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언론시사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끊임없이 선택하고, 또,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의 목적은 하나다. 내가 좇고 있는 '나만의 우상'을 지키기 위해. '우상'은 각각의 선택들로 인해, 서로 얽히고설키게 된 세 사람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7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오는 20일 개봉을 확정한 영화 '우상'의 언론시사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이수진 감독과 배우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가 참석했다.
영화 '우상'은 본인만의 우상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해 나가는 세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수진 감독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들을 보며, 그 시작이 어디일까 혼자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제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 이 영화를 만든 계기였다"고 작품을 기획한 의도를 밝혔다.
"무엇을 믿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뭘 믿게 하느냐가 중요하잖아."
'우상'에는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남자,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찾아 나서는 남자, 그리고 사고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저마다 맹목적으로 지켜내려 했던 우상을 좇아 폭주하는 모습이 담긴다.
극 중 차기 도지사 후보에 거론될 정도로 존경과 신망이 두터운 도의원 구명회 역은 한석규가 연기한다. 그는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명예와 권력을 좇으면서, 스스로도 우상이 되고 싶어하는 인물.
한석규는 "구명회는 '우상'이라는 제목이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인물이다"라며 "명확한 콤플렉스가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이 됐고, 자신의 꿈을 펼치는 와중에 사건에 휘말리고, 그때부터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 인물이 무엇을 포기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한 지점인데 구명회는 한번도 다른 결정을 하지 않는다. 탐욕을 위해 달려가며 결국에는 목표를 이루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게 과연 구명회의 목적이 이뤄진 것일까. 금방 부서지는 허상이다. 구명회를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우리를 돌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특히 한석규는 이번 작품에서 선과 악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수진 감독은 "저는 명회가 치밀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악인이 아닌, 선과 악이 공존하는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명회가 계획하는 꿈이 있는데,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해서 올라가려고 하는 인물이다. 대사 중에 '자네는 드라마가 있잖아'라는 것이 있는데, 명회 스스로가 드라마를 써내려가고자 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하지 않는 행보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수진 감독은 "마지막 장면이 어쩌면 이 영화의 주제가 될 것 같다"며 "당혹스러울 수도 있고,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한석규는 "사람들의 목표라고 하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산다는 것이 중요하다. 구명회는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근데 '어떻게 살 것인가' 그것을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러닝타임이 143분인데도, 영화로 모자란 시간 같다. 바람이 있다면 퍼즐같이 조각조각난 이야기, 련화의 시선, 대사 등에서 요소요소마다 수수께끼처럼 따라갈 수 있는 신호가 있다. 관객들이 곱씹어보면서 그런 재미로 영화를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말해봐요. 당신이 나라면 어떻게 할거요?"
설경구는 세상의 전부였던 아들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죽게 되자, 절망에 빠지게 되는 유중식을 연기한다. 사고 당일 아들과 함께 있던 련화가 사라지자, 중식은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련화를 추적한다. 죽은 아들이 연루된 사고의 비밀을 파헤치는 집요한 부성애, 자식을 잃은 비통한 심정,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세상을 향한 분노가 뒤섞인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유중식 캐릭터가 왜 이런 결정을 하는지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유중식이라는 인물이 궁금했다"며 설경구는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유중식 캐릭터가 참 매력적으로 와닿았던 것 같다"고 작품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설경구는 "유중식의 선택과 결정이 참 이해가 안 돼서, 하면서도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며 "중식의 대사 중에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은 모르고'가 참 중식 같았다. 중식에게 어떤 우상이 있냐고 생각을 하는데, 장애를 가진 아들을 잃고 중식은 끝없이 어떤 선택을 한다. 선택이 선택으로 이어지고, 중식은 그러면서 가질 수 없는 핏줄에 맹목적이 된다"고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칼로 긁은 상처는 치료가 되지마는, 입은 아이대오"
중식의 아들이 사고를 당한 날, 현장에 함께 있다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여인 련화는 천우희가 연기한다. 그는 '우상'에 서스펜스를 불어넣는 결정적 캐릭터로, 구명회와 유중식, 두 사람은 사고의 중요한 열쇠를 쥔 련화를 각기 다른 목적으로 뒤쫓는다.
천우희는 "련화 같은 경우. 우상을 가질 수 조차 없는 인물이다. 일반적인 생존권이 갖처지지 않은 인물이다. 생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캐릭터인데, 평범한 것들을 갖고 싶어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그래서 극 중 가장 낮은 계급이고, 여성이지만,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강력한 인물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천우희는 "스스로 한계를 많이 느낀 작품이었다. 련화라는 캐릭터의 서사가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설명이 된다. 저 또한 상상을 많이 해야했다"며 "강하고 센 캐릭터를 많이 해봐서 이번에도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련화라는 인물을 6개월 동안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촬영 때 어려웠던 상황이 많았는데 선배님들과 감독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고 감사를 전했다.
한편 영화 '우상'은 '제 69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전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한공주'를 통해 남다른 연출 감각을 보여준 이수진 감독의 차기작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는 '우상'은 오는 20일 개봉한다.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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