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페셜] 임시완-이성민 '미생', 시청률 4%지만 40%같은 '순간이 빛나는 드라마'
기사입력 : 2014.11.05 오후 6:03
tvN '미생'의 배우 변요한-강하늘-김동식-이성민-임시완-강소라(왼쪽부터) / 사진: tvN 제공

tvN '미생'의 배우 변요한-강하늘-김동식-이성민-임시완-강소라(왼쪽부터) / 사진: tvN 제공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드라마 '미생'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미생들의 공감을 얻으며 전국민적 드라마로 부상하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 '미생'은 방송 5회만에 시청률 4.6%, 최고 6.0%까지 기록, 남녀 전연령대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의 영예를 안았다. 그야말로 지상파의 시대는 가고, 오로지 콘텐츠로 승부보는 시대가 도래했다. 시청률 뿐만 아니라 화제성, 작품성까지 모두 갖춘 '미생'이 시청자와의 교감에 성공한 이유를 알아보자.


'미생'은 '갑'들의 전쟁터에 던져진 까마득한 '을'의 고군분투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오늘 우리 회사원들의 눈물 겨운 우정 이야기를 그린다. 전파를 탄 6회까지는 프로 입단에 실패한 장그래(임시완 분)가 스펙도, 특기도, 경력도 없이 종합무역상사에 입사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그러졌다. 만능 신입사원을 원했던 상식(이성민 분)은 그래를 마뜩잖아 했지만, 머리보다 가슴으로 일하는 그래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그래 역시 '완생'으로 나아가는 날갯짓을 시작했다.


◆출생의 비밀·로코· 뻔한 스토리 NO, 직장 다큐멘터리 드라마 YES


'미생'은 출발부터 지상파 드라마와 달랐다. 지상파, 케이블 채널을 떠나 '미생'은 로맨틱코미디, 출생의 비밀, 재벌 이야기에 국한된 기존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공감 드라마로, 또 하나의 장르를 개척했다.


김원석 감독은 "제가 '성균관 스캔들'과 '미생'을 하고 싶어했던 이유는 우리나라 드라마 시장의 메인스트림은 로코, 메디컬드라마, 사극 등 몇가지 한정된 장르 외에는 만들기도 힘들고, 만들겠다고 얘기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라고 '미생'의 기획 계기를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미생'하면서 두려웠던 건 소시민의 삶을 다룬 미니시리즈 형식의 드라마가 저로 인해 10년 동안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건 제 책임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정말 잘 만들고 싶었고, 그 지점이 제일 중요했다"며 남다른 책임감을 보였다. 


특히 "제 경우 다큐멘터리와 예능을 보면서는 우는데 드라마를 보면서는 안운다"며 "리얼 예능에서는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사람들이 연기를 하는 건데 시청자들은 진짜 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감동하는 모습을 드라마에 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미생'은 도전적이다"고 걱정했다.



◆우리네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남녀노소 리얼공감 드라마


'미생'은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음. 또는 그런 상태를 뜻한다. 드라마의 배경이 직장이기 때문에 직장인만 공감할 수 있다는 건 '미생'을 보지 않고 하는 이야기다. '미생'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주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갑'과 '을'의 관계, 개개인이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세심하게 다루고 있다.


오상식 과장 역의 이성민은 "'미생'이 직장인만의 얘기였다면 여러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는데 한계가 있었을 거다. 배우들은 직장 안에서의 인간 관계를 연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드라마를 찍으면서 '미생'을 하겠다는 김원석 감독의 의지가 대단했고, 대본을 쓰는 정윤정 작가의 노고를 생각하면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진의 열정에 감동 받고 연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그래 역의 임시완은 "'미생' 6회 속 변부장님 접대신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 '나는 내가 먹고 싶을 때 술 마시지만 넌 남이 먹고 싶을 때 마셔야 되잖아. 간 괜찮냐'는 말이 참 와닿았다. 굳이 술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자기주도적인 삶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누군가가 필요해서 해야 하는 일 중에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삶에서 몇%를 차지할까 싶은거다. 그 장면을 보면서 어렸을 때 술 취해서 들어온 우리 아빠는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나서, 그 대사가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었다"며 '미생' 속 공감 대사를 짚었다.


◆"'미생'은 내 얘기"…향후 관전포인트? '순간의 감동' 전할 것


주인공이 이야기로 극이 채워져야 한다는 공식도 '미생'은 과감히 깼다. 6회에서는 박대리 역을 맡은 최귀화가 주인공이 된 에피소드를 다뤄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김원석 감독은 "아주 작은 감동의 순간이 소중한 드라마를 하고 싶었고, '미생'이 소중한 순간들이 보석처럼 빛나는 드라마를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지금은 악역으로 보이는 장백기가 우리를 감동시킬 순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주 작은 배역이라도 감동을 줄 수 있는 드라마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펙도, 특기도, 경력도 없이 종합무역상사에 입사해 고군분투하는 장그래가 '미생'에서 '완생'(바둑에서, 집이나 돌이 완전히 살아 있음. 또는 그런 상태)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건 우리 모두가 '을'인 동시에 '미생'이기에 그를 응원하게 되는 건 아닐까.


임시완은 "제가 평소처럼 연기하고 있는데 반응은 무서우리만큼 뜨거워 겁이 나고 신경도 많이 쓰인다. 그래서 덤덤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응이 뜨거운 이유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며 "세상의 모든 장그래에게 힘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모든 분들이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힘내'라곤 말 못하겠지만 위로의 말은 드리고 싶다"며 이 시대의 모든 '미생'들에게 기운을 북돋아줬다.


한편 '미생'은 매주 금토 밤 8시 30분 방송된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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