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음원차트 1위…"추운 겨울 위로 되길" 소감문 화제
기사입력 : 2018.01.12 오전 10:07
김동률 음원차트 / 사진: 뮤직팜 제공

김동률 음원차트 / 사진: 뮤직팜 제공


김동률 음원차트 1위를 탈환해 화제다.


지난 11일 공개된 김동률 '답장'은 12일(오늘) 오전 9시 기준, 멜론, 엠넷, 벅스, 네이버뮤직, 올레뮤직, 지니뮤직, 소리바다 등 7개의 음악사이트에서 실시간차트 1위에 올랐다.


김동률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한 '답장'은 3년 3개월만에 발표된 새 앨범으로, 유명 디자이너 아게하(Ageha)의 앨범 커버아트부터 영국에서 런던 심포니와 오케스트라 녹음까지 연일 화제를 모으며 주목을 받았다.


김동률은 음원 공개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긴 소감문을 게재하며 앨범 발매에 대한 진심어린 생각을 전했다. 김동률은 "꽤 오래 전부터 앨범을 만들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앨범이 은퇴 앨범이 되더라도 부끄럽지 않게 만들자'"라며 "은퇴를 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고,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다"라며 운을 똈다.
 
"앨범이 사랑을 받고, 그 다음 앨범을 만들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나의 다음 앨범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록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도 배로 는다는 것도 잘 몰랐다"며 김동률은 "마냥 제가 좋은 음악을 만들었다가, 지금은 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음악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김동률은 음악하는 선배의 역할과 책임감을 생각하게 됐다면서 "얼마 전 아직 어리고 아까운 후배 한 명을 떠나 보내며 많은 생각을 했다"며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잘 늙어가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끝으로 김동률은 "이제 잠시 후에 저의 새로운 곡들이 발표된다"며 "익숙해 질만도 한데, 매번 새 앨범 발표를 앞두고는 참 많이 설레고 떨립니다. 아쉬움이 없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만들다. 모쪼록 제 음악이 추운 겨울 조금이나마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한다"며 글을 마쳤다.


한편 김동률 '답장'은 6집 '동행' 이후 3년 3개월 여 만의 새 앨범으로 5곡을 선보인다.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타이틀곡 '답장'을 비롯해 'Moonlight', '사랑한다 말해도(Feat.이소라)', '연극', 'Contact'가 수록된다. '답장'은 1997년 전람회의 '졸업' 앨범 이후 처음으로 5곡을 수록한 앨범이다.



◆ 이하 김동률 음원 공개 소감문 전문


꽤 오래전부터 새 앨범을 만들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앨범이 은퇴 앨범이 되더라도 부끄럽지 않게 만들자.'


은퇴를 하고 싶단 뜻은 아닙니다. 가슴 철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제 마음가짐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데뷔했던 90년대만 해도, 데뷔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았고, 마흔이 넘도록 왕성한 활동을 하는 가수는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뮤지션은 시한부 직업이다, 영원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나 봅니다. 그러다 보니 한 장 한 장 앨범을 만들 때마다 늘 마지막일 수 있다는 각오를 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어느덧 제가 데뷔한 지 25년이 되어 갑니다.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던 날로 돌아가서 그때의 제게 "넌 앞으로 25년 동안 계속 음악을 할 거야."라고 말해 준다면 스무 살의 저는 쉽게 믿어졌을까요?


한 앨범이 사랑을 받고, 그다음 앨범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나의 다음 앨범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고, 좋아해 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스무 살의 나는 알고 있었을까요. 그렇지만, 음악은 하면 할수록 더 어렵고, 결코 쉬워지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줄수록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 또한 배로 는다는 사실 또한 아마 잘 몰랐겠지요. 그때는.


어렸을 때는 마냥 제가 좋은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거기에 덧붙여 제 음악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음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거기에 또 하나 덧붙여, 음악 하는 선배로서의 역할과 책임감도 함께 생각하게 됩니다.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만큼, 되돌려 주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어느덧 그런 나이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아직 어리고 아까운 후배 한 명을 떠나보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으로 무엇을, 어디까지 이룰 수 있는가를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잘 늙어 가는 모습,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큰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요.


이제 잠시 후에 저의 새로운 곡들이 발표됩니다. 익숙해 질만도 한데, 매번 새 앨범 발표를 앞두고는 참 많이 설레고 떨립니다. 아쉬움이 없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지난 일 년여의 작업을 되새기다 보니, 고마운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먼저, 2015년 'The Concert' 공연을 마치고 한참 슬럼프에 빠져 있던 제게 손을 내밀어 준 프로듀서 황성제군. 그리고 성제와 함께 일 년여 동안 편곡 및 거의 모든 녹음을 함께 해 준 수민이, 그리고 멋진 스트링 편곡과 더불어, LA에서 런던까지 날아와 손수 지휘를 맡아 준 인영누나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멋진 편곡을 해 주신 건이형, 이제는 탱고의 마스터가 된 상지, 이 외에 연주나 녹음에 도움 주신 많은 분들, 위로와 격려를 해 주신 선후배님들 친구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모두 이분들 덕입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뒤에 설레는 맘으로 음악을 들어 주실 곳곳의 숨은 팬 여러분들.
길거리에서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없어도, 이제 생일 선물이나 초콜릿 선물 같은 건 들어오지 않아도, 조용히 각자의 삶 속에서 제 음악을 듣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모쪼록 제 음악이 추운 겨울 조금이나마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더스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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