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다크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감독과 배우진의 유쾌한 모습이 돋보인 현장이었다.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tvN 새 주말드라마 '자백' 제작발표회 얘기다.
tvN 웰메이드 장르물의 명성을 이어갈 '자백'은 일사부재리(어떤 사건에 대해 판결이 확정되면 다시 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형사상 원칙)라는 법의 테두리에 가려진 진실을 좇는 이들의 이야기. 얽히고설킨 사건들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진실을 추적해가는 장르물 특유의 쫄깃한 긴장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백'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주역들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이준호의 농담과 흥은 계속됐다. 그는 앞서 공개된 인터뷰에서 '담백하다 못해 건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 "반건조 오징어같이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질문과 상관없는 말이지만 요새 반건조 오징어를 먹으며 몸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농담으로 현장을 환하게 한 그는 이내 작품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도현을 연기하면서 너무 딱딱하지도 않고, 너무 탱글탱글하지도 않게 연기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과 많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며 "제가 주의하고 있는 점은 제 자신을 억누르려고 노력한다. 최대한 막 튀지 않고, 너무 낮지도 않게 하는 작업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 그 느낌이 시청자 여러분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작품 선택의 기준에 대해 "계획이 있다기보다는 '안했던 걸 계속해보자. 이전과 다른 느낌을 찾아보자'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본다. 계획을 한다고 해도 생각처럼 되지는 않더라"며 "요새는 정말 대본을 보고 제 마음이 움직이는지 혹은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지하게 작품 이야기를 하다가도 "기자님께서 재밌게 말해달라고 요청하셨는데, 제가 재밌게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유쾌하게 대답을 마무리했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앞으로도 안해본 작품과 안해본 모습들을 최대한 많이 보여드리고 싶은 게 목표다. 영화 '기방도령'도 '자백'과 전혀 다른 모습의 캐릭터로 준비를 하고 있다. 제 색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며 입대 전 열일 행보를 예고했다.
'자백'은 신현빈과 남기애의 이미지 변신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간 도회적인 캐릭터를 연기해온 신현빈은 "이번에는 명량, 털털하고 엉뚱한 면모를 가진 '하유리' 역을 맡았다. 유리라는 캐릭터는 털털하다 못해 자연인에 가까운 인물"이라며 "외적으로 꾸미는 게 별로 없어서 편하기도 하다. 부스스하고 짧은 머리에 화장도 많이 하지 않고, 옷도 편하게 입어서 오히려 대본을 더 볼 여유가 생겨 좋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가 밝은 톤이 아닌데, 제가 밝은 캐릭터를 갖고 있어서 그런 점에서 동떨어지거나 안 어울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을 신경 써서 연기했다"며 고충을 밝히기도 했다.
남기애는 중년의 나이에 엄마 외에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큰 기쁨을 표했다. 그는 "그냥 엄마가 아닌 직업이 있는 여성 역할이라고 해서 너무 좋았다. 제 나이대의 여배우들이 엄마 외에 다른 역할을 맡는 게 정말 쉽지 않다"며 "그간 제가 맡은 역할들이 밉상, 감정 업 다운이 심한 역할이 많았는데, '자백'에서 맡은 진 여사는 감정적인 부분이 배제된 이지적이고 냉정하고 명석한 인물이다. 제 나이대 여배우라면 모두 탐내하는 역할이고, 이 역할이 제게 온 것에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제작발표회에서는 이준호에 대한 동료 배우들과 감독의 칭찬이 식을 줄 몰랐다. 김철규 감독은 "이준호가 너무 잘해주고 있다. 보이스 컬러와 딕션이 정말 좋아서 변호사 캐릭터를 맡기에 대단한 강점을 가졌다. 항상 고민하고 연구하고 같이 이야기하려는 자세가 저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런 배우로서의 자세가 너무 좋다"고 극찬했다. 유재명은 "나이 차이가 안느껴질 정도로 어른스럽고 연기에 대한 집중과 노력이 보이는 배우다. 언제든 만나서 술 한잔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멋진 후배"라고 평했다.
극 중 이준호와 십년지기를 연기하는 신현빈 역시 "극 중 십년기지로 나와서 눈빛만 봐도 알아야하는데, 그런게 갑작스럽게 표현이 될까 서로 많이 고민했다"며 "막상 찍어보니 자연스럽게 잘 맞는 부분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즐겁고 밝은 이야기가 많은 드라마가 아닌데 이준호가 흥을 못참고 애드리브를 해서 현장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여기에 도현의 사무실에서 사무보조를 담당하는 진여사 역의 남기애는 "사위 삼고 싶다"고 이준호의 인간적인 매력을 칭찬했다.
글 이우정 인턴기자 / thestar@chosun.com
픽콘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