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스타하우스 제공
무엇보다 강태무의 말투가 제일 고민스러웠습니다. 어떤 면에서 이 인물이 쓰는 말투가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인지하면서도 태무 특유의 어투를 만들어내어야 태무의 맛? 을 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시청자분들이 차차 태무의 말투가 적응이 되시면 다채로운 매력이 더 잘 돋보일 거라고 믿고 연기를 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제가 강태무를 믿고 제가 제 자신을 믿는다는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Q. ‘강태무’ 캐릭터의 매력으로 다가온 부분은?
A. 제가 느끼는 태무의 가장 큰 매력은 소년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겉으로 보면 냉정하고 칼 같은 도시 남자 이미지가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 누구도 받아야 마땅할 부모님의 사랑을 못 받고 정체되어 있는 소년이 안에 살고 있더라고요. 어쩌면 그래서인지 그 빈 공간을 채우려고 완벽한 삶을 추구하게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런 태무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인물인 하리를 만나면서 본인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때로는 유치한 다툼을 하기도 하고 순수한 사랑을 느끼기도 하면서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본인의 모습을 느끼고 변화하게 됐어요. 이런 지점이 연기를 하면서도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이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Q. ‘강태무’를 연기하며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A. 항상 어떤 역할을 맡든 간에 부족함을 느끼고 아쉬움이 남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씬에 어떤 연기가 아쉬웠다기보다 매 상황 순간들마다 ‘조금 더 재밌게 풀 수 있었을 텐데’, 혹은 ‘이렇게 말고 저렇게도 해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지점들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모여서 결국엔 캐릭터가 완성된다는 걸 알기에 더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그 아쉬움을 붙잡고 있지 않을 만큼 좋았던 건 모든 것을 최고의 스태프분들과 배우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였습니다. 촬영하는 내내 참 감사했습니다.
Q. 배우 김세정, 김민규, 설인아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A.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행복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일단 배려심이 모두 넘치는 분들이어서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하면서 만들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생각을 던지면 그것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방법으로 수용하며 만들어진 재미난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세정이가 하리로서 이야기한 부분. 소소한 애드리브와 호흡들에서 ‘씬을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을까?’하는 그런 고민을 이타적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이렇게 모두가 열심히 해왔고 저 또한 자극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Q. 강태무가 만약 맞선 자리에서 하리 대신 진짜 진영서를 만났다면?
A. 아시다시피 진영서의 성격과 태무의 성격을 보면 선 자리에서 바로 합의를 하고 헤어지는 아주 짧은 만남이었을 것 같아요.
A. 놀이터에서 하리와 태무가 통화하는 장면입니다. 술에 취한 하리가 학생들을 만류하며 전화는 끊기고 태무는 바로 하리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아 뛰쳐나가죠. 하리를 걱정하는 마음 하나로 열심히 뛰어다녔어요. 문득 정신이 돌아왔을 때 태무는 ‘내가 누군가에게 이만큼의 감정을 줄 수 있구나’라고 느꼈고요. ‘어떤 사람을 위해 내가 이만큼 흔들릴 수 있구나’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습니다.
바로 다음날 하리에게 해고 통보를 하는데 감정을 부정하고 싶어서였어요. 처음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부정하면서도 다시 하리에게 가는 걸 보면 사실상 태무는 사랑을 두려워하면서 갈망을 했던 거죠.
Q. 워커홀릭 강태무였기에 모태솔로라는 의혹이 있는데요?
A. 이 부분은 시청자분들의 상상에 맡기고 싶습니다 ^^
Q. 강태무와 신하리가 사내 연애를 하면서 일과 사랑에 고민은 없었을까?
A. 아무래도 일할 때는 정말 칼 같은 강태무입니다. 태무와 하리는 회사에서도 같이 일을 하지만 일에 대한 태무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어요. 태무는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사장이고, 냉철하기도 하죠. 일 이야기가 나오면 순간적으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요. 태무가 일을 할 때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서 감정을 배제하고 냉정하다면 연애할 때는 반대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정 하나로 직진해요.
할아버님이 아프셔서 미국에 가야 하는 태무가 하리에게 같이 가자고 했을 때 하리는 한국에 남기로 했었죠. 두 사람 모두 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고 태무는 그런 하리를 존중하고 믿고 이해하고 있기에 혼자 미국행을 결정했을 겁니다. 어린 나이부터 사회생활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것처럼 태무가 지닌 인간적인 순수함은 정말 닮고 싶은 부분이에요.
Q. ‘사내맞선’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지금 딱 떠오르는 에피소드는 계차장님(임기홍선배님)이 눈치 없이 회식에 낀 태무와 개발 1팀에게 폭탄주를 만들어 줄 때였습니다. 사실 간단한 지문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 선배님의 연기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모두가 진심 어린, 존경의 박수를 보냈고 현장 분위기도 정말 좋았습니다. ‘짧은 지문도 이렇게 다채롭게 표현이 될 수 있구나’싶었죠. 얘기를 들어보니 집 욕실에서 맥주 따고 흔드는 연습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매 순간 진심으로 연기하시는 걸 보고 저도 다시 한번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날이어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에요.
그리고 데이트 도중 갑자기 비가 내린 날, 하리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신경 써 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태무가 오히려 하리에게 먼저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에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과 그것을 떠올리는 모습도 너무 예쁘고 만들어낸 감정이 아닌 ‘태무와 하리라면 이런 대화를 하고 정말 이랬을 거야’라고 대화를 하며 현장에서 그려졌어요. 이렇게 진심을 다 한 따뜻한 장면들이 시청자에게도 스며들어 행복한 마음이 드는 그런 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A. k-드라마 콘텐츠들이 점점 관심을 받게 되는 상황을 알면서도 사실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어떤 작품이든 진심이 담긴다면 다름을 넘어서 모두에게 통할 수 있구나라는 행복한 생각까지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주변에서 반응을 많이 보내주었는데 하나하나가 인상 깊었습니다. 사내맞선을 사랑해 주시는 글들, 혹은 부족함을 찾아서 적어주시는 글들까지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폈던 것 같습니다. 개인의 취향이 있듯이 모두의 입맛에 맞을 수 없다는 점도 인지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만 한 발자국 물러나서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인기를 실감하는 지점이라면 제 작품을 잘 안 보는 오랜 친구들도 ‘사내맞선’은 보더라고요 하하.
Q. ‘낭만닥터 김사부2’, ‘홍천기’, ‘사내맞선’까지, 몰라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소화했는데, 캐릭터 변신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A. 변신을 해야 된다는 부담감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부담으로 느낀다기보단 새로운 인물에 대해 알아가 볼 수 있는 재밌고 심오한 작업이라고 생각을 했기에 순간순간 진심을 다해서 준비를 했던 것 같습니다. 홍천기의 하람을 마무리했던 시점과 사내맞선의 강태무의 시작 시점이 조금 가까웠기에 각각의 역할을 잘 봐주실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
A. 태무야! 느낌이 이상하네요. 태무는 ‘태무 씨’를 더 좋아할 것 같아요. “강태무씨! 당신은 충분히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기에 하리와 같이 그 사랑을 나누면서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사내맞선’을 사랑해 주신 시청자분들께 한 마디.
A. 시청자분들의 큰 응원으로 사내맞선이 사랑 안에 막을 내렸습니다. 태무도 하리도 저 안효섭도 각자의 행복을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애써준 좋은 사람들, 스태프와 감독님 작가님, 동료들 시청자분들 팬분들 모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한편, 안효섭은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속으로' 촬영에 한창이다.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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