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시봉',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노래 그대로 (리뷰)
기사입력 : 2015.01.26 오후 3:50
'쎄시봉' 한효주-정우-김희애-김윤석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제이필름,무브픽쳐스 제공

'쎄시봉' 한효주-정우-김희애-김윤석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제이필름,무브픽쳐스 제공


시대를 관통해 누구에게나 가슴을 울리는 노래가 있다. 감정이 있다. 그리고 이를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영화가 있다. 딱히 이를 '향수'를 자극한다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면, '쎄시봉'의 배경은 분명 70년대지만 이는 지금 우리의 얘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 <쎄시봉>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캐스팅부터 전 세대를 넘어 관심이 집중됐다. 그 시대를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관통해 지금은 '어른'이 되어버린 40대 이상의 층에게는 궁금증으로 다가왔고 정우, 한효주, 강하늘 등의 20대 '쎄시봉'의 인물들의 캐스팅에 현재의 청춘들 역시 열광했다.


<쎄시봉>은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중심으로 '쎄시봉트리오'가 된 윤형주(강하늘), 송창식(조복래), 오근태(정우)의 이야기와 함께 '민자영'(한효주)를 향한 세 사람의 마음이 음악과 함께 흐른다. 송창식의 명곡 '담배가게 아가씨'는 민자영에게 마음을 표현한 윤형주와 송창식의 모습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오근태의 고백 '개봉박두'로 설렘을 더한다.


김현석 감독은 '쎄시봉'의 실존인물인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선생님께 허락을 받기 위해 찾아갔던 에피소드로 시나리오를 보고 "우리가 주인공이 아니네"하셨던 선생님들께 제작자는 "선생님들의 노래가 주인공입니다"라는 명대답을 남겼다고 말했다. 그 표현 그대로다. 캐릭터와 배우들은 그 시대 '쎄시봉'의 노래에 녹아있다.


오근태의 우산 속으로 들어온 민자영에 설렘을 금치 못하는 근태의 심정은 '사랑이야'라는 노래 속에 모두 담겨있다. '단 한 번 미소에 터져버린 내 영혼'이라는 가사는 딱 그 심경. 무엇보다 영화의 주 테마곡 중 하나인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는 사랑에 빠진 근태의 마음을 백 마디 말보다 정확하게 말한다. 민자영의 "넌 날 위해 뭘 해줄 수 있는데?"라는 이기적인 질문에 근태의 대답은 노래였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음악에 담아낸 멜로영화다. 물론 기존의 멜로영화의 클리쉐를 그대로 답습하는 면도 있다. 첫 사랑, 그리고 첫 사랑에 빠진 남자, 70년대의 향수 코드. 하지만 이를 특별하게 만들건 음악이었다. 근태는 자영을 보며 그토록 잡히지 않던 기타의 'F' 코드를 잡게 되는 기적을 경험하고, 한번 배운 자전거 타는 방법을 잊지 못하듯 20년 만에 잡은 기타에서도 손가락은 'F'코드를 기억한다.


2인 1역의 캐스팅도 절묘하다. 오근태 역에는 정우와 김윤석이, 민자영 역에는 한효주와 김희애가, 이장희 역에는 진구와 장현성이 각각 20대와 40대로 등장한다. 전혀 다른 배우들 속에서 20대의 모습을 찾는 것은 영화 속의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 20대의 첫사랑을 보낸 변화의 크기는 크다. 하지만 그 감정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제작보고회 당시 김윤석이 당당하게 말한 "40대의 멜로가 더 진하다"는 말은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광식이 동생 광태>, <시라노:연애조작단> 등의 작품을 연출한 김현식 감독의 사랑 이야기는 역시 남성들의 마음에 박힌다. 남자가 공감하는 멜로는 흔치 않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많은 남자들은 "내 얘기 같은데"라는 말을 했다. 명시 같은 음악을 들으며 사랑의 기억을 꺼내는 경험, 굳이 '향수'라는 말보다 '한 편의 사랑 노래'라는 말이 어울리는 영화다. 2월 5일 개봉.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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