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지라시네"…'철인왕후' 박계옥 작가, 신작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
기사입력 : 2021.03.23 오전 10:53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 / 사진: tvN, 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처웍스 제공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 / 사진: tvN, 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처웍스 제공


'조선왕조실록'을 '한낱 지라시' 취급했던, '철인왕후'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가 이번에는 '조선구마사'를 통해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실존 인물을 차용하며 작품을 집필한 만큼, 단순히 '판타지 사극'이기 때문에, 혹은 '퓨전 사극'이기 때문에 등의 해명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지난 22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새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극본 박계옥, 연출 신경수)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이에 맞서는 인간들의 혈투를 그린다. 북방의 순찰을 돌던 이방원(태종)이 인간 위에 군림하려는 기이한 존재와 맞닥뜨린다는 상상력 위에 '엑소시즘'을 가미해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무엇보다 왜 '실존 인물'을 차용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것도 조선 역사에서 가장 크게 다뤄지는 태종과 세종대왕에 대한 이야기다. 신경수 PD는 "어떻게 하면 현실적인, 실질적인 공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나라를 만들고 세종에게 왕권을 넘겨준 태종의 입장이 과연 완벽했을까"라며 "그의 이면은 어떤 두려움에 시달리지 않았을까를 포착하고 싶었고, 그걸 악령이라는 코드로 설정해 드라마화하게 됐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첫 방송이 시작되며 무색해졌다. 대체 왜 실존 인물을 차용했어야만 했나 의아함이 드는 전개가 펼쳐졌다. 백성들에게는 칼을 겨누지 않았던 왕인 태종(감우성)은 '환시' 때문에 백성들을 학살하는 '살인귀'처럼 그려졌다.


또한, 조선 왕조는 종교를 배경으로 세워진 국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악귀를 처치한다는 설정을 위해 카톨릭에서 신부를 데려온다는 한국의 천주교 역사에도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앞서 '카톨릭이 조선 건국을 도왔다'는 기존 시놉시스에 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과연 시놉시스 내용이 바뀐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기껏 천주교에서 보내온 구마사제의 통역 마르코(서동원)는 왕자인 충녕대군(장동윤)에게 반말을 쏟아내는 것은 물론, 접대까지 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서 또 문제가 있다. 접대를 받는 기생집이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것처럼 보인 것. 인테리어와 노래 등도 문제가 됐지만,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음식이다. 국내에서는 잘 먹지도 않는, 월병, 피단 등이 식탁을 채웠으며, 여기에 중국식 만두까지 식탁 위에 올려졌다. 마치 조선을 중국처럼 묘사한 상황인데, 이는 조선을 중국의 속국이라고 주장하는 '동북공정'과 다를 바 없다.


이에 대해서 제작진은 "셋째 왕자인 충녕대군이 세자인 양녕대군 대신 중국 국경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 서역의 구마 사제를 데려와야 했던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의주 근방(명나라 국경)' 이라는 해당 장소를 설정하였고, 자막 처리 하였다"라며 "명나라를 통해서 막 조선으로 건너 온 서역의 구마사제 일행을 쉬게 하는 장소였고,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하여 소품을 준비하였고, 특별한 의도가 없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체 왜 이러한 부분에서만 중국풍 소품과 음식을 이용하는 상상력이 발휘되는 걸까. 차라리 모든 것을 허구로 설정했으면 이러한 논란도 없었을 것이다. 

해당 장면에서의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풍 배경 속에서 기생들이 입고 등장한 의복은 '한복'이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 중국은 한복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 중국식 접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 중 유일하게 한국식인 것은 한복뿐이었는데, 그렇다면 이 또한 중국의 것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고증이 철저해야 할, 소품 하나에도 신경을 쏟아야 할 사극에서 벌어진 일이다. 의심이 뒤따르는 것도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논란이 불거진 것을 보면 작가의 전작 '철인왕후'가 떠오른다. '철인왕후'는 불의의 사고로 대한민국 대표 허세남 영혼이 깃들어 '저 세상 텐션'을 갖게 된 중전 김소용과 두 얼굴의 임금 철종 사이에서 벌어지는 영혼가출 스캔들을 그리는 작품으로, 해당 작품의 원작이 중국 소설이며, 원작자가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일삼아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제작사 측은 "원작과 차별화된 새로운 창작물로서 보시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제작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해명했지만, 드라마 방영 이후에는 또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철인왕후' 2회에서 '역사를 잘 아는' 주인공 김소용(신혜선)이 철종(김정현)의 모습을 보며 세계기록유산에도 등록된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 취급한 것.


이에 대해 '철인왕후' 제작진은 "조선왕조실록 관련 대사는 해당 표현이 부적절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여 문제된 내레이션을 삭제했다"라며 "그 밖에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표현할 의도는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종친회 등에서도 비난이 지속되자 결국 실존 인물을 차용한 캐릭터의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 논란을 피해갔지만, 중요한 것은 '철인왕후'와 작가도, 제작사도 모두 같다는 점이다.


한 번은 몰랐다거나, 실수라는 해명이 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실수고, 오해라는 해명이 통할까. 시청자는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이에 SBS '조선구마사' 시청자 게시판은 방영을 중지하라는 등의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과연 SBS가 어떤 대처를 이어갈 것인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글 에디터 하나영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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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조선구마사 , 박계옥 , 철인왕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