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페셜] 450만 돌파 '국제시장', 영화인 살리는 또다른 의의는 '표준계약서'
기사입력 : 2014.12.30 오전 9:44
영화 '국제시장' 촬영 종료 기념사진 / 사진 : JK필름 제공

영화 '국제시장' 촬영 종료 기념사진 / 사진 : JK필름 제공


대중들은 가까운 영화관을 찾아 요금을 지불하고 영화를 본다. 티켓 값은 예년에 비해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를 만드는 현장은 열악하다. 최근 전해들은 영화 현장의 막내 스탭의 임금은 약 백만원 선이었다. 그나마 세금을 떼면 손에 쥐어지는 돈은 백만원 이하. 스탭들은 바쁜 촬영 스케줄을 소화해야할 때는 일주일에 7일을 현장에 나가고, 약 16시간 이상 근무를 한다. 아르바이트 최저 임금으로 시급을 따진다면 현재 영화 현장의 일손들은 그에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현실을 스스로 바꾸려는 시도가 일고있다. 지난 17일에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은 그 선봉에 섰다. 140억이라는 큰 제작비가 소요된 작품이다. 제작비 상승이라는 측면에서는 부담이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제작한 JK필름 측은 "스텝들의 처우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들이 계속해서 꿈을 쫓아 나가는 것이 힘든 상황"을 말하며 표준계약서 이행의 의의를 전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http://www.fkmwu.org/)에 공개된 영화산업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근로시간은 1주 40 시간제를 적용하고, 1일 근로시간은 12시간으로 되어있다. 또한 근로시간이 4시간 이상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명시하며, 시간급 임금을 산정하도록 되어있어 막내의 경우에도 최저임금 이상의 금액을 보장한다.


하지만 현재 영화산업 표준계약서 이행은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이다. 영화 <국제시장>은 상업영화로서 처음 표준계약서의 조항을 이행했다. 이에 김명진PD는 "이전의 임금체계에서 비합리적인 부분이 다수 존재했다. 이를 개선할 수 있다면 당연히 동참해야했다고 생각했다"라며 "영화계에서 이전까지 관례대로 썼던 계약서보다 나은 형태의 계약이라면 그것을 선택하는 것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마침 투자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중이라 첫 신호탄이 되는데 기꺼이 응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 '국제시장' 스틸컷

영화 '국제시장' 스틸컷


변수가 많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12시간 근무시간은 지키기 어려운 조항일 수 있다. 날씨, 배우, 소품, 로케이션 등 다양한 변수가 원하는 장면을 찍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시장>은 이를 지켰다. 부득이하게 12시간 근무시간이 넘어가는 경우, 초과수당을 지불했다.


이에 김명진PD는 "하루 12시간 이상 촬영하게 될 경우 상당한 액수의 오버차지가 발생한다"라며 "되도록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대다수의 경우가 지켜졌다. 계획된 시간 안에 촬영을 마치기 위해서 각 파트의 스텝들이 모두 긴장했다. 모든 스텝들이 시간에 대한 개념을 갖고 촬영이 진행되는 것은 PD로서 더할나위없이 반가운 환경이었다. 모든 상황에 대한 준비와 시뮬레이션이 자연스레 되다보니 현장이 더욱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오히려 만족감을 표했다.


실제 <국제시장>에 주연 '덕수' 역으로 출연한 황정민 역시 "현장 분위기는 완전 나이스했다. 대부분 하루 촬영이 12시간 전에 다 끝났다. 그래서 서로 '진짜 끝났어? 이래도 돼?'라고 놀라기도 했다. 윤제균 감독이 워낙 잘하시는 분이라 정확하고 재밌게 촬영이 진행됐다. 다들 (<국제시장> 현장을) 부러워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말했듯 영화 <국제시장>은 제작비 140억원의 대작이다. 그만큼 표준계약서 이행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명진PD는 "<국제시장>의 경우 (표준계약서 이행으로) 약 3억원 정도의 순제작비 상승분이 있었다. 140억원의 대작이었기 때문에 이만큼 상승한 것이고, 중간 규모의 일반 상업영화의 경우 상승분은 대략 1억원에서 1억 5천만원 사이 상승분이 예상된다"라며 "전체 규모에서 대단한 규모의 상승폭은 아니다. 그리고 이 모든 상승분은 대부분 영화 스텝중 가장 임금이 낮은 막내급 스탭에게 돌아간다. 지금까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도제 시스템의 관행때문에 소외되었던 막내급 스텝에게 돌아가는 이같은 보상이 아깝거나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뷰에 응해준 김명진PD는 다른 제작사에도 추천할 의향을 묻자 "의견을 묻는 제작사가 있다면 당연히 추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의 표준계약서가) 여전히 수정, 보완되어야 할 점은 많다"라며 "이행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실제로 이행한 사람들간의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아직 영화계에서 표준계약서라는 단어는 생소하다. 퍼스트, 세컨드 이런 식으로 나눠진 서열식의 도제 시스템은 막내에게는 꿈을 위한 희생을 이야기했고 감독급들에게는 고생한 보람을 말했다. 하지만 김명진PD가 말했듯 '영화'라는 꿈을 함께 꾸는 영화인들이 꿈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도록 현장의 처우계선은 분명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


어린시절에는 아들로, 청년시절에는 가장으로, 아버지로 살아온 '덕수'(황정민)의 일대기를 담아 보는 이들을 가슴 따뜻하게 울리는 영화 <국제시장>의 또다른 의의는 황정민의 유명한 수상소감을 연상케한다. "60여명이 되는 스텝들이 멋진 밥상을 차려놔요, 그럼 저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거거든요. 근데 스포트라이트는 다 제가 받아요. 그게 너무 죄송스러워요."


영화 <국제시장>은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주말 이후 45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아버지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밥상이 차려진 현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영화 '국제시장' 포스터

영화 '국제시장' 포스터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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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국제시장 , 황정민 , 표준계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