영화를 보면서 조커 캐릭터와 '웃는 남자' 캐릭터의 교집합에 대해 연기적으로, 행동이나 표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며 "인물의 서사와 표현 방식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라고 초연보다 발전시킨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그윈플렌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얽히게 된다. 먼저 '어린 그윈플렌'이 구하게 되는 앞은 보이지 않지만 순수한 영혼을 가진 데아와, 이들을 구원하는 인물이자 '아버지' 역할을 하게 되는 떠돌이 약장수이자 서사의 중추를 이끌어가는 우르수스, 그리고 매력적인 외모 안에 깊은 공허함을 가진 조시아나 여공작 등이 이야기를 함께 이끌어간다.


이에 규현, 수호 등과 호흡을 맞추는 '우르수스' 역의 민영기는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정말 배우는 점이 많다. 나도 저 나이 때에 저렇게 열심히 했나 반성도 했다. 규현이랑 준면이(수호) 같은 경우, 굉장히 아이돌로서도 바쁜데 뮤지컬 연습실에 와서 함께 배우들과 호흡하는 동안에는 누가 되지 않으려고 미리 연습을 많이 해서 온다. 괜히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선배로서 뿌듯한 마음이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조시아나' 역의 김소향 역시 "연습실에서는 '연예인'이라는 이름표를 다 떼고 배우로서 임하기 때문에 공연보다 그런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다"라며 "모든 사생활을 접고 올인해서 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믿고 볼 수 있는' 작품성과,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 만으로도 충분히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지만, 이러한 '웃는 남자'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17세기 영국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현재 우리 세대에게도 와닿을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라는 '웃는 남자'의 슬로건은 이러한 극의 주제를 강렬하게 담아냈다.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합류한 만큼, 이러한 메시지에 더욱 끌림을 느꼈다고 밝힌 민영기는 "요즘 세대와 잘 어울리는 주제라고 생각한다"라며 "저희 작품을 재미를 느끼기 위해 왔다가 가슴 한편에 정의로움,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갖고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작품이 갖는 의미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한층 더 완성도를 높여 돌아온 '웃는 남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한편 지난 9일 첫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웃는 남자'는 오는 3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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