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시민혁명의 태동"…'동학농민혁명'을 조명할 '녹두꽃'이 기대되는 이유(종합)
기사입력 : 2019.04.26 오후 5:38
'녹두꽃' 제작발표회 / 사진: SBS 제공

'녹두꽃' 제작발표회 / 사진: SBS 제공


'동학농민혁명'을 다루지만,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깊은 울림이 될 전망이다. 갑오년의 위대했던 백성들에게 보내는 '헌사'이자,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새롭게 시작하는 드라마 '녹두꽃'이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6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는 SBS 새 금토드라마 '녹두꽃'(극본 정현민, 연출 신경수) 제작발표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신경수 감독을 비롯해 배우 조정석, 윤시윤, 한예리, 최무성, 박혁권, 박규영, 노행하가 참석했다.


'녹두꽃'은 봉건의 한 시대를 마감하고, 근대의 신새벽을 열어젖힌 전환기적 사건으로 평가받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한다. 신경수 감독은 "희망과 연대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참여하는 배우들이 굉장히 많은데도, 모든 분들이 열심히 해주고 계시다"며 감사를 전했다.



'녹두꽃'은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하지만, '동학'하면 떠오르는 '녹두장군 전봉준'의 일대기가 아닌, 항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민초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혁명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서로의 가슴에 총구를 겨눠야 하는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휴먼 스토리를 통해 '갑오년의 위대한 백성들'께 헌시한다.


전봉준(최무성)을 비롯한 실존 인물들도 극에 등장하지만, 극을 이끄는 중심이 되는 세 사람 백이강(조정석), 백이현(윤시윤), 송자인(한예리)은 모두 가상의 인물이다. 전봉준 역을 맡은 최무성은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도 차근차근 구체화되어 있기 때문에 기대하고 보셔도 좋다"면서도 "역사적인 '동학농민혁명'의 의의나 사실에 대한 근거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가상 인물들 역시, 결국은 민중 안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봉준이 영웅이었던 것이 아니라 이 사람들도 그렇고, 결국은 민중 안에 있다. 그 운동이 벌어졌던 시기에 중심이 되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을까', '사람답게 사는 것이 뭐지' 이러한 것을 고민한 민중들의 이야기다. 삶의 가치에 대해 다룬다. 그러한 부분이 역사적 사실을 만나 처음으로 그려진다고 생각한다"며 "짧은 기간의 이야기를 펼쳐서 뜨겁게 그리는 드라마라서, 재미있고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소개했다.


조정석은 극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이복형제 중 형 '백이강'을 맡는다. 그는 전라도 고부관아의 악명 높은 이방 '백가'의 장남이지만, 여종의 얼자로 '이강'이라는 이름 대신 '거시기'로 불린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방'이 되어 가문을 건사하고자 했지만, 백성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는 시기, 이강 역시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는 결국 자신의 과거를 향해 봉기하는 '동학군 별동대장'이 된다.


"사극 드라마를 하는 것은 '녹두꽃'이 처음"이라고 밝힌 조정석은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을 기반으로, 그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사랑과 형제애, 그런 것들에 매료됐다"면서 "사극이라고 해서 특별히 쉽다거나 어렵거나 한 것은 없는 것 같지만, 사투리 연기를 하는데 제가 서울 사람이다. 사투리를 거슬리지 않게 잘 쓰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꾸준히 하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이 뒤섞인 극에서 조정석은 가상 인물을 연기하게 됐다. 이에 대한 어려움은 없냐고 묻자 "가상의 인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상상력이 많이 동원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그 시대적 배경에 살고 있을 사람들을 중점에 두고 연기한다. 작가님은 '이런 인물이라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이 아니고, '백이강으로 이런 상황이면 어떨 것 같냐'고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연기를 유도하는데, 만약 배우들이 표현을 못하면 글이 재미가 없어질 수도 있는데, 모든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주고 있어서 저만 잘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복형제 중 동생 '백이현'은 윤시윤이 연기한다. 그는 본처 소생의 적자로, 자신이 누리는 모든 것이 아버지가 백성들로부터 짜낸 고혈에서 나온다는 것을 일찍이 알았지만, 부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가 정해준 삶의 행로를 군말없이 걸었다. 그러나 들불처럼 번지는 민란은 이현이 다른 선택을 하게 만든다. 조선의 메이지유신을 꿈꾸는 개화주의자가 되어,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발을 내디딘다.


