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독 제작발표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블랙독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단지 색이 '검다'는 이유로 유기견 영입 등을 꺼리는 현상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러한 편견을 떠안고, 소외되는 '블랙독'은 늘 존재한다. 서현진이 연기하게 될 '고하늘' 역시 이러한 블랙독이다. '기간제 교사', '가짜 선생님'이라는 편견 속에서 고군분투를 펼치게 된다. 서현진은 어떻게 '블랙독'이 될 수 있었을까.
11일 서울 구로구 라마다호텔에서는 tvN 새 월화드라마 '블랙독'(극본 박주연, 연출 황준혁) 제작발표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황준혁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서현진, 라미란, 하준, 이창훈이 참석했다.
'블랙독'은 기간제 교사가 된 사회 초년생 고하늘(서현진)이 우리 삶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꿈을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프레임 밖에서 바라본 학교가 아닌, 현실의 쓴맛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신입 기간제 교사의 눈을 통해 진짜 속사정을 내밀하게 들여다본다. 황준혁 감독은 "학원물 보다는 직업물이다"라며 "그동안 학부형이나 학창시절 학생의 관점에서만 선생님을 봤다면, 이 드라마에서는 같이 호흡하고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소개했다.
서현진이 연기하게 될 '고하늘'은 치열하고 살벌한 사립고등학교, 그 안에서도 대학입시의 최전방 공격수와 같은 진학부에 갑자기 떨어진 새내기 교사다. 고하늘은 기간제와 정교사 간의 보이지 않는 서열, 살아남기 위한 라인타기와 눈치싸움 등 숨 막히는 경쟁에서 '기간제 교사' 꼬리표를 달고 온갖 문제와 부딪혀 나가며 '진짜 선생님'으로 성장해 간다.
"독특한 장르의 직업물이라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운을 뗀 서현진은 "아무것도 안하는 느낌의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동안 작품을 찍으면서 제 작품이 궁금한 적이 많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은 내가 어떻게 했는지를 잘 모르겠다. 다른 드라마에서 쓴 텐션이 8~90% 정도라면 지금은 30%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다. 저희가 뭘 하려고 하면 감독님께서 '뭘 하려고 하지말라'고 한다"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극했다.
그러면서도 서현진은 "작품의 완성도가 높았으면 좋겠다. 시청률도 잘 나오고 공감해주시면 좋겠지만, 보시는 분들께 칭찬을 받고 싶은 그런 드라마다"라고 설명해 기대감을 자극했다. 여기에 황준혁 감독은 "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라며 "대본 자체가 현실과 닮아있기 때문에 웃으면서도 눈물이 나고, 눈물이 나면서도 웃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우리는 모두 학창시절이 있었고, 학부형이 되면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그렇게 늘 선생님을 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대가 이번 작품을 시청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특히 서현진에게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특별하다. 바로 그의 어머니께서 초등학교 교사이기 때문이다. 서현진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선생님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다며 "요즘의 선생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가 '스승'을 뜻했던 예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여전히 소명의식이 굉장히 강하다. 꿈이 없으면 될 수 있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이 직업을 숭고하게 대하고 계시고, 치열하게 고민한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극 중 고하늘에게도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저 평범하게 학창시절을 보내던 고하늘은 수학여행을 가던 중 버스 전복 사고를 겪게 된다. 그때 인생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선생님'이 자신을 구하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때부터 그녀의 목표는 교사가 된다.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게 되는 것. 특히 자신을 구한 김영하(태인호) 선생님처럼,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라는 같은 입장에 놓이게 된다.
서현진은 "고하늘은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다"라며 "트라우마에 정면으로 맞서는 인물이기 때문에, 어떻게 다룰지, 또 얼만큼 접근할 것이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섬세하게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기간제 교사'라는 설정이 더해진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서현진 역시 평범한 선생님 역할을 준비하는 것과는 달랐을 것 같았다. 어떻게 차별화를 두려고 했는지 묻자 서현진은 "기간제 교사 분들의 입장을 들었기 때문에 제가 느낀 것은, 같은 교사임에도 분명 차별이 있고, 하대가 있고, 그 안에서도 계급이 있다는 것이었다. 정교사들은 그러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엄마랑도 이러한 이야기를 했는데,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셨다. 그래서 한참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저는 학교에 다닐 때는 기간제 교사, 그리고 교사들 간의 차별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몰랐다.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놀랐다. 당연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 분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마음이나 능력이 모자른 것은 아닌 것 같다. 설명하기가 참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라며 자신이 느낀 생각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놨다. 캐릭터 분석에 대한 서현진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기간제 교사 출신으로서 1년 만에 실력을 쌓아 정교사가 된 '도연우'를 맡은 하준은 "저희가 '기간제 교사'라는 곳에서 출발하게 되지만, 어떤 사람이든 말 못할 사연이 있고 결국에는 우리 모두가 '블랙독'이라는 그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라며 "고발성 느낌이 아닌, 이 사람에게는 이런 사연이 있구나라는 그런 관점이다. 그동안 우리가 선생님의 사연을 몰랐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을 더했다.
이처럼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선생님들이 고뇌하고 성장하는 모습은 폭넓은 공감을 안기고, 진정한 교사의 의(義)에 대해 곱씹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tvN 새 월화드라마 '블랙독'은 오는 16일(월) 밤 9시 30분에 첫 방송된다.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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