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부는 사나이'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유준상, 조윤희, 신하균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 요즘 드라마판에는 이런 얘기가 오간다. 스타 작가와 감독, 화려한 출연진이 '어벤져스'급으로 출연해도 '흥행'은 작품이 나오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다.
새로운 드라마 장르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tvN이 이번엔 일촉즉발 협상극인 '피리부는 사나이'를 선보인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위기의 상황에도 끝까지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위기협상팀'의 활약과 시대가 낳은 괴물 '피리부는 사나이'의 대립을 그린다.
김홍선 감독은 "인생을 살다보면 여러가지 대화의 충돌이 있다. 그럴 때 대부분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게 된다. 그게 맞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인지, 소수의견은 항상 틀린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게 이 드라마의 시작점이다"라고 '피리부는 사나이'를 만들게 된 의도를 전했다.
'협상'이라는 소재는 국내 드라마로서는 신선한 소재다. 이에 류용재 작가는 "'협상'이라는 소재가 신선한데 반해 다뤄진 작품이 많이 없었다. 예전부터 할리우드 영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한국에 이런 직업이 있을지 궁금했다"고 기획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류 작가는 "조사를 하다가 미국 NYPD와 FBI에서 위기 협상 과정을 수료한 후, 2011년 우리나라에 위기협상 연구센터를 설립한 용인 경찰대학교 경찰학과 이종화 교수에게 강의를 부탁드린 인연으로 '협상'이라는 소재에 관심이 있어서 2주간 교육을 받았다. 자료 조사를 하면서 굉장히 흥미로운 사건이 많다고 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후에도 이종화 교수님의 도움으로 협상관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과 조윤희 등의 배우들과 교육을 받았다"면서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된 과정을 전했다.
김혜수·조진웅·이제훈이 주연을 맡은 tvN 드라마 '시그널'은 현재와 과거의 형사들이 오래된 미제 사건들을 다시 파헤친다는 내용의 '장르물'로 현재 시청률 9.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시청률이 잘나올리 없는 케이블 채널과 장르물의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시그널'은 웰메이드 작품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피리부는 사나이'의 흥행 가능성이 낮지만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류 작가는 "'협상'이 우리나라 뉴스로 전해지진 않지만 자주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테러와 같은 상황이 예측되는게 많다. 협상이 시작되면 인질범과 반대편에 선 경찰과 언론 등 여러 집단에서 현장에 모여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것이 긴박한 상황으로 풀어지는 '무력'의 과정이 아니라, 대화나 소통을 통해 성사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총과 칼이 오가기 직전에 한마디의 말, 상대를 이해하는 감정으로 상황을 풀어갈 수 있다는 점이 우리 드라마와 다른 장르물과의 차별점이다"라고 밝혔다.
극중 신하균이 맡은 주성찬은 과거 천재적인 기업 협상 전문가였고 현재는 경찰 위기협상팀 외부자문위원으로, 감정을 배제한 채 엄청난 경우의 수와 그에 따른 이해타산을 냉정하게 계산하는 인물이다. 조윤희가 맡은 여명하는 서울지방경찰청 경위이자 경찰 위기협상팀 소속 협상관으로 공감능력이 뛰어난 '굿 리스너'다. 위기협상가로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원석이기도 하다.
신하균과 조윤희는 '피리부는 사나이'에서 극명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신하균은 "조윤희가 맡은 여명하는 굉장히 감성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졌고 저는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인물을 연기한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서로 동화되는 과정이 극 안에서 재미있게 표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윤희는 '실제로 협상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사회자의 말에 "못할 것 같다. 협상관은 위기 순간에 말을 잘해야 하고 소통을 잘해야 하고 공감을 잘 해줘야 하는데, 그런 위기 상황에서 저는 당황할 것 같다. 쉬운 직업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이번 드라마를 위해서는 "경찰대 교수님이 실제 사례를 들어가면서 영상도 보여주고 현장 경험도 설명해줘서 작품과 캐릭터 연구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물은 유준상이 맡은 윤희성이다. 윤희성은 TNN 채널 나이트뉴스의 간판 앵커다. 방송사에서는 국장조차 쉬게 터치할 수 없는 입지를 다졌고, 정치권에서도 후일 정계 입문 가능성을 높게 사고 있다. 유준상은 "사회적으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을 하게 돼서 좋았다. 드라마를 통해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드라마의 의미를 잘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특히 유준상은 이번 역할을 위해 전작인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백지연 앵커로부터 레슨을 받았다고. 그는 "많은 이야기를 배우고 그 순간을 녹음하고 연습해서 많은 것을 찾게 됐다. 매우 좋은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유준상은 "그동안 협상 소재 드라마가 없었기 때문에 '피리부는 사나이'를 통해서 우리가 그동안 스쳐지나갔던 사회 현상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고 이야기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재미와 예상치 못한 스토리를 통해 신선한 이야기가 펼쳐질거라고 기대한다. 작품이 끝나고 속시원히 말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해 기대를 모은다.
한편, '치즈인더트랩' 후속 방송되는 '피리부는 사나이'는 오는 3월 7일 첫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월,화 밤 11시 방송된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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