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송강호-유아인, 역사가 맨살에 닿는 위-아래의 이야기 (리뷰)
기사입력 : 2015.09.04 오전 9:52
'사도' 송강호-유아인, 역사가 맨살에 닿는 위-아래의 이야기 (리뷰) / 사진 : 쇼박스,조선일보일본어판DB

'사도' 송강호-유아인, 역사가 맨살에 닿는 위-아래의 이야기 (리뷰) / 사진 : 쇼박스,조선일보일본어판DB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산다. 아이가 어른이 되면서 그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넓어진다. 부모님의 아들이기만 한 적도 있었는데, 자라면서 한 가족의 일원이, 누군가의 친구가, 제자가, 부하직원이, 상사가 된다. 관계는 적어도 예를 중시하는 우리들에게는 위와 아래를 만든다. 지금도 그렇고, 영조와 사도세자가 살았던 1735년에도 그랬다.


영화 <사도>는 사도세자가 영조의 명으로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기까지의 8일간을 담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로 오간다. 아들을 뒤주에 가두고 스스로 못질을 하는 아버지 영조의 얼굴에서 젊은 시절 영조로 넘어가 붓글씨를 쓰는 어린 아들을 보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흔을 넘어 갖게 된 아들에 영조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흐르는 날짜에 교차된 시간은 멈춰있지 않다. 아이는 성장하고, 어느 순간 글 공부보다 그림 그리는 것과 노는 것을 흥미를 느낀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이 마음에 차지 않는다. 세자를 보며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게을리 하다니"라는 영조의 말은 어딘가(?) 낯설지 않다.


송강호가 보여주는 영조는 왕의 모습만을 그리지는 않았다. 학문을 중요시하는 우리의 아버지들과도 연결되어있다. 40년이라는 시간을 <사도>에서 보여주면서 아들에 대한 기대감과 실망감을 왕이지만,그 역시 한 명의 인간으로서 들려줘야했다. 송강호 덕분에 '영조'는 입체성을 띈 왕으로 관객들에게 다양한 해석의 문을 열어준다.


"왕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대중들의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깨고 싶다는 생각보다, 왕도 인간이고 아버지라는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송강호는 시사회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사도>의 객석에서 사이사이 웃음 소리가 가능했던 것은 송강호였기에 가능했다.



'영조'에게 '세자'는 아들이자, 왕의 자리를 앞둔 이였다. 이 간극은 크다. 영조는 어린시절 세자가 아니었다. 형인 경종이 아들을 두지 않고 일찍 승하하게 돼, 왕의 자리에 올랐다. 그때문에 영조는 왕위에 오른지 몇년이 지나도록 형인 경종을 독살하고 왕의 자리에 올랐다는 논란을 안고있다. 자신이 그렇기에 '세자'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세자가 완벽한 왕이 되기를 바란다. 대리청정 위해 신하들 앞에 서기 전, 세자의 옷 매무세를 가다듬으며 "잘하자, 자식이 잘해야 아비가 산다"라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실망으로 변한다. 대리청정에 자리에 오른 세자 마음에 차지 않던 영조는 결국 신하들 앞에서 "너가 국방에 대해 뭘 알아? 함경도에 가봤어?"라며 큰 목소리를 낸다. 영조와 세자는 엇갈리기 시작한다. 작은 각도의 변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큰 거리를 만든다.


<사도> 속에서 송강호와 대립각을 펼쳐야했던 유아인은 놀랍다. 유아인이 <베테랑>에서 악역에 첫 도전했을 때, 사람들은 신선하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 신선함이 <사도>에서는 놀라움으로 바뀔 것이다. 유아인은 뒤주 속에서 죽음을 맞기까지 8일의 시간의 미묘한 변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8일과 교차된 시간 속에서 아버지에게 순종적인 아들에서, 아버지를 향해 칼을 쥔 아들까지의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준다. 울분에 찬 유아인의 모습은 송강호가 보여준 아버지처럼 현실의 피부로 다가온다.


유아인은 <사도>의 관전포인트로 "이 세상 모든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자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이라고 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사도> 속 송강호와 유아인의 사이는 현실 속 부모와 자식이, 선배와 후배가,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의 그것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사도>는 결국 "너가 뭘 알아?"라는 위와 "그래, 다 제 잘못입니다"라는 울분에 찬 대답을 내놓는 아래의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현재를 사는 모든 관계 속에서 위에 있는 사람에게 혹은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 맨살로 느껴지는 공감 코드를 제공한다. 오는 9월 16일 개봉. 러닝타임 125분.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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