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영화 '장산범'의 배우 염정아 / NEW 제공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만난 배우 염정아. 그녀 어느 덧 데뷔 26년 차다. 평소 말 수가 적었던 터라, 인터뷰를 하면 재미없을지도 모르겠다며, 그저 출연 작품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바르게 임했던 염정아다. “감독님은 전작 흥행이 잘 돼 ‘장산범’이 부담스럽다고 하던데, 전 오히려 반대예요. 솔직히 오늘 기분 업이거든요.(웃음) 주변 분들, 언론 등 나름 평이 나쁘지 않아요. 아쉬운 점이라면 제 연기죠. 좀 더 디테일 하게 들어갔어야..”
그녀 필모그래피 중 유독 공포물(스릴러)이 뜸했던 터라, 그 장르의 대표작 중 <장화, 홍련>(김지운 감독/2003)이 떠오른 건 당연했다. “지금까지도 기억을 해주시는 거 보면 역시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 작품에 출연한 거 자체가 운이 좋았죠. 이번 ‘장산범’에선 문근영 아닌, 7세 소녀 신린아와 함께 했는데, 어린 친구가 대단해요. 감독님의 디렉션을 성인배우도 한번에 이해하기 힘든데 바로 알아 듣고 오케이 컷을 끌어내다니..저 또한 만족스럽니다.(웃음)”
<장산범>의 모티프는 어릴 적 한번쯤 접했던 전래동화 [해님,달님]. 이에 대해 염정아는 “어른이 되니 오히려 그 이야기가 너무 무서운 거예요.(웃음) 앞서 언급한 ‘장화,홍련’도 마찬가지죠.”라고. 덧붙여, 그녀는 “가장 무서운 건 촬영장에서 거울을 통해 가끔 제 얼굴을 보면 섬뜩해요.(웃음)”라고 농을 던졌다.
2017 여름 극장가에 유일무이한 한국형 호러물이라 <장산범>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냐는 질문에 염정아는 “큽니다. 요즘 한국영화계에 여배우 기근도 걱정이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투자자들이 남자배우 편으로 스코어를 신경 쓰다 보니 그런 듯 한데요. 그래서인지, 이 작품 잘 돼서 여배우들이 좀 더 활발히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염정아는 곧 데뷔 30주년을 맞는다. “촬영장에 가면 감독님들도 저 보다 어려요, 하하! 그럴수록 제가 더 어른스럽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연예계에 발 들여 놓은 지 한참이 지났지만, 부스럼 없이 잘 버틸 수 있었던 건 제 스스로가 해선 안될 일과 해야 할 일을 정확히 구분하는 거죠. 매사 실수를 안 하려고 노력 중이고요. 예전부터 전 밤에 잘 돌아다니지 않았어요.(웃음) 술은 집에서, 요즘엔 영화 ‘카트’로 친해진 문정희씨를 자주 초대해서 상대 부부끼리 오손도손 이야기 꽃을 피우는 게 전부랍니다.”라고 지난 소회를 밝혔다.
염정아는 부지런하다. 그녀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은근 배우 활동과 가정사를 동시에 잘 챙긴다. 그의 올해 소망은 “영화나 드라마든 꼭 한편 출연하는 것”과 “두 아이의 2학기 준비 잘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배우 염정아의 직업에 대해서도 차근히 설명해 준단다. “’여선생과 여제자’를 보여줬어요. ‘엄마 직업이 이거구나’하고 알려주려고요. 만약 애들이 커서 제 길을 원한다면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재능이 있는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가늠해서 허락해 줄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염정아는 “지금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요. 믿기 어렵겠지만, 평소 개그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최근 ‘라라랜드’를 인상 깊게 봤는데, 뮤지컬 도전은 안 하려고요. 노래도 잘 못하고, 예전엔 춤 추는 걸 좋아했는데…나이 탓만 하게 되는 걸요, 하하하!” <장산범>의 개봉을 앞둔 염정아는 <범죄의 재구성>(최동훈 감독/2004)의 왕성한 활동을 떠올리며 기운이 팍팍 돈다고 했다. “’배우 염정아, 느낌 좋네요, 하하하!”
염정아가 출연한 영화 <장산범>은 8월 17일 개봉한다. 이 작품은 전작 <숨바꼭질>로 560만 관객을 동원한 허정 감독의 차기작으로,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린다는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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