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 한지민, 현빈-이서진 두 정조의 여인 / 사진 : 영화 '역린' 스틸컷', MBC '이산' 홈페이지
한지민이 날카로운 독기를 내뿜었다.
현빈, 정재영, 조정석, 조재현, 한지민, 김성령, 박성웅, 정은채가 한 작품에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2014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이 지난 22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시사회를 진행하며 베일을 벗었다.
영화 '역린'은 정조 1년에 일어난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궁궐 안에서 왕인 정조의 목숨을 노린 24시간을 2시간 15분여에 걸쳐 담아냈다. 특히 '역린' 속에서 한지민은 정조를 맡은 현빈의 할머니인 정순왕후를 맡아 선한 얼굴 속에 독기 서린 날카로움을 보여준다.
한지민이 맡은 정순왕후는 역사 속 인물만으로도 흥미롭다. 정조의 할아버지이자 선왕이었던 영조의 계비인 정순왕후는 15세에 51세 연상인 영조와 국혼을 치르고 왕비로 책봉된 인물이다. 그는 노론 가문의 사람으로서 소론에 우호적이었던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와 영조의 사이를 이간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지민은 지난 20007년 드라마 '이산'에서 정조(이서진)의 사랑을 받는 의빈 성씨인 성송연 역을 맡아 정조뿐만 아니라 안방극장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역린'에서는 정조와 가장 반대편에 선 인물로 조재현과는 또 다른 악의 축으로 임한다. 이에 대해 한지민은 앞선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정조와 인연이 깊은 작품을 하게 됐다"라며 "악역이니까 라는 생각보다는 정순왕후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아이러니하게 정조를 사랑했다 이런 연기를 하게 됐는데 배우로서 또 다른 역할에 도전하게 되어서 뿌듯하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또 한지민은 궁의 최고 야심가인 악역 정순왕후를 맡은 것에 대해 "연기 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역린'에서 제안을 주셨고 저도 욕심이 났다. 함께한 배우들만으로 참여하고 싶었다"라며 애정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말투가 다르다 보니 사용하는 말도 다르고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역사 공부도 해야 했다"라며 정순왕후를 연기하는데 고충을 밝히기도 했다.
'역린' 속 한지민은 낯설다. 현빈과 나누는 대화들은 그를 강인한 개혁군주, 정조로 거듭나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야 했다. 한지민은 독기를 품은 모습을 보였지만 다소 과장되어 보이는 말투는 보는 이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또한,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궁궐에서의 24시간을 담아낸 '역린' 속에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캐릭터를 설명하는 시간은 오히려 극의 긴장감을 떨어트리며 정조(현빈)과 가장 강력히 맞서야 하는 정순왕후(한지민)의 힘을 무디게 만든 아쉬움이 있다.
한지민이 보여주는 정통 사극 속 악역은 그 도전만으로도 새롭다. 앞서 드라마에서 환한 미소와 선한 눈매는 남심을 사로잡은 한지민의 주 이미지였다. 하지만 '역린'에서 한지민은 혜경궁 홍씨(김성령)의 뺨을 주저없이 내려치고, 차가운 눈매를 지니며, 현빈을 자신의 발 앞에 무릎 꿇게 만든다. 아쉬운 면이 지적되지만 한지민의 새로운 도전은 그녀의 연기의 폭을 넓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편, 한지민과 현빈이 강렬히 맞서는 영화 '역린'은 오는 4월 30일 개봉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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