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클라우드 나인, 종현 유서 공개…"이만하면 잘했다고 해줘"
기사입력 : 2017.12.19 오전 8:55
디어클라우드 나인 종현 유서 공개 / 사진: SM 제공, 디어클라우드 나인 인스타그램 캡처

디어클라우드 나인 종현 유서 공개 / 사진: SM 제공, 디어클라우드 나인 인스타그램 캡처


밴드 디어클라우드 보컬 나인이 샤이니 종현 유서를 공개했다.


19일 디어클라우드 나인은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얼마 전부터 종현이는 제게 어둡고 깊은 내면의 이야기들을 하곤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디어클라우드 나인은 "불안한 생각이 들어 가족들에게도 알리고 그의 마음을 잡도록 애썼는데 결국 시간만 지연시킬 뿐 그 마지막을 막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직도 이 세상에 그가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고 너무 괴롭다"면서 "이 글을 올리는 게 맞는 건지 겁도 나지만 종현이 본인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이 글을 꼭 직접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날이 오지 않길 바랐는데 가족과 상의 끝에, 그의 유언에 따라 유서를 올린다"며 종현 유서를 공개했다.


종현은 유서에서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난 오롯이 혼자였다. 끝낸다는 말은 쉽다.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지껏 살았다. 도망치고 싶은 거라 했다"며 괴로워했다.


이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는 말을 남겼다.


2008년 그룹 샤이니로 데뷔해 싱어송라이터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종현은 지난 18일 서울 청담동 한 레지던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향년 27세.



◆디어클라우드가 공개한 종현의 유서 전문◆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차리라고 소리쳐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어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게 나아.
날 책임질 수 있는건 누구인지 물었다.
너뿐이야.
난 오롯이 혼자였다.
끝낸다는 말은 쉽다.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지껏 살았다.
도망치고 싶은거라 했다.
맞아. 난 도망치고 싶었어.
나에게서.
너에게서.
거기 누구냐고 물었다. 나라고 했다. 또 나라고 했다. 그리고 또 나라고했다.
왜 자꾸만 기억을 잃냐 했다. 성격 탓이란다. 그렇군요. 결국엔 다 내탓이군요.
눈치채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몰랐다. 날 만난적 없으니 내가 있는지도 모르는게 당연해.
왜 사느냐 물었다. 그냥. 그냥. 다들 그냥 산단다.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 하겠다.
시달리고 고민했다. 지겨운 통증들을 환희로 바꾸는 법은 배운 적도 없었다.
통증은 통증일 뿐이다.
그러지 말라고 날 다그쳤다.
왜요? 난 왜 내 마음대로 끝도 못맺게 해요?
왜 아픈지를 찾으라 했다.
너무 잘 알고있다. 난 나 때문에 아프다. 전부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말이 듣고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게 없어요.
조근한 목소리로 내성격을 탓할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나보다 약한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아닌가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살으라고 했다.
왜 그래야하는지 수백번 물어봐도 날위해서는 아니다. 널위해서다.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돼는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거야? 좀 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 거 아니야? 이겨낼 수있는건 흉터로 남지 않아.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안녕.


글 더스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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