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現 한국 사회와 '묘하게' 맞닿은 '블랙머니', 공론장 끌어낼까(종합)
기사입력 : 2019.10.28 오후 8:35
영화 '블랙머니' 언론 시사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영화 '블랙머니' 언론 시사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이 제격인 사건이 2000년대 한국에서 일어났다. IMF 이후 70조 규모의 국내 은행이 1조 7천억에 넘어간 역대급 금융스캔들. 게다가 은행 인수를 주도한 사모펀드의 자본은 고작 1천 600억 원, 나머지 돈은 국내 '모피아'(MOFIA, 재경부 인사들이 퇴임 후 정계·금융권으로 진출해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는 것을 마피아에 빗댄 말)들의 손길로 채워진 '먹튀 사건'이 일어난 것.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사건이 스크린을 통해 다시금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진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블랙머니'(감독 정지영) 언론 시사회가 열려 정지영 감독을 비롯해 조진웅, 이하늬가 참석했다.


'블랙머니'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막 가는 '막프로' 양민혁 검사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는 이야기. 작품은 IMF 이후, 외국자본이 국내 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후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떠난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금융 사건을 소재로 관객과 소통해야 하는 정지영 감독은 "쉽고 재밌게 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경제를 잘 몰라서 공부를 많이 했다. 사건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12년까지 상당히 시끄러웠던 사건이지만, 막상 공부를 해보니 만만치 않았다"라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접한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분명히 우리들의 이야기고,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인데 어떻게 관객과 소통해야 하는지 걱정이 있었다"며 "우선 쉽고 재밌게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이런 문제를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면 많은 관객분들이 보셔야 한다"며 관람을 독려했다.

정 감독은 어려운 금융 사건을 풀어가는 키로 극 중 양민혁 검사를 내세웠다. 그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극 중 인물을 따라갈 수 있게 하느냐 하는 고민에서 '양민혁'을 창조한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양민혁은 경제 쪽 검사가 아니다.  경제 전문가가 아닌 일반 검사를 선택해서 관객이 양 검사를 통해 작품을 따라갈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조진웅은 극 중 서울 지검의 '막프로'로 불리는 문제적 검사 '양민혁' 역을 맡았다. 양민혁은 자신이 조사하던 피의자가 자살하는 사건으로 검사 인생의 벼랑 끝에 내몰리고,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중, 양민혁은 자살한 피의자가 대한은행 헐값 매각 사건의 중요 증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날 조진웅은 작품을 처음 접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눈 뜨고 코 베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그 정도의 관심을 끌지 못하게끔 하는 시대적인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공분했다. 그래서 관객들과 함께 토론의 장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을 통해) 저도 눈을 뜨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이런 사건을 전달하는 것 자체에 사명을 갖고 임했다"고 책임감도 드러냈다.


이하늬는 국내 최대 로펌의 국제 통상 전문 변호사이자 대한은행의 법률 대리인 '김나리'로 분한다. 태어날 때부터 엘리트의 길을 걸어온 김나리는 냉철한 판단력과 이성을 가진 인물. 자신만의 확고한 소신을 가진 그는 대한은행 매각 사건을 파헤치는 양민혁 검사를 만나게 되고, 대한은행의 어두운 면에 의심을 품게 된 후 그와 공조한다.

이하늬는 최근 보여줬던 코믹한 연기가 아닌 냉철한 엘리트 캐릭터를 맡게 됐다. 이에 대해 "'김나리'를 연기할 때 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부분을 발견했기 때문에 연기할 수 있었다"며 "내 명분과 정의, 내가 생각하는 대의와 국익이 다 똑같지 않고, 그것이 상충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극 중 어려운 전문용어를 소화해야 하는 국제 통상 전문 변호사를 연기한 이하늬는 영어 대사까지 능숙하게 소화했다. 그는 "경제 용어나 영어 대사가 많은데, 입에 붙이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툭 치면 대사가 나오도록, 그 단어들이 저에게 묻어나도록 되뇌고 말로 붙이는 작업을 했다"고 그간의 노력을 전했다.


'정치 검찰', '검찰 개혁' 등 현 한국 사회가 닥친 사안과 맞닿아 있는 '블랙머니'. 이에 대해 정 감독은 "묘하게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모습이 그래왔다고 생각해서 그냥 작품 속에 녹여냈는데, 정치적 사안을 만나면서 (의도치 않게) 작품과 맞닿게 됐다"며 "이게 플러스알파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관객분들이 보시고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감독의 기획 의도와 마찬가지로, 극을 이끄는 조진웅, 이하늬 역시 '블랙머니'가 "꼭 필요한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조진웅은 "이 영화를 보고 왜 이렇게 경제를 가깝게 살붙이처럼 해야 하는 지를 느끼시길 바란다"며 "저 같은 문외한도 출연했을 정도다. 많이 생각해볼 지점들이 이 영화를 통해 발현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하늬는 "세상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며 "더 큰 의미가 있으려면 많은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셔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처럼 한국 사회의 '모피아' 문제를 낱낱히 드러낼 '블랙머니'는 오는 11월 13일(수) 전국 극장가에서 개봉한다.


글 이우정 기자 / thesta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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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블랙머니 , 조진웅 , 이하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