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들' 주지훈 / 사진: 더스타 현성준기자,star@chosun.com
딱 보고 끝인 영화가 있는 반면, 뭔가 남아서 결리는 듯한 영화가 있다. '좋은 친구들'은 필자에게는 두 번째였다. 그리고 영화를 놓고 대화를 나누다보니 주연을 맡은 주지훈에게도 그러지않나 싶다.
10일 개봉한 영화 '좋은 친구들'(감독 이도윤)에서 주지훈은 지성, 이광수와 함께 어린시절부터 함께 자란 둘도없는 친구사이로 등장했다. 세 사람의 친구 조합이 일단은 낯설었고, 텁텁한 담배냄새가 묻어있는 듯한 스틸컷을 보고 남자들의 세계를 담은 액션 영화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들은 포장마차에서 만나도 자연스러울 법하게 어울렸고, 액션보다 독한 드라마를 품고있었다.
주지훈은 '좋은 친구들'을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얘기라서 택했다고 말하며 "물론 영화니까 큰 사건을 빌어서 영화를 전개해 나가지만 그 안에 흐르는 감정과 감성은 되게 일상적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밝혔다.
'좋은 친구들'에서 주지훈은 인철 역을 맡았다. 인철은 쉽게 말하면 양아치같은 캐릭터로 습관적으로 민수(이광수)의 뒷통수를 때리며 나타나고 입에는 담배와 술을 물고 살며, 돈을 목표로 두고는 옳지 않은 일도 행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런 인철을 그대로 담아낸 주지훈은 심지어 스크린에서 잘생겨 보이지가 않는다.
"그게 일종의 목적이니까. 일상 사는 사람들의 얘기를 하는거라 살도 찌운거고. 살을 찌운다라고 시나리오에 있던 건 아니지만 친구들이랑 맨날 술먹고, 일반 직장다니고, 회식도 잦을 거고 이런 캐릭터인데 배에 왕자가 있으면 이상하잖아요."
무엇보다 인철은 '좋은 친구들'에서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인물이다. 이에 "그게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우리 영화에서 아무도 악의가 없어요. 인철이도 그렇고. 하지만 관계 속에서 압박이 생기는 거잖아요. 참 인생이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선의로 하는 행동이 상대방에게도 선의일 것이냐, 그건 모르는거죠"라고 주지훈은 답한다.
지성, 주지훈, 이광수의 변해가는 감정이 '좋은 친구들'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좋은 친구들'의 촬영 일정은 제작진의 배려로 시나리오 흐름과 같았다. 그래서 주지훈에게 개인적으로 남은 장면이 있다. "만족도라기보다 좋아하는 장면이 있어요. 극 초반에 유리(극 중 지성의 딸) 생일 때 셋이 모이는 장면 있잖아요, 십 몇년의 세월을 응축해서 이 세 사람의 우정을 보여주는 건 딱 그 한 장면밖에 없어요. 그 때가 그 뒤로 '좋은 친구들' 촬영을 하면서도 청사진처럼 남아있었어요."
1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보내온 현태(지성), 인철(주지훈), 민수(이광수)이기에 결말 부분에서 회한을 느끼는 현태의 모습은 더욱 아리다. 주지훈 역시 영화 속 인철처럼 마지막엔 차마 현태에게 아무말도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럼 주지훈에게 '좋은 친구들'은 어떻게 남을까?
"이 작품이 1월부터 4월까지 찍었거든요. 33살의 봄으로 남겠죠. 극이지만 나는 진짜로 했고, 그 시간을 살았으니까."
한편, 주지훈, 지성, 이광수가 열연한 영화 '좋은 친구들'은 10일 개봉해 절찬 상영 중이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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