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뷰] 망가진 강동원-송혜교, 빛나는 '두근두근 내 인생'
기사입력 : 2014.09.03 오전 11:11
강동원-송혜교-조성목 '두근두근 내 인생' 리뷰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집 제공

강동원-송혜교-조성목 '두근두근 내 인생' 리뷰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집 제공


강동원 송혜교라는 조합이 마냥 비현실적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지하철을 타는 지극히 현실적인 장면만 10분 보여줘도 두 사람의 남다른(?) 비주얼에 호그와트행 기차를 타는 판타지 영화가 될 것만 같았다. 그런 두 사람이 부모가 됐다. 그것도 17살이 되는 날을 앞두고 80세의 신체를 가진 아들 '아름'(조성목)이를 둔 사연 있는 부모로.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별 기대가 안 됐고 매우 기대됐다. 칼을 휘두르는 그 선에 여자들의 마음이 후두두 열리게하는 슬픈 눈의 강동원이라, 사랑스러운(?) 몸매에 인형같은 미모의 송혜교라, 그리고 개봉을 하지 않아 많은 사람이 보지 못했을 영화 '카멜리아'속 단편 '러브 포 세일(Love for Sale)'(감독 장준환)에서 제대로 판타지적 커플을 완벽히 보여준 두 사람이 부모라니. 영화 내용을 떠나 '두 사람 정말 사귀는 건 아냐!?'라는 생각으로 궁금증이 들었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두 사람은 여전히 예쁘고 잘생겼다. 하지만 극 중 캐릭터는 외모보다 마음이 더 예쁜 사람들이다. 죽을 날을 세는 아들을 바라보는 대수(강동원)와 미라(송혜교)는 영화 속에서 마냥 울지도 마냥 비통해하지도, 그렇다고 대놓고 '울어라!' 외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덤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고 있고, 그 시간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대수는 아름이의 치킨값이라도 벌고자 쉬는 날에도 아르바이트하며 한 푼이라도 더 모으고자 한다. 이러한 일상적인 생활 속에 때로는 꿈에 그리는 '소녀시대'의 멤버 '태티서'를 만나는 날도 있다.

아름이를 위해 뭐든 하는 아빠 '대수'는 정작 자신의 '아버지'(김갑수)를 잊고 살았다. 강동원은 언론시사회 현장에서 "아들로 33년을 살아온 저에게 아들인 대수와 아버지가 만나는 장면이 가장 몰입이 잘됐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리허설을 하는 게 힘들어서 바로 촬영에 들어갈 정도로 가슴에 남았다"라고 말했다. 해당 장면은 그의 말대로 누군가의 '아들과 딸'로 살아온 이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장면 중 하나.

'미라'는 송혜교의 말대로 "친구 같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든 살의 신체나이를 가진 아름이가 사람들의 시선을 무거워할 때 "난 17살에 애 낳은 여자야"라고 길가에서 당당히 소리칠 수 있는 게 미라다. 아름이를 생각하며 대수에게 '엄마'만이 알 수 있는 '때'를 준비하는 송혜교의 모습은 무너져내리기보다 덤덤하려 자신을 붙잡아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히든카드'로 알려진 '아름'이를 연기한 조성목은 이재용 감독의 말대로 '보물'이다. '아름' 역을 두고 100명이 넘는 오디션을 봤던 이재용 감독은 "오히려 연기 경험이 많지 않아서 더 순수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연기를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감독의 믿음대로 조성목은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름'이를 맡아, 첫 연기임에도 대 선배님인 백일섭과 친구같은 케미(?)를 보여주며 공감을 높인다.


또한 '여배우들',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를 연출하며 다큐멘터리 형식을 영화에 빌린 페이크 다큐의 탁월한 재능을 보여준 이재용 감독은 '두근두근 내 인생'에도 적재적소에 휴머니티 방송을 차용한 액자식 구성을 만들어 상황을 누구보다 빠르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동시에 방송이 끝난 후, 관객들에게 또 다른 몰입감을 똘똘하게 제공한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착한 가족 영화다. 억지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수와 미라 그리고 아름이의 가족은 영화라는 경계를 떨어뜨리기는 힘들다. 미라가 보여주는 친구같은 모성애, 대수가 아들로서 그리고 아빠로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가족'이라는 말로 관객들의 가슴을 치지만 영화 속에서 이들은 '세' 명의 인생을 보여줘 한 명에게 계속해서 감정을 이입해가기 어렵게하는 단점이 있다.


영화 속에서 미라는 대수의 좋은 점을 '키가 크고 착하다'라고, 또 나쁜 점을 '키가 지나치게 크고 착하다'라고 적는다. 이를 빗대 영화를 말하자면 '두근두근 내 인생'은 '착하고 따뜻하다' 그리고 '착하고 지나치게 따뜻하다.' 가족이 모이는 추석, 그 소중함을 전해줄 특별한 대수, 미라, 아름이의 이야기는 오는 9월 3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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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강동원 , 송혜교 , 조성목 , 두근두근 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