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자' 제작보고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오컬트에 액션, 신선한 캐릭터들의 향연을 예고한 '사자'가 올여름 극장가에 새 바람을 예고했다. 세 인물을 중심으로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선보일 뿐 아니라, 그 속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판타지까지 다 담아낸 것. 국민 배우 안성기와 대세 배우 박서준, 우도환이 만들어낼 매력적인 시너지는 어떨까.
26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사자'의 제작보고회가 열려 김주환 감독을 비롯해 배우 안성기, 박서준, 우도환이 참석했다.
박서준은 어릴 적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뒤 세상과 신을 불신하게 된 격투기 챔피언 '용후' 역을 맡았다. 그는 어느 날 악몽을 꾼 후 갑자기 생긴 손바닥 상처에 의문을 품고 구마 사제 '안신부'를 찾아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혼자 악을 처단하는 안신부가 마음에 걸려 그와 함께하기 시작한다. 용후는 위기의 순간 손에 주어진 특별한 능력과 파워로 부마자를 제압하며 활약한다. 박서준은 "용후는 '사신'이라는 닉네님으로 불리는 격투기 챔피언이다. 어떤 날 악몽을 꾸게 되고 손에 상처가 생기면서 그로 인해 안신부를 만나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청년경찰' 촬영 당시부터 김주환 감독과 '사자'에 대해 논의했다는 그는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박서준은 "물론 저도 시나리오를 보기 전까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인지는 모르던 상황이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극장에서 마블이나 컨저링 유니버스를 접하면서 왜 우리나라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을까'라는 이야기를 늘 나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시나리오를 보게 되고 지금 제 나이에 가장 강렬하게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적으로 도전일 수 도 있지만, 관객분들께도 비주얼적으로나 흥미로운 요소들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박서준은 '사자'에서 매우 파워풀하고 강렬한 액션 신을 소화하게 됐다. 그만큼 고된 연습이 뒤따랐을 터. 박서준은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액션 장면이 많다. 글로만 봤을 때는 '뭐 이 정도면, 액션을 안 했던 건 아니니까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이게 오늘 끝나는 합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뿐만 아니라 "연습할 때는 연습에만 신경 썼는데, 촬영에 들어가니 앵글도 신경 쓰느라 더 힘들었다"며, "CG가 들어가는 신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상상으로 채워가면서 하다 보니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하지만 촬영을 마치고 나서는 '내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그간의 노력을 전했다.
극 중 안성기는 바티칸에서 파견된 구마 사제 '안신부'로 분한다. '안신부'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캐릭터는 애초에 안성기 배우를 염둔에 둔 캐릭터다. 이에 안성기는 "(김 감독이) 시나리오 쓸 때부터 (안신부 캐릭터는) 저였다고 했다. 오죽하면 '안신부'라고 했겠느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안신부' 캐릭터를 위해 일단 노련하게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 동안 구마의식을 했으니까. 그래서 그게 우선이었고, 두 번째는 어떤 일을 할 때는 굉장히 진지하고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모습이지만, 일을 떠난 상태에서는 굉장히 아버지 같고 푸근하고 부드러운, 게다가 유머까지 있는 그런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주환 감독 역시 "드라마나 많은 매체들에 구마 사제 캐릭터가 나오고 있는데, ('사자'에서는) 그 끝판왕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인간적으로 발산하는 아우라와 직업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어야했는데, 안성기 선배님이 오시면서 제가 몰랐던 가톨릭적 요소까지 채워지는 게 느껴졌다. 최고다"라고 극찬했다.
개성 있는 페이스와 다수의 작품에서 선보인 연기력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우도환. 극 중 그는 악마의 힘을 빌려서 상대방의 약점을 꿰뚫어 해를 입히고, 자리사욕을 채우는 악랄한 캐릭터 '지신'을 연기한다. 지신은 안신부와 용후의 등장으로 자신의 계획에 차질을 빗자, 이들과 대립각을 세운다.
2016년 영화 '마스터' 이후 또 다시 악역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우도환은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해하는 게 아닌, 확실한 이유가 있는 지능범 같은 캐릭터"라며 "남들을 쉽게 속이고 현혹해야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빨리 캐치해내는 점, 상대의 말투를 빠르게 습득해 섞어 내는 그런 지능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특히, "지신도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적인 모습도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다. 무표정인 모습이 많지 않다"며 캐릭터의 반전 이미지를 설명했다.
'사자'는 세 배우와 감독에게 하나의 도전이었다. 배우들은 작품 전개와 신선한 캐릭터에 욕심을 내비쳤고, 감독 역시 '한국형 시네마틱 유니버스 구축'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만큼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고가 뒤따랐을 터.
박서준은 격투기 챔피언 캐릭터를 위해 실제 UFC 선수와 대결하는 신도 마다치 않았다. 그는 "UCF 선수 매튜와 촬영 일주일 전부터 만나 합도 맞춰보고 했는데, 실제 링 위에서 그의 단련된 근육들을 보니 겁이 나고 작아지더라. 매튜의 아버지가 격투기 코치인데, 아들이 한 번도 KO를 당한 적이 없다고 그냥 때려도 된다고 하셔서 때렸는데, 정말로 그 친구는 아무렇지 않았다.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덕에 더 리얼한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안성기는 구마 의식에서 사용되는 라틴어를 외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안성기는 "아직도 라틴어 대사를 중얼거리고 있다. 구마 사제를 연기했던 배우들이 다 그랬을 테지만, 저는 더 심한 것 같다. 목욕탕에 앉으면서도 웅얼웅얼 연습하고 아주 야단이 났다"며 "머리에서 '내가 잘 외우고 있지'하고 날마다 확인한다. 촬영갈 때나 어디 갈 때, 자기 전에도 한다. 지금껏 수천 번 되뇐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나중에 공약으로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스스로 계속 연습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우도환은 악의 축인 지신 캐릭터를 위해 7시간에 달하는 특수 분장도 감수했다. 그는 "시나리오 받았을 때는 안 써있었는데, 어느 순간 특수 분장이 써있더라. 감독님께서 두세 시간이면 끝난다고 하셨는데, 할 때 보니 아니더라. 빠르면 5시간, 여유 있게 7시간은 잡아야 한다. 그래야 잠깐씩 쉬었다 촬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장을 할 때는 많이 힘들었는데, 카메라에 담긴 영상을 보면 '조금만 더 버티자'하게 되더라. 행여 분장이 찢기면 수정하는 것도 힘들어서 선배님들이 액션 신에서도 살살 빗겨서 때려주셨다. 그만큼 공들였다"고 강조했다.
배우들의 고생이 곁들여진 만큼, 감독 역시 작품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드러냈다. 김주환 감독은 영화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 등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들과의 차별점으로 "두 작품보다 스케일이 큰, 수퍼내추럴을 소재로 한 영화"라며 "카톨릭뿐만 아니라 샤먼적인 소재도 있다"고 꼽았다. 구마 소재 영화들에서 다루는 주된 스토리를 가져가면서도 주인공 용후의 성장, 각각 선과 악의 사자로 나선 이들의 대립까지 담아낸 '사자'. 장르적으로도 오컬트에 액션을 가미해 여러 관객층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박서준, 안성기, 우도환 세 남자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장르적 시도로 올여름 극장가 점령을 예고한 '사자'는 오는 7월 31일 개봉한다.
글 이우정 기자 / thesta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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