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조선일보일본어판DB
지난 25일 오후 8시 50분 SBS를 통해 생중계된 제3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배우들의 재치 있는 수상 소감들이 하늘의 별처럼 빛났다.
인기스타상은 공유, 고수, 김혜수, 최강희가 받았다. 먼저 수상소감을 말하게 된 공유는 “철저하게 외로운 영화가 될 거라 생각한 게 제 오만이었단 걸 알려주신 470만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함께 무대에 선 고수는 콧물이 흘러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며 연신 코를 훔쳤다. 그는 사회자 이범수가 건넨 손수건을 받아 코를 푼 후 “제가 보름 동안 감기로 고생하고 있어서 콧물이 주르륵 흐르네요.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라고 말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인기스타상 여자 수상자인 김혜수가 “내가 받을 상이 아닌 것 같다. 실제 정말 인기가 많으셨던 분들에게 송구하다”라며 겸손한 수상소감을 말했다. 김혜수는 또, 함께 인기상을 수상한 최강희를 보며 정말 깜찍하다, 요정 같아 보인다고 칭찬하자 최강희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인기상을 받게 됐나 봐요. 자주 인기상을 주시니 제가 인기 있는 걸로 오늘부로 정리하겠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다음 순서로 남우조연상과 여우조연상이 발표됐다. 남우조연상은 최종병기 활에서 조연으로 명품 연기를 선보인 류승룡에게 돌아갔다. 류승룡은 “장모님이 위독하셔서 슬퍼하는 와이프에게 조금이나마 기쁨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 사랑하는 두 아들과 오늘의 기쁨 나누고 싶다”고 말해 다정한 남편과 듬직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줬다.
여우조연상 수상자에 김수미의 이름이 호명되자 김수미는 함박 미소를 지으며 시상식 계단을 올라왔다. “항상 모든 영화제에 후보자로 노미네이트 됐는데 한 번도 못 받았어요. 역시 받으니까 기분이 좋네요. 저 받을만 하죠?”라며 “후배님들은 앞으로 기회가 많지만 난 별로 없어요. 제가 좀 받을게요”라고 말해 시상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여우주연상 후보이자 시상자로 나선 탕웨이는 이날 “영화 '만추' 촬영 당시 부친이 위독해졌는데 간호하던 모친까지 편찮아지셨다. 하지만 촬영이 끝날 때까지 그녀의 부모님은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처음엔 당황했지만 나중에 그분들의 그러한 사랑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라며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전해 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남우주연상을 받은 박해일의 소감이 이어졌다. 박해일은 “정말 멋진 선배들, 쟁쟁한 동료들과 후보에 올라서 기쁠 따름이었는데 내게 줘서 감사하고 부끄럽다. 청룡 신인남우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었는데 고추장을 주더라. 어머니가 좋아하셨는데 이번에도 주는 지 참 기대가 크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살짝 모자를 벗어 삭발한 모습을 공개한 그는 “배우가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면 정말 쉬운 직업이 아닌 것 같다. 이런 걸 감내하라고 주는 상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라고.
마지막으로 이날 감독상과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류승완 감독을 대신해 수상대에 오른 부인 강혜정 씨는 “류승완 감독이 ‘난 세상의 모든 부당거래에 반대한다. 그래서 난 지난 22일에 있었던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해 장내 분위기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시상자로 나선 스타들의 말실수와 재치 있는 언변도 웃음을 참을 수 없게 했다. 사회자 이범수는 여우주연상 후보인 김혜수에게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몇 번 받았다. 올해는 여우주연상 상금이 올랐나”라고 묻자 김혜수는 “청룡영화제는 수상 상금이 없다. 그 만큼 명예로운 상”이라고 위트 있게 답했다. 이어 김범수가 “그럼 고추장은 주는 거냐”고 말하자 김혜수는 “네, 고추장은 줍니다”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또한 시상자로 나선 변정수는 “오늘 내 드레스가 '새 둥지' 같다는 말을 들었다. 내 얼굴은 알 같지 않냐”며 함께 시상하러 나온 파트너 이광수에게 오늘 의상 컨셉이 뭐냐고 물었다. 올 블랙 턱시도를 입은 이광수는 당황하며 “검은색에 흰 색을 더했어요”라며 특유의 말투로 웃음을 줬다.
글 더스타 이은정 인턴기자 / thesta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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