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두산' 메인포스터-보도스틸 /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천 년 동안 잠잠했던 화산 '백두산'이 폭발한다는 상상. 현실적이지만 부정하고 싶은 역대급 재난의 '미리 보기'가 영화 '백두산'에서 펼쳐진다. 여기에 한반도와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위험 속으로 달려드는 두 아빠의 우정이 더해져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백두산의 예고 없는 1차 폭발로 시작하는 영화 '백두산'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에 놓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낱낱이 그렸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인창(하정우)과 그의 아내 지영(배수지)은 행복한 나날을 앞두고 지옥 같은 상황에 놓였고, 정부 역시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우왕좌왕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백두산 폭발 3년 전부터 화산 폭발의 위험성을 강조했던 미국 국적의 지질학자 강봉래(마동석)는 일이 터지자 찾아온 민정수석 전유경(전혜진)의 설득에 이론적 해결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백두산이 북한과 중국 접경지인 데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비핵화 문제까지 당면한 상황이라 섣불리 북으로 향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남한 정부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이들은 '멸망하지 않기 위해' 극비리에 북으로 특수 요원을 파견, 미·중·북의 눈을 피해 백두산 폭발을 저지하려 한다.
강봉래가 내놓은 솔루션은 최대 폭발을 가져올 4번째 마그마방에 구멍을 내, 화산의 압력을 낮추고 폭발 위력을 최소화하자는 것. 성공 확률이 채 5%가 되지 않는 선택이었지만, 남한의 대통령은 1%의 희망도 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작전에 투입된 인창의 상황은 달랐다. 전역일 당일에 터진 백두산 폭발에 다시 군으로 불려갔고, 명령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임신한 아내의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는 군의 말에 목숨을 걸고 북으로 향한다.
인창의 미션은 남한 정부에서 미리 포섭해뒀던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이병헌)을 구출하는 것. 그리고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속 우라늄을 꺼내 기폭장치에 장착, 이것을 백두산 4번 마그마방 인근 탄광에 설치해 터트리는 것이다.
결국 대원들과 함께 북으로 향한 인창은 리준평과 접선에 성공하지만, 준평은 적인지 아군인지 속을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인창을 곤란하게 한다. 그렇게 불신이 거듭되는 상황에도 생존의 위협에 놓인 두 사람은 손발을 맞춰가고, 극 후반부에는 '아빠'라는 동질감까지 느끼며 전우애를 나눈다.
작품은 재난 상황에 놓인 대한민국의 남북-한미관계 속 고충을 현실적으로 드러냈다. 전작권이 없는 한국 정부의 무능과 그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두 인물의 고군분투로 재난 영화의 공식을 따라간다.
익숙한 전개에도 '백두산'이 볼만한 이유를 꼽자면 비주얼적 만족감을 준 CG와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다. 한국형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포문을 연 '신과 함께' 시리즈를 만든 덱스터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아 할리우드에 견줄만한 퀄리티 높은 CG를 완성했다. 여기에 '믿고 보는' 이병헌과 하정우, 마동석과 전혜진의 연기력과 첫 재난영화에서 처음으로 임산부 역까지 맡아 변화를 보여준 배수지의 현실적인 캐릭터가 은근한 케미를 만들었다.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와 극적 관계는 '인간'에 중점을 둔 두 감독의 의도를 충실히 담아냈다.
이해준 감독이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것처럼, 작품은 호흡의 강약을 조절하며 관객의 몰입도를 배가한다. 이날 이 감독은 "관객들이 볼 때 리듬감 있는 호흡으로 보실 수 있도록 연출했다"며 "영화 상영 내내 긴박한 상황만 가득했다면 보시는 분들이 어떠실지 생각하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병헌과 하정우는 능청과 긴박을 오가는 연기력으로 관객의 호흡을 이끈다.
2시간가량의 러닝타임도 적절했다. 너무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러닝타임은 재난의 위중함과 긴박함은 유지하되, 사이사이의 쉴 틈을 적절히 배분했다. 김병서 감독 역시 "조금 더 쉬어가거나 에피소드를 집어넣을 수 있었겠지만, 처음부터 일어나는 긴박함을 가져가면서 쉴 호흡을 집어넣으려 했다"며 "여러 과정을 거쳐 러닝타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케일, 연출, 연기까지 삼박자가 맞았기에, '백두산'은 관객에 체험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백두산 폭발로 일어날 강남 빌딩 숲, 팔당댐, 잠수교 붕괴 등 관객의 살에 맞닿아 있는 공간을 통해 흡인력을 높인다. 이처럼 일어날 법한 재난과 지옥 같은 상황에 놓일 우리들, 마치 백두산 폭발을 미리 본듯한 영화 '백두산'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8분.
글 이우정 기자 / thesta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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