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길댁-뮤지션-예능인…그냥 모두 '이효리'(종합②)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이효리는 예상 밖의 선택을 하는 사람이었다.
처음 솔로 도전을 할 당시에도 그랬고, 여자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예능인으로 민낯을 드러내며 방송을 하는 모습도 그러했다. 그리고 이상순과 결혼하며 제주로 떠나 농사활동을 하는 모습 역시 분명 대중들이 이효리에게 상상했던 모습은 아니었을 것 같다.
제주에서 '소길댁'으로, 또는 '요가선생님'으로 바쁜 생활을 해오던 이효리가 다시 가수로 컴백을 선언했다. 4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는 이효리의 정규6집 'BLACK'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타이틀곡 뮤직비디오 상영을 비롯해, 수록곡을 미리 듣고 이에 대한 코멘터리를 듣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총 10트랙이 담기는 이번 앨범에서 이효리는 9곡의 작사, 8곡의 작곡에 참여했다. 그런 만큼 전곡 모두에 이효리의 색깔이 진하게 녹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인상이 깊었던 트랙이 있다. 9번 트랙인 '변하지 않는 건'은 현재의 이효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이효리 '변하지 않는 건'은 오랫동안 상하지 않는 식빵을 보며 자연스럽게 변해가야 하는 것들을 억지로 변하지 않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곡으로, 모든 것이 순리대로 변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은 이효리의 마음이 담겨있다.
이효리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TV에 몇 년 나오지 않으니까, 동네 초등학생들도 저를 모르고 이번에 아이유가 놀러왔을 때 난리가 났었다. 그래서 '이모도 연예인이야'라고 하면 시골 아줌마나 요가선생님으로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고, 눈에서 안 보이면 사라지는구나를 생각하면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것은 이효리를 보여주는 말이 아닐까. 누구보다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저렇게 소탈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털털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효리는 "화려함을 덜어내기 보다는 그 때처럼 예쁘지 않다는 직감이 있다. 그럴 바에는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있다.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것에 신경을 썼다"고 답했다.
솔로앨범 또한 이효리의 변화하는 색깔을 담아낸다. 시작 당시의 앨범이 자신 중심이었다면, 지금의 앨범은 좀 더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이효리는 "제 에고가 정말 강했고, '나 밖에 안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시간 동안,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됐다. 내가 최고가 아닌데, 무슨 음악을 하지 하면서 기다렸고,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소길댁의 모습, 뮤지션의 모습, 그리고 예능인의 모습까지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것 또한 그러하다. 정말 다채롭게 변화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효리다. 이효리는 "제 안에 그러한 모습이 다 있다. 저도 제가 헷갈리는데, 한 없이 소박한 것이 좋다가도 누구도 따라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한 것이 좋아지기도 한다. 예능에서 웃기는 것도 즐겁고, 진지한 음악 이야기도 좋다"는 생각을 전했다.
핑클의 이효리와 '효리네 민박' 주인인 이효리의 모습을 떠올리면,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지금의 제 모습이 원래의 저와 비슷하다. 부유한 집안도 아니었고, 특별히 잘난 구석도 없었다. 연예계에 데뷔하면서 나는 독보적이다라는 구분을 지으면서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사실 저도 똑같은 사람인데요."
"제주도에서 생활하면서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요즘 요가를 가르치는데 예전에는 말을 걸기도 어색했다면, 요새는 나도 똑같은 사람이지, 가수였을 뿐 이런 생각을 되뇌이기만 한다. 조금씩 옛날로 돌아가는 그런 기분이다."
한편 이효리 정규6집 'BLACK'은 오늘(4일) 저녁 6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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