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요한' 제작발표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DB
"'의사 요한'은 지성이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 한마디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치에 달하게 되는데.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하는 지성이 '뉴하트' 이후 약 11년 만에 의사 역할로 돌아왔다. 따뜻한 배우와 휴먼 메디컬 드라마라는 따뜻한 장르가 만난 만큼, 새로운 인생작 탄생이 예감된다.
18일 서울 양천구 SBS 목동 사옥에서는 SBS 새 금토드라마 '의사 요한'(극본 김지운, 연출 조수원) 제작발표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조수원 감독을 비롯해 배우 지성, 이세영, 이규형, 김혜은, 황희, 정민아가 참석했다.
'의사 요한'은 마취 통증의학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휴먼 메디컬 드라마. 극 중 지성의 대사인 "환자의 고통을 해결해라. 환자에게 병은 절망이고, 의사는 희망이다"라는 말이 이들의 직업을 대변해준다. "기존 메디컬 드라마와는 결이 많이 다를 것 같다"라며 조수원 감독은 "드라마를 관통하는 큰 이야기를 설명하기에 좋은 과인 것 같아서 설정하게 됐다"라고 설명하며 "남녀 주인공의 서사가 다소 무겁지만, 그 안에서 밝은 것들을 찾으려 한다. 그들의 감정을 잘 따라가면 좋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 중 지성은 서울 한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최연소 교수이자, 가장 촉망받는 의사 '차요한'을 맡는다. 환자가 치료실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에 앉기까지, 딱 10초면 파악이 끝난다고 해서 '닥터 10초'로 통하는 차요한은 '신은 당신을 아프게 하고, 나는 당신을 낫게 한다'는 뻔뻔한 말을 지키기 위해 집요하게 환자와 병을 파고드는 인물이다.
의사 역할로 돌아온 지성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은 11년 전 그가 '뉴하트'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기 때문이다. 지성은 "'뉴하트'를 마치고, 나중에 교수 역할을 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을 했는데, 그 꿈이 현실이 됐다.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라며 "사실 저는 병원을 좋아한다. 세상에서 진심이 많이 묻어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 마음이 편안해지고, 제가 아파서 가더라도 무섭지는 않다. 그래서 메디컬 드라마가 더 설렘이 컸던 것 같다"라고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의사라는 직업 자체는 그간 많은 작품에서 다뤄졌지만, '마취통증의학과'는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지성은 "통증의학과는 삶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곳"이라며 "제 삶에 있어서 최근 고통과 아픔, 병, 이러한 단어들이 가슴을 아프게 했던 일들이 있었다. 대본에 공감할 수 있었고, 지금 시기에 연기를 하면 진심을 담아 잘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을 치유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진단하고자 한다. 드라마가 진짜가 될 수는 없지만, 진심으로 캐릭터에 다가가고, 스토리에 다가가려고 노력한다"라고 '의사 요한'을 선택한 이유, 작품에 임하는 태도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세영은 서울 한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레지던트 '강시영'으로 분한다. 대대로 의사인 집안에서 한세병원 이사장과 마취과장의 장녀다. 환자의 감정에 집중하는 '착한 의사'로 지나친 감정 이입이 문제가 됐을 정도고, 결국은 문제가 생겼다. 이후 홀연히 병원을 떠나고, 교도소 의무관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의사 출신 재소자 '6238'(지성)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의사로서의 인생이 통째로 바뀌게 된다.
"아픔이 있지만, 아픔을 딛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한 이세영은 이번이 첫 의사 역할 도전이다. 어떻게 준비를 하고 있냐고 묻자 "다른 배우들과 함께 의료 교육도 받았고, 실제로 선생님들께서 시술하시거나 진료를 하는 것들을 참관도 했다"라며 "조금은 알 것 같다가도, 막상 현장에서 하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라고 고충을 전했다.