윤시윤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형과 마찬가지로 가상의 인물이지만, 개화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하는 인물이다. 역사적 모티브를 찾아, 동시대에 있던 '갑신정변'의 인물들을 배우고 공부하려고 했다"며 "그 시대 지식인의 고뇌, 새로운 세상이 오는 것에 대한 방법,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았을 것인데, 그러한 것을 대변하는 것이 백이현이라고 생각된다. 백이강이 뜨거운 심장을 갖고 나아가는 사람이라면, 백이현은 확고한 신념이 있다. 작가님께 저에게 백이현은 '차가운 사람'이라고 했는데, 저에게 '차가움'은 '뜨겁지 않음'이 아니고, '흔들리지 않는 이성'이었다"고 설명했다.


많은 고민이 있었을 분석이고, 그만큼, 캐릭터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윤시윤은 "짧은 식견이지만, 유럽 국기에서 삼색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자유-평등-박애' 등 시민혁명의 세 가지 정신을 녹여냈다고 알고 있다. 그 혁명이 지금의 유럽을 지배하는 것"이라며 "'동학농민혁명'이 정말 자랑스러운 것은, 한국의 시민혁명이다. 자신의 삶을 바쳐, 나라를 위해, 소중한 가치를 위해 살기 위한 혁명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이 어떤 것을 지키고자 했을지는 다 다를 것이다. 역사의 왜곡이나 이런 것들은 물론 조심해야 하지만, 누가 이겼고 이러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들, 그게 후대에 3.1운동이 됐고, 이후 작은 촛불들을 들고 일어나는 마음들의 태동이 됐다고 생각해서 의미가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여기에 한예리가 힘을 보탠다. 그는 전라도 보부상들의 대부이자, 도접장인 송봉길의 외동딸로 이문이 아닌, 사람을 남기는 삶을 택한 객주 '송자인'을 연기한다. 명문대가의 금지옥엽처럼 보이는 외모와 달리, 걸쭉한 사투리와 욕지거리가 튀어나오는 반전의 소유자로, 호기심에 들락거리던 성당을 통해 '개화'를 열망하는 '신여성'이 된다.


한예리는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흔히 봐온 사극 속 궁궐의 이야기, 정치 이야기가 아닌, 민중을 다루는 것이 흥미로웠다"면서 "기득권의 사람들도 선과 악이 모호해지는 순간이 대본에 있다. 그런 것들을 보고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구나', '시대의 흐름에 변할 수 있구나' 이런 것들을 느꼈다. 흥미로웠고, 작은 역할이라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작은 역이라도 해보고 싶다고 했지만, 그가 맡은 역할 역시 극을 이끌어갈 주역 중 한 명이다. 송자인은 '철의 여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당찬 인물로, 당시대를 살아가는 '흔한 여성'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이러한 '여성 캐릭터'가 그려진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깊다. 한예리는 "아직 글을 다 받지는 않아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도 소외되거나, 혁명 안에서도 도태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이끌어가는 인물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복형제'의 아버지 백가를 맡은 박혁권은 이들과 대립할 전망. 그는 세습 아전의 아들로 태어나, 오로지 만석꾼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살았다. 부친의 대를 이어 이방이 된 '백가'는 썩은 세상에서 기회를 잡아, 고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거부가 된다. 박혁권은 "이분들의 희망이 저에게는 절망이다"라며 "좀 더 나아지는 평등한 세상이 저에게는 절망인 적폐 캐릭터인데, 주변에 참고할 인물이 많았다. 이들에게 장애 룰이 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전국환, 정규수, 김하균, 박지일, 안일강, 황영희, 김상호, 윤서현, 이윤건, 조희봉, 김정호, 황만익, 최원영, 서영희, 민성욱, 이기찬, 홍우진, 박지환, 이태검, 문원주, 김지현, 조현식, 이순원, 김중희, 백은혜, 서재규, 손우현, 노행하, 김도연, 병헌, 박규영 등이 출연해 뜻 깊은 '앙상블'을 만들어 낼 전망이다.


한편, SBS 새 금토드라마 '녹두꽃'은 '열혈사제' 후속으로 오늘(26일) 밤 10시 첫 방송된다.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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