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 / 사진: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어제 곽도원 선배와 영화 얘기하면서 술 한 잔 간단하게 했어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박유천이 영화인이라면 으레 있는 전날 밤의 추억을 가볍게 풀며 오픈토크의 포문을 열었다. 첫 영화 '해무'로 관객과 만난 박유천의 영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오픈토크'는 지난 3일 오후 4시,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진행됐다.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영화 '해무'로 박유천은 '배우의 탄생'이라는 호평을 얻으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박유천은 "영화에 대한 매력을 많이 느꼈고 연기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해무'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문성근, 김윤석, 김상호 등 대선배들이 고량주를 건네며 편하게 다가와준 덕분에 편하게 연기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룹 JYJ의 멤버로 무대에 서며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지만, 박유천은 쪼리에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는 소탈한 스타이기도 하다. 마치 '해무' 속 동석과 닮아있는 모습이다. "'해무'에서 작업복을 입었는데 여태까지 입었던 캐릭터들의 옷 중에서 가장 편했다. 두툼하기도 했고 안에 많이 껴 입을 수 있고 누워있어도 아무도 안 말리는 옷이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스크린과 브라운관 앞에 서면 통과의례처럼 엄격한 연기 평가를 받곤 한다. 박유천은 연기도 잘하는 가수 겸 배우로 좋은 성적표를 받아왔다. 본인은 "단 한 번도 이 신을 잘 소화했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지만"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영리한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배우의 길을 앞두고 출발선에 섰을 때는 "박유천이 연기를 해야 하는 필요성을 대중이 못 느끼는 것에 대한 압박감을 느꼈고, 서글펐다"고 고민하기도 했다.
연기의 맛을 느끼게 되며 손의 감정을 전달하는 연기에 재미를 느끼게 됐고, 오열 연기는 체력 소비도 크고 짧은 시간밖에 감정을 유지하지 못해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해무'에서는 한예리와 베드신 이후에 기관실에 앉아서 신발을 신겨주는 장면이 마음에 들었다. 박유천은 "그 장면은 정말 진심이었다. 이 아이 때문에 정말 두려워서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마음으로 얘기했다. 화면을 보는데 소름이 돋았다. 연기가 아니라 그 마음을 감추려고 하는게 서글펐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몸을 쓰거나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캐릭터에 희열을 느끼고 대리만족을 느꼈다던 박유천은 "어제 부산에 오면서 사랑 얘기를 정말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영화 '클래식', '시월애'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고, 최근엔 '비긴 어게인'도 재미있게 봤다"며 로맨스 장르에 관심을 보였다. 함께 하고 싶은 여배우로는 "지금 드라마에 출연 중인 배우 정유미 씨와 해보고 싶다. 순한 이미지가 예쁜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박유천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오픈토크와 '해무' 무대인사를 통해 부산의 따사로운 오후와 낭만적인 밤을 더욱 아름답게 빛냈다.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준 팬들의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대답하며 톱스타의 매너와 매력을 과시했다. '배우로서 본인의 장점 세 가지를 말해달라'는 한 팬의 질문에 "목소리, 어깨, 그리고 속눈썹"이라고 답하며 "어릴 때는 쌍꺼풀이 없었는데 한 쪽 눈에 먼저 생기고 다음에 반대쪽 눈에 생겼다. 동생도 아버지도 그러더라. 아버지가 올려준 속눈썹에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10년째 박유천 팬이라는 한 남성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연말까지는 JYJ 활동을 할 예정이다. 지금 계속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데 내년 초에 무언가 보여드릴 수 있도록 검토할 생각이다"고 밝혀 팬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던 박유천은 자세를 낮출줄 아는 겸손한 스타 중 한사람이다. 매사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유쾌하게 말하지만 결코 무겁기만 하거나 가볍지만은 않은, 중심을 잡을 줄 아는 매력적인 스타다. 가요계와 드라마계에 이어 영화계가 스포트라이트를 박유천에게 비췄다. 배우 그 이상을 보여줄 박유천의 행보에 하나 둘, 관심 어린 눈빛이 몰려들고 있다.
한편, 영화 '해무'는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여섯 명의 선원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해무 속 밀항자들을 실어 나르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로, 지난 9월 9일 제3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한국영화로 유일하게 초청을 받아 호평을 얻은바 있으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됐다.
글 부산=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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