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망주' 장동윤, 믿보배로 / 사진: '게임회사 여직원들' 공식 SNS, JTBC, KBS2 제공
데뷔 4개월 만에 주연 자리를 꿰차더니, 이젠 아리따운 여장으로 남심과 여심을 한 번에 사로잡고 있는 이가 있다. 데뷔 직후부터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던 장동윤의 얘기다.
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건 2015년 뉴스를 통해서다. 당시 '편의점 강도 잡은 대학생'으로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강도 검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줘 경찰 표장도 받았다. 특히, 이 인터뷰를 통해 장동윤은 의로운 모습뿐 아니라 훈훈한 비주얼, 매력적인 저음으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매료했고, 연예 기획사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렇게 경제금융학부생 장동윤은 연예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신스틸러 장동윤 / 사진: SBS 방송, '우주를 줄게' MV 캡처
이후 장동윤은 2016년 웹툰 원작의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을 통해 본격 활동을 시작한다. 그는 극 중 남중, 남고, 공대 출신의 모태 솔로 '곰개발' 역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작품 속 장동윤은 체크 남방계의 큰 손이자 순수한 평범남을 맡아 레드벨벳 아이린과 로맨스 호흡을 맞췄다. 당시 아이린 역시 첫 연기로 주목을 받았던바, 두 사람은 소심 남녀의 알콩달콩 러브라인으로 안방극장의 설렘 지수를 높였다.
같은 해 그는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 뮤직비디오에 출연, 청량미를 제대로 발산하며 다시 한번 이목을 끈다. 그뿐만 아니라 10cm의 '길어야 5분' 뮤직비디오에서는 이별한 남자의 솔직한 심정을 연기하며 여심을 홀렸다.
장동윤 출연작 포스터 / 사진: JTBC, KBS2 제공
소년미, 멍뭉미 넘치는 비주얼 때문일까. 장동윤은 안방 데뷔작이자 주연작 '솔로몬의 위증'을 포함해 '학교2017', '우리가 계절이라면', '땐뽀걸즈' 등 네 작품에서 학생 역을 맡았다. 2016년 말 JTBC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엄친아 고교생 '한지훈' 역을 연기한 그는 20대 중반의 나이에도 교복이 어색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맡은 한지훈은 반듯한 겉모습과 달리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인물로, 평소에는 다정하지만 가끔씩 튀어나오는 다크한 모습으로 반전미를 선사했다. 특히, 장동윤은 과거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던 캐릭터를 맡아 의뭉스러우면서도 내면의 어둠이 있는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듬해에는 '스타 등용문'으로 불리는 '학교 시리즈'에 발탁, 지상파로 진격했다. 반듯한 이미지를 가진 그는 전작에 이어 엄친아 캐릭터로 등장했다. KBS 2TV '학교2017'에서 똑똑하고, 성격 좋고, 리더쉽 있는 전교 회장 '송대휘' 역으로 열연한 장동윤은 전작의 어두운 캐릭터와 달리 밝고 청량한 모습으로 분위기 변신에 나섰다. 비록 '학교2017'이 이전 학교 시리즈의 아성을 넘지는 못했지만, 장동윤을 비롯해 김정현, 박세완, 설인아 등 신예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같은 해 방영된 KBS 2TV '드라마 스페셜-우리가 계절이라면'에서도 또다시 교복을 입으며 소년미 넘치는 비주얼을 자랑한 장동윤. '우리가 계절이라면'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 '부부'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두 남녀의 순수했던 시절을 그린 청춘 멜로드라마로, 극 중 장동윤은 채수빈(윤혜림 역)을 짝사랑하는 '엄기석'으로 분했다. 그는 채수빈과의 키스를 상상하거나 진영(오동경 역)과 채수빈의 사이를 질투하는 등 10대 소년의 서툴고도 풋풋한 사랑을 그려냈다.
장동윤 출연작 스틸 컷 / 사진: tvN, KBS2, 콘텐츠판다, 스마일이엔티 제공
장동윤에게 2018년은 그야말로 '열일의 해'였다.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서 장동윤은 '엄친아' 이미지를 벗고 '마성의 남자'로 변신했다. 낮에는 단정한 자태의 물리치료 실습생으로, 밤에는 스포츠카에 럭셔리한 의상을 입고 핫플레이스를 전전하는 '노는 오빠'로 반전 캐릭터를 소화한 것.
기세를 몰아 tvN '미스터 션샤인'에 합류하며 이병헌, 김태리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그는 학도병 '준영' 역을 맡아, 고고하기만했던 양반가 도련님이 어엿한 군인으로 거듭나는 드라마틱한 캐릭터 서사를 연기했다. 극 중후반부에 합류해 부담감이 컸을 법도 하지만 안정적인 연기로 '미스터 션샤인'의 신스틸러로 활약, 시청자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이 해 말에 만난 '땐뽀걸즈'는 장동윤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특별한 작품이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조선업의 도시 거제에서 댄스스포츠를 추는 여상 아이들을 그린 성장드라마 '땐뽀걸즈' 속 장동윤은 유일한 청일점으로 극을 밝혔다. 그가 연기한 '권승찬'은 타고난 내향성의 소유자지만, 아버지의 가르침에 후천적 외향성을 지니게 된 인물. 유도부 활동을 하던 그는 '땐뽀반'(댄스스포츠반) 여고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남몰래 댄스스포츠에 대한 꿈을 키운다. 이 작품에서 장동윤은 '학교2017'에 함께 출연했던 박세완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추며 '썸 타는 풋풋한 10대'로 안방극장을 매료, 2018 KBS 연기대상 연작 단막극상 남자 부문을 수상했다.
이처럼 본 적 없는 행보를 보여준 장동윤은 스크린 데뷔작에서도 주연급으로 나섰다. '뷰티풀 데이즈'는 14년 전 가족을 버리고 떠난 엄마와 아들의 재회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고찰하는 작품으로, 장동윤은 이나영과 모자 호흡을 맞췄다. 특히, '뷰티풀 데이즈'가 개봉 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바, 장동윤은 스크린과 부국제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조선로코-녹두전' 포스터 / 사진: KBS2 제공
다수의 작품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장동윤이지만, 그의 대표작이라고 한다면 '조선로코-녹두전'(이하 '녹두전')을 꼽겠다. 아직 초반 전개 중임에도 그의 주연작 중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는 것. 첫 사극에서 '여장남자' 캐릭터를 맡은 장동윤은 곱디 고운 미모로 안방극장을 매료했다. 특히 훈훈미를 자아냈던 젖살이 빠지자 청초한 미모가 강조되면서 남심과 여심을 한번에 흔들고 있다.
지난달 열린 '녹두전'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그는 "여장을 준비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외모적인 부분은 살을 빼는 것 외에 없었다"며 "어떤 점에서 차별화를 둘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목소리'였다. 여장 남자이기 때문에 너무 하이톤으로 해서 희화화되지 않도록 그 중간 지점을 찾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고 강조했다.
이런 그의 노력이 시청자에 통하면서 KBS 2TV 월화드라마 '녹두전'은 첫 방송 시청률 7.1%(닐슨코리아, 전국가구기준)를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지난 1일 방영분이 8.3%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분당 최고 시청률도 9.6%를 넘으며 월화극 1위에 올랐다.
'조선로코-녹두전'을 통해 '인생캐'를 경신한 장동윤이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로코계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글 이우정 기자 / thesta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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