특히 이세영이 맡은 '강시영'은 레지던트로, 메디컬 드라마에서 주로 '성장하는 캐릭터'로 등장, 핵심 인물로 손꼽힌다. 그만큼, 이세영의 활약이 중요한 것. 이에 대한 부담은 없냐고 묻자 "부담은 있지만, 멋지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라 욕심이 생겼다. 성장을 보여주는 것은 맞지만, 강시영은 큰 상처와 아픔을 딛고, 의사로서만 판단할 수 없는 그런 입장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겪어 기존의 역할들과는 다를 것 같다"라며 "멋있게 성장하는 캐릭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밝혔다.
이규형은 지성과 대립하게 되는, 서울 남부지검 형사 3부 검사 '손석기'를 맡는다. 3년 전 '차요한'이 뛰어난 실력으로 명성을 떨치던 중, 스무살의 말기암 환자가 나타났고, 그는 통증 조절을 담당했던 요한의 손에 의해 세상을 떠났다. 이로 인해 차요한은 교도소에 가게 됐고, 이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가 바로 '손석기'인 것. 그는 법에 반하는 일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예외적용도 하지 않는 원칙주의자로, 사람을 죽이는 행위에 '좋은 죽음'은 없다는 생각으로 '사형제도'를 반대한다. 이에 의사가 환자를 존엄사 하는 것 역시 '살인'으로 생각, 차요한을 위험한 의사로 여기고 그를 면밀히 주시한다.
이규형은 "차요한 교수와 대립하며 극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라며 "지성, 이세영 씨가 한다는 말에 바로 한다고 이야기를 했고, 대본을 봤더니 술술 넘어갔다. 그만큼 대본이 재미가 있었다"라며 "자극적이지 않았고, 그 안에 희노애락이 담겨있었다"라고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번 '의사 요한'은 그에게 의미가 남다를 것이, 첫 지상파 주연으로 나서게 된 작품이다. 이에 대해 이규형은 "좋은 역할을 주셔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사실 검사 비슷한 역할을 맡은 것이 이번이 세 번째인데, 맡았던 역할마다 서사가 달랐다. 이번에도 어떤 비밀에 휩싸인 것도 있고, 검사로서 어떤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기 보다는, 어떻게 탈피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들 외에도 마취통증의학과 펠로우 '이유준'을 맡은 황희, 강시영의 동생으로 같은 마취통증의학과 레지던트 '강미래'를 연기하는 정민아, 그리고 시영과 미래의 엄마로, 한세병원 마취통증의학과장 '민태경'으로 분하는 김혜은까지 합류,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김혜은은 "요즘 실제로 통증의학과에 다니고 있고, 보통 50살이 넘어가면 '어떻게 죽을까'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참 의미있는 드라마"라며 "삶에 관해 의미가 담긴 명대사가 많다. 그러한 것을 눈여겨 보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황희는 "안 보이는 병을 추적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라며 "메디컬 드라마지만, 극에서 흡인력있게 볼 수 있는 포인트가 수술 장면은 아닐 수 있다. 통증의학과에 오는 환자의 특징은 이미 많은 과를 돌고, 돌다가 원인을 알 수 없어서 찾아온다. 그런 원인 모를 병을 알고 왔을 때 추적하는 과정들이 저희 드라마에서 정말 흥미롭게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지성은 "정말 여러 주제가 있다. 여러 통증들이 있고, 살면서 여러 고통이 있는데, 그 원인을 몰라서 오는 환자들의 이야기도 있고, 다소 무겁기는 하지만 이 시대에 다뤄야 할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라며 "생명이나 죽음에 대해, 너무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라고 밝혔으며, 이세영은 "누군가 힘든 일이나, 아픔이 있을 때 그 아픔을 해결해주는 것 이전에 공감받는 것 만으로도 굉장히 위안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저희 드라마를 보며 위안을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한편 SBS 새 금토드라마 '의사 요한'은 오는 19일(금) 밤 10시 방송된다.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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