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 제작발표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치 못하는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뜻을 담은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여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작은 날갯짓을 시작한 드라마가 있다. 이들의 희망찬 날갯짓이 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4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에서는 JTBC 새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 제작발표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박찬홍 감독을 비롯해 박희순, 추자현, 오만석, 조여정이 참석했다.
'아름다운 세상'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생사의 벼랑 끝에 선 아들과 그 가족들이 아들의 이름으로 진실을 찾아가는 투쟁기를 그린다. 박찬홍 감독은 "학교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반대했다. 사회 문제를 건드리려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연출자로서 자신감이 부족했다. 그래서 다른 가벼운 소재의 드라마를 기획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학교 폭력'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름다운 세상'이라니 다소 역설적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와닿을 수 있다. 예상치 못한 고통스러운 진실을 마주한 이들이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가는 치유와 성장을 담아내며, 서로의 불완전함을 이해하며 앞으로 나아가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전한다.
박찬홍 감독은 "사건과 사고에는 가해자, 피해자가 생긴다. 그런 것들을 무마하고 잊으려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 슬픔을 나눴을 때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위 슬픔, 애도를 나누는 것은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슬픔은 끝없이 나뉘며 공감되고, 그에 대한 배려가 사회를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힘인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만큼, 대중의 공감을 사기 위해서는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캐스팅을 해야 했다. 박찬홍 감독은 "인물이 뛰어나야 했고, 두 번째로 연기도 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며 "여기 계신 분들은 훌륭한 인품에 연기력까지 겸비했다. 아역들은 함께 6개월 동안 살아간다는 생각으로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박희순은 "아역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 굉장한 연기를 보여준다"며 칭찬을 더했다.
극 중 박희순은 아들의 사고 후 불의와 부딪히며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아빠 '박무진'을 연기한다. 고등학교 물리교사로 매사 긍정적인 이상주의자였지만, 아들 선호에게 닥친 불행 때문에 하루아침에 일상이 지옥으로 변한다. 아내와 두 남매를 지키기 위해서 위협도 두렵지 않고,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는다.
박희순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감정을 많이 표출하거나 내세우지 않고, 참고, 버티는데, 이후 가족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발전하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면서 "추자현 씨의 경우, 다 발산하고 감정을 표출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정말 힘든 역할인데 추자현 씨가 지금 '인생 연기'를 하고 있다. 추자현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학교 폭력 피해자'의 가족이다. 그 상처와 고통을 가늠할 수 없다. 이러한 역할을 쉽게 선택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았다. 이에 박희순은 "학교 폭력이라는 이슈가 작게는 학교에서의 폭력이지만, 크게는 여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 중, 타의에 의해 희생자와 피해자가 되는 일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같이 힘을 합쳐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런 작품에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언젠가 우리도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제기하며 고쳐가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고, 배우들은 연기로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작품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추자현은 아들의 사건 뒤에 감춰진 진실을 찾기 위해 온몸으로 투쟁하는 엄마 '강인하'를 맡았다. 타고난 마음결이 선한 인물이지만, 아들 선호가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의식 불명 판정을 받게 되며 상상도 할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다. 이에 아들이 세상 밖으로 추락한 이유와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약 10년 만에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것은 물론, 출산 후 첫 복귀작이기도 하다. 추자현은 "감독님과 김지우 작가님의 작품이라 감사한 마음으로 대본을 읽었다. 처음에 사회 문제를 다루는 소재라서 선뜻 맡기에는 부담이 있었고, 자신감이 없었는데, 두 분께서 '같이 하면 오히려 우리가 감사할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을 해주시는 것을 보고 '이 두 분이 하는 작품이면 무조건 따뜻하겠다'는 믿음이 생겼다"며 "감독님과 작가님을 믿고 한배를 타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출산 후 처음으로 선택한 작품이 '엄마', 그것도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엄마'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추자현은 "사실 몸조리를 더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받은 작품인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며 "아이를 낳는다고 바로 엄마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하면서 인생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엄마 역할은 정말 정답이 없고, 안 해본 경험이기 때문에 감정의 수위 조절을 하는 것이 어렵다. 드라마를 보고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봤을 때 제가 경솔하거나 부족해 보일까 봐 대본을 보고, 또 본다.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선택한 작품은 아니다. 엄마를 대표해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역할을 충실히 해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스스로 칭찬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소시오패스 기질을 가진 아빠 '오진표'는 오만석이 맡았다. 그는 서울대에 이어 행정고시에 합격하는 등 실패를 경험한 적이 없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아버지에게 사학재단 이사장직을 물려받아 승승장구하던 중, 아들 준석의 친구이자, 학교 학생인 선호의 사고가 발생한다. 조여정은 이러한 아들의 죄를 덮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엄마 '서은주'로 분한다. 아들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이, 결국 은주의 양심을 집어삼킨다.
오만석은 "개인적으로 코미디를 좋아하는데, 이번 역할은 살아온 인생에서 코미디적인 감각이 결여되게 살았다. 조금은 건조하고 답답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다"며 "작품 안에서는 무게감을 유지해야, 작품이 갖는 의미를 온전하게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같은 인물을 보며 사회의 또 다른 어두운 요소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소개했다.
"모든 것이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시놉시스 문장을 보고 결정했다"는 조여정은 그간 '좋은 어른'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한 선택이지만,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갈등하고, 후회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진 모습을 은주가 보여준다. 어른이라고 용감하지 않고, 나약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무책임해지고 싶다. 완전하지 못한 어른을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도 저 여자라면 저렇겠지', '어쩔 수 없었겠네'라는 공감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조여정은 "은주를 연기하면서, 나도 모르게 용기를 못 낸 순간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더 나은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같이 성장하는 것 같다"고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여기에 극을 이끌어갈 두 아역으로, 시련 속에서도 '자살' 말고 '살자'를 다짐했던 별 같은 소년 '박선호'는 남다름이 연기한다. 또 선호의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어른들의 불합리함과 부당함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복수를 꿈꾸는 정의 소녀 '박수호'는 박환희가 맡았다. 이청아는 무한긍정 마인드를 가진 '호호남매'(선호-수호)의 이모 강준하로 합류했다.
이처럼 아름다운 캐스팅에 김지우 작가와 박찬홍 감독이 의기투합, '따뜻한 인간애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시간'을 선사한다. 추자현은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제목이 스포일러인 것 같다. 이 단어를 기억하면서 드라마를 봤으면 좋겠다. 저희가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시청자분들께서 드라마를 보면서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희망을 갖고 드라마를 보면서 치유를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조여정 역시 "최근 '삶은 참 눈부신 거야'라는 것을 느꼈다. 이게 연기를 하는 이유고, 이래서 드라마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깨달았었다"며 "내가, 그리고 우리가, 우리 드라마를 보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고,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게 됐다"고 밝혀,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한편 JTBC 새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은 오는 5일(금) 밤 11시 첫 방송된다.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픽콘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