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뷰] 김우빈-이준호-강하늘 '스물', 성(性)스럽게 '빵'터진다
기사입력 : 2015.03.16 오후 6:52
김우빈-이준호-강하늘 '스물' 리뷰 / 사진 : NEW 제공

김우빈-이준호-강하늘 '스물' 리뷰 / 사진 : NEW 제공


청춘영화라면 특유의 그런 게 있다. 뭔가 메시지를 주려고 하고, '아프니까 청춘이다'식의 위로나, 그래도 삶은 행복한 것이라는 교훈이나, 지금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아야 한다는 압박이나. 하지만 영화 <스물>에는 그런 게 없다.


영화 <스물>에서 김우빈, 이준호, 강하늘은 영화 속 대사처럼 '평생 함께한다는 고등학교 친구'다. 그리고 또 이들을 본 이유비의 말처럼 '우린 셋이 있을 때 무서울 게 많은 병신이었다' 또한 맞는 표현이다. 고등학교의 교문을 나온 이들은 각자의 길이 펼쳐진다. '경재'(강하늘)은 고스펙의 대학생의 모습으로, '동우'(이준호)는 꿈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쉴 새 없이 하는 재수생으로, '치호'(김우빈)는 뭘 하고 싶은지 알아보는 걸로.


하지만 이들이 모여서 하는 이야기는 결국 '섹스'다. "나 괴물은 되기 싫다"라며 마치 대단한 선언을 하고는 줄창 술을 마시고 줄곧 그(?)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실전 목격을 통해 배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치호'의 여심 사로잡는 노하우를 전수받는 '경재', '동우'는 관객을 폭소케한다.



이쯤에서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스물>을 이끌고 가는 중요한 부분은 '말맛'이다. 술자리에서 술자리로, '이름이 뭐예요'를 부르면서 웃프게만들 수 있는 힘은 연기로 빛을 발하는 '대사'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 대사는 '말맛'의 달인 이병헌 감독으로부터 시작된다. 영화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등의 각색가로 활약한 바 있는 이병헌 감독은 "제가 친구들 사이에서 20대 초반에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했다"라며 실생활 밀착 대사의 비밀을 전했다.


또한 <스물>은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 캐릭터들로 영화의 균형을 맞춰간다. 실제 고등학교의 교문을 지나온 친구들은 다양한 길로 향해간다. 물론 대학에 입학해서 취직을 하고, 결혼하고 인생의 절차가 정해진 듯 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일직선 같은 길은 사실 무수히 많은 갈래의 다른 길들이 있다. 치호, 경재, 동우는 각자의 길을 간다.


전작에서 '멋짐'을 지어온 김우빈은 '치호' 역을 맡아 "용돈은 주는 걸로 합시다"라고 부모님께 당당히 요구하고, '고추행성의 침공'이라는 파격적인 시나리오를 이야기하는 4차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강하늘 역시 엘리트에서 약간 어긋난 면모를 보여준다. 술마시고 오바이트를 뿌리며 알코올로 얼룩진 신입생 환영회의 부조리를 정면 비판하면서도, 짝사랑하는 누나 앞에서는 상상만으로 거사를 치룬다. 동우는 이들에 비해 평범한듯하다. '만화가'라는 꿈을 향해서 아르바이트를 풀가동한다. 하지만 결국 2대8 가르마로 현실을 택한 그는 눈물보다는 웃음을 준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만나면 다시 고등학교 친구로 돌아간다는 거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김우빈, 이준호, 강하늘 세 명의 케미가 누구보다 중요했다. 이들은 <스물>을 통해 만났다. 김우빈과 강하늘은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만난 적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친해진 건 <스물>을 통해서라고 했다. 강하늘은 <스물>을 찍는 순간이 너무 좋아서 만취 상태에서 숙소를 향해 "<스물> 사랑해"라고 고성을 외친 에피소드도 폭로된 바 있다. 실제로 동갑내기인 이들의 케미는 고스란히 전해진다.


영화 속에서 치호(김우빈)도, 동우(이준호)도, 경재(강하늘)도 각자 나름의 사랑을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이들을 성장하게 하는 하나의 발판이 된다. 치호는 제대로 된 쓴 사랑을 맛보고 꿈을 발견하며, 동우는 사랑을 지키는 법을 향하고, 경재는 가슴 아픈 두 번째 짝사랑을 끝내고 제대로 된 첫사랑을 이어간다. 이들의 사랑엔 특유의 로맨틱 코미디 같은 오글거림이 없다. 차라리 '개그콘서트'의 코너 같은 우연성과 웃음이 있다.


"뭐가 이렇게 뭐가 없냐"라는 허탈한 넋두리, "세상에 김연아-박태환만 있냐"라는 모서리에서 외치는 듯한 말, "어른이 될 생각은 안 하고 부자될 생각만 한다"는 현실 공감형 대사들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스물'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이래도저래도 웃을 수 있어서 '스물'로 담아낸다.


이병헌 감독은 "스무살 남자 녀석들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그렇게 많은 고민이 필요 없었던 게 그냥 친구들 생각했던 것 같다. 어설픔이나, 시행착오를 겪은 과정이나, 애써 머리를 굴려서 만들어 낸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구 이야기, 예전에 겪었던 이야기를 많이 생각한 것 같다"라고 가볍게 말했다. 그 가벼운 듯한 말이 어찌 보면 무거운 현실을 사는 우리들에게 웃음이라는 명쾌한 치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는 3월 25일 개봉.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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