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 언론 시사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우리가 모르던 잔혹한 내기바둑의 세계를 낱낱히 담아낸 '신의 한 수'가 더 화려하고 잔혹한 액션으로 돌아왔다.
29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감독 리건) 언론 시사회에는 리건 감독을 비롯해 권상우, 김성규, 김원희, 우도환, 허성태, 원현준이 참석했다.
지난 2014년 개봉한 '신의 한 수'의 스핀오프인 '신의 한 수:귀수편'은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귀수의 복수극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 귀수는 냉혹한 내기 바둑판의 세계에서 귀신 같은 바둑을 두는 자들과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친다.
전작에서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던 '귀수'의 존재를 조명한 '신의 한 수: 귀수편'. 메가폰을 잡은 리건 감독은 '신의 한 수' 스핀오프를 만드는 것이 모험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전편이 워낙 잘 돼서 스핀오프 형식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안정하게 후속작을 만들면 안 되겠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우리 제작진이 더 거듭난 영화, 더 화려한 볼거리가 담긴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 모험을 시작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에서 '한판의 바둑이 인간의 삶과 같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던 감독은 "귀수의 여정과 인생을 바둑판에 녹여냈다"며 "'신의 한 수' 시리즈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내기 바둑에 국한되고 싶지 않았다. 가급적이면 채색이나 캐릭터의 영화적 확장성을 담으려고 도전했다"고 작품에 임한 소감을 전했다.
극 중 권상우는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고 세상에 대한 복수의 판을 짜는 '귀수' 역을 맡았다. 귀수는 전국 바둑 고수들을 찾아가 사활을 건 대국을 펼친다.
바둑 액션으로 눈을 사로잡는 권상우는 "귀수가 대사가 많지 않아서 각 신마다 존재감을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며 "많은 고민 끝에 디테일과 표정, 감정선에서 차별을 두기 위해 자기 최면을 걸면서 연기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표현이 잘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연기하면서) 많이 외로운 시간이 있었다. 귀수의 여정이나 복수를 따라가는 그 감정에 따라서 촬영장에서도 많이 몰입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작의 주인공 '태석'을 연기한 정우성에 이어 '신의 한 수'의 아성을 이어갈 권상우는 부담감과 함께 설렘을 드러냈다. 그는 "정우성 선배님의 영화를 이어받아서 부담감이 있기도 했지만, 준비하면서 부담보다는 새로운 톤의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이 굉장히 설렜다"고 전했다. 여기에 "현장에서 감독님이 배우들을 많이 믿어주셨고, 촬영마다 감독님이 감정대로 솔직하게 다가가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연출자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갖게 됐다"며 리건 감독에 대한 신뢰를 덧붙였다.
김희원과 김성균은 각각 귀수를 성장하게 한 조력자 '똥선생', '허일도'로 활약한다. '똥선생'은 정보력을 바탕으로 냉혈한 바둑 세계를 버텨온 관전바국의 대가. 그는 바둑 실력은 없지만 철저한 조사와 특유의 넉살을 필살기로 귀수와 함께 바둑 고수들을 찾아 전국을 누빈다.
극 중 감초 캐릭터를 연기한 김희원은 "영화 속 캐릭터들이 만화를 찢고 나온 것 같다"며 "제 코믹 연기가 극의 분위기를 흐트러뜨릴까봐 걱정했다. 그렇다고 또 너무 진지하게 하면 제 존재감이 없을 것 같아서 그 중간을 찾는 게 힘들었다"고 캐릭터 소화를 위한 어려움을 전했다.
김성균은 어린 귀수에게 맹기를 가르친 스승 '허일도' 역을 맡았다. 때로는 냉혹하지만 누구보다 귀수를 생각하는 허일도 캐릭터에 대해 김성균은 "어린 귀수가 만나는 어른들과 성인 귀수가 맞닥뜨리게 되는 어른들이 다 잔인하다"며 "그가 기억하는 따뜻한 어른이 있다면 허일도 선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귀수의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 같은 존재를 떠올린다면 허일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감성적으로 다가갔다"며 연기적 주안점을 설명했다.
작품의 악인 3인방 허성태, 원현준, 우도환은 각각 다른 스타일의 바둑과 강렬한 액션으로 관객을 매료한다. 허성태가 맡은 '부산잡초'는 자신이 이길 때까지 판돈을 높여 결국 승리를 거둬내는 잡초 같은 인물이다. 스스로를 "심한 악역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한 허성태는 "대사나 표현해야 하는 부분에서 중간중간 애드리브로 많이 준비했다"며 "잡초의 성격을 제스처로 표현하기 위해 급할 때는 엄지손가락을 쓰던지, 정석적인 방법이 아닌 중지, 약지로 바둑을 두는 디테일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소름 끼치는 연기력을 선보인 원현준은 극 중 '장성무당'으로 분해 신기를 발산한다. 투명한 바둑돌 하나만으로 대국하는 '일색 바둑'이 특기인 그는 대국에 패한 자의 손목을 자르는 잔혹한 인물이다. 그는 "장성무당이 귀수의 도장깨기 시작점이 되다 보니 부담감도 있었다"며 "장성무당만의 기운이 중요한 것 같아서 표정이나 눈빛, 소리에 집중해서 준비했다"고 전했다.
우도환은 허일도-귀수 사제로 인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외톨이'로 분해 열연한다. 직접 제작한 바둑판으로 잔인한 대국을 펼치는 외톨이는 바둑의 승패보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바둑에 집착하며 귀수를 옥죄어간다.
우도환은 다크한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감독님과 상의하고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며 배웠다"고 언급했다. 그는 "선배님들이 연기를 너무 잘하신다. 극 중 센 캐릭터들이 많았는데, 감독님께서는 모든 캐릭터가 다 보여지길 원하셨다. 그래서 (감독님이 원하는) 그 정도를 찾는 작업을 통해 모든 캐릭터들이 다 아우러질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감사를 전했다.
전편보다 강렬한 대국과 눈을 뗄 수 없는 액션으로 가득한 '신의 한 수: 귀수편'을 만들어낸 리건 감독은 속편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에 배우들 역시 속편에 합류하고 싶다며 입을 모았다. 김성균은 "귀수편보다 더 과거로 가서 허일도가 손목이 있을 시절과 똥선생과의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고, 김희원은 "똥선생은 가늘고 길게 사는 캐릭터라 속편에 또 나올 것"이라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음 작품이 있다면 무조건 하고 싶다"고 말한 권상우는 "사실 거기까지 내다 볼 여유가 없었다. 다음 주에 개봉해서 관객들에게 인정 받는 게 첫 번째 해야 할 일 같다"며 긴장한 모습도 보였다.
이처럼 지금껏 몰랐던 내기바둑의 세계를 통해 스포츠로서의 바둑을 넘어 사활을 건 바둑을 보여줄 '신의 한 수: 귀수편'은 오는 11월 7일(목) 전국 극장가에서 만날 수 있다.
글 이우정 기자 / thesta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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