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영화 '생일'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담담한 듯 단단하고, 힘이 있는 이야기다"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점에서 영화 '생일' 제작보고회가 열려 이종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 전도연이 참석했다. 이날 주역들은 담담한 모습으로 무대에 섰지만, 이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서 영화 '생일'을 준비하고 완성해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진심 코멘터리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을 본 후 이정언 감독은 작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제가 어떤 장면들을 쓰고 표현해내는 과정에 제 개인적인 해석이 개입될까 봐 그런 '거리 두기'에 가장 고민이 많았다"며 "편집을 마치고 안산에서 시사회를 열었을 때 유가족분들의 '고맙다.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며 마음의 짐을 털어놨다. 실제로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이종언 감독은 표현 하나하나에도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배우 역시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설경구는 "사실 제안을 받았을 때 스케줄 때문에 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고민을 많이 안 했다. 해야 할 것 같았다"며 "'벌써 이 영화를 만들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왜 아직도 안 만들어졌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스케줄을 급하게 끝내고 합류했다"고 말했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부담스럽고 선뜻 하기가 힘들었던 작품이었다"고 운을 뗀 전도연은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그런 부담감을 뛰어넘을 만큼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여서 좋았다. 그래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유난히 차분했던 현장은 극 중 예솔 역을 맡은 김보민 양의 깜짝 등장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보민 양과 부모로 호흡을 맞춘 설경구와 전도연은 어린 나이에도 현실적인 연기를 펼친 김보민이 '자극제'였다며 극찬했다. 설경구는 "보민 양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스펀지 같은 친구다"라며 "안 웃기면 정말 안 웃는다. 억지로도 안 웃는다. 마찬가지로 정말 슬퍼야만 운다. 진짜 연기를 하더라. 보민 양을 보면 더 몰입되고 자극을 받는다"고 칭찬했다. 전도연 역시 "보민 양은 순간의 감정에 충실해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순남의 모습이 나올 수 있었다. 새로운 자극을 느꼈다"고 평했다.
마침내 무대로 올라온 보민 양은 "전도연 엄마는 화내는 연기에서는 친엄마보다 무서웠다"면서도 "설경구 아빠는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조금 무서웠는데 촬영 끝나고 보니까 장난꾸러기시더라. 색연필, 물감과 같은 선물을 많이 사주셔서 좋았다"며 순진무구한 모습으로 현장을 훈훈하게 했다.
이처럼 제작보고회 내내 '생일'의 주역들은 '공감'과 '위로'를 강조했다. 이들은 곧 5주기를 맞이하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되새기고 '아직 잊지 않았다. 앞으로도 기억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했다. 전도연은 "관객들이 다가와 주셨으면 하는 영화"라는 한 마디로 작품의 의도를 함축했다. 설경구 또한 "저희 영화가 모든 국민들에게 작지만 위로도 하고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일으킬 수 있는 작은 물결의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영화 '생일'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둔 4월 3일 개봉한다.
글 이우정 인턴기자 / thesta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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