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영예…역대 韓 수상작?
기사입력 : 2019.05.27 오후 5:54
영화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 / 사진: CJ 제공

영화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 / 사진: CJ 제공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올해 찾아온 특별한 선물이 아닐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 72회 칸 국제 영화제'(이하 칸 영화제)에서 대한민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지난 25일 프랑스 칸에서 개최된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시상자인 카트린 드뇌브와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건네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특히 이번 상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의미를 더한다.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이런 상황을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불어 준비를 못 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큰 영감을 준 앙리 조루즈 클루조, 클로드 샤브롤 두 분께 감사드린다"면서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되게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게 해준 바른손과 CJ에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금종려상' 수상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참석한 송강호 / 사진: CJ 제공

'황금종려상' 수상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참석한 송강호 / 사진: CJ 제공


특히 봉준호 감독은 "무엇보다도 '기생충'은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영화고, 이 자리에 함께 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인 우리 송강호의 멘트를 꼭 이 자리에서 듣고 싶다"며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이에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분께 이 영광을 바친다"는 말로, 배우들에게 감사의 뜻을 돌렸다.


이후 마이크를 다시 전달받은 봉준호 감독은 "가족에게 감사하고, 나는 그냥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감사하다"라며 수상 소감을 정리했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인데,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칸 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상의 의미를 되새겼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영화제 기간 내내 유력하게 점쳐졌다. 특히 각국 매체가 발표하는 평점 집계에서 경쟁 부문 진출작 중 최고점을 받았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기생충'은 무척 유니크한 경험이었다. 우리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다른 여러 개의 장르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그리고 한국을 담은 영화지만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도 긴급하고 우리 모두의 삶에 연관이 있는 그 무엇을, 효율적인 방식으로 재미있고 웃기게 이야기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수상작 / 사진: '취화선'-'올드보이'-'밀양'-'박쥐'-'시' 공식 포스터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수상작 / 사진: '취화선'-'올드보이'-'밀양'-'박쥐'-'시' 공식 포스터


이처럼 뜨거운 호평 속 봉준호 감독은 칸 영화제의 선택을 받게 됐으며, 대한민국 영화 역사에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뜻깊은 발자취를 남길 수 있게 됐다. 이에 그간 한국 영화가 '칸 영화제'의 주목을 받고, 이러한 관심이 수상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 영화가 칸 영화제로부터 주목을 받은 것은 불과 수십 년 사이의 일로, 이는 한국 영화가 짧은 시간 동안 놀라운 성장을 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하다.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 잔혹사-물레야 물레야'가 칸 영화제의 비경쟁 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최초로 초청된 것에 이어, 1989년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배용균 감독, 주목할 만한 시선), 1994년 '증발'(신상옥 감독, 특별상영), 1996년 '유리'(양윤호 감독, 비평가주간), 1997년 '내 안에 부는 바람'(전수일 감독, 주목할 만한 시선), 1998년 '강원도의 힘'(홍상수 감독, 주목할 만한 시선), '스케이트'(조은령 감독, 단편 경쟁부문), '아름다운 시절'(이광모 감독, 감독주간), 1999년 '소풍'(송일곤 감독, 단편 경쟁부문), '동시에'(김성숙 감독, 단편 경쟁부문) 등이 있다. 이들 중 송일곤 감독의 '소풍'은 단편 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한국 영화가 칸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은 2000년 이후의 일로,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비롯해 총 17편의 작품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이들 중 이번에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에 앞서, 총 다섯 편의 작품만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감독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올드보이'(박찬욱 감독)가 심사위원대상, 2007년 '밀양'(이창동 감독)이 여우주연상(전도연), 2009년 영화 '박쥐'(박찬욱 감독)가 심사위원상,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한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 영화계의 뜨거운 화제작으로 급부상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은 오는 30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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