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친구들' 주지훈-지성-이광수 / 사진 : 오퍼스픽쳐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나를 웃게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가장 슬피 울게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오는 10일 자신이 아끼는 사람이 있다면 공감할 수 있는 영화 '좋은 친구들'(감독 이도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좋은 친구들' 속에는 학창시절부터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누며 자란 현태(지성), 인철(주지훈), 민수(이광수)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은 현태 부모님의 강도 화재사건을 겪으며 각기 다른 방향으로 관계가 어그러진다.
'좋은 친구들'에는 잔인함이 없지만 아프게 하고 자극적인 장면도 없지만, 청소년 관람불가임이 납득이 간다. 그리고 그 힘은 '현실'이라는 것에서 나온다.
'좋은 친구들'의 개봉 전 지난 2001년에 개봉한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와 비교되는 글이 있었다. 영화의 제목에서 '친구'라는 단어가 겹치는 것처럼 두 영화는 '우정'이라는 교집합이 있다. 하지만 '친구'가 영화의 극적인 면을 높이기 위해 '조직폭력배'라는 소재를 가지고 온 것과 반대편에 영화 '좋은 친구들'이 있다.
일단 주인공인 현태, 인철, 민수 중 누구 하나 특별한 직업군이 없다. 소방대원, 보험설계사, 주류 배달부가 각각 이들의 직업이다. 또한, 이들의 관계성 역시 돋보인다. 현태는 인철과 민수의 중심축인 든든한 맏형 같은 존재다. 이들에게 집 반찬을 싸주는 자신같이 따뜻한 마음씨의 아내가 있는 캐릭터다.
'양아치'라는 단어와 연결될 수 있는 인철은 매번 모자란 듯 착하기만 한 민수의 뒤통수를 습관적으로 치며 유머러스한 말투와 다소 거친 입담으로 세 친구의 웃음과 크고 작은 불화들을 만들며 우정을 공고히(?) 한다.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이 발붙이고 서 있는 현실 속에 세 사람이 위치한다는 거다. 말이 많은 사람, 적은 사람, 성격이 거친 사람, 소심한 사람 등 일상의 성격 군이 직업군과 함께 영화 속에 담겼다. 이는 보는 이가 '내 친구 중에 저런 사람 있어'라는 공감이 우러나올 수 있도록 만든다.
'좋은 친구들' 속 훤칠하고 잘생긴 세 배우 지성, 주지훈, 이광수는 이를 위해 자신들의 외모에서 나는 광채를 지웠다. 실제 주지훈은 인터뷰 현장에서 영화 속에서 잘생겨 보이지 않더라라는 말에 "그게 일종의 목적이니까. 일상사는 사람들 얘기를 하는 거니 살도 찌운 거고"라며 "친구들이랑 맨날 술 먹고, 일반 직장 다니니 회식도 잦을 거고 이런 캐릭터인데 배에 왕자가 있으면 이상하다 생각했다"라고 일상성을 강조했다.
그렇기에 영화 속 '좋은 친구들' 사이인 현태, 인철, 민수 중 그 누구에도 악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의 결과는 큰 차이를 가져온다. 어린 시절 친구에게 돌려주지 못한 책 같이 마음속에 가시로 남았던 것처럼 어른이 된 후 친구사이의 가치는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이를 마지막까지 '좋은 친구들'은 같은 가치를 달라진 크기로 얘기해 관객들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좋은 친구들'의 결말은 다분히 누아르 적이다. 하지만 이를 보는 당신 곁에는 여전히 기댈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 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기적인 것처럼 당신이 아끼는 사람이 당신 곁을 지킨다는 것 또한 기적일 수 있다. "관객들이 '좋은 친구들'을 보고나서 친구들과 소주 한잔 했으면 좋겠다"라는 주연 배우의 바람은 그래서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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