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원 "'방법' 대본 받기 전 슬럼프, 연상호 감독 러브콜 위로됐다"
기사입력 : 2020.03.20 오후 2:20
엄지원 '방법' 서면 인터뷰 / 사진: 씨제스 제공

엄지원 '방법' 서면 인터뷰 / 사진: 씨제스 제공


엄지원이 '방법'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17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방법'(극본 연상호, 연출 김용완)은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10대 소녀와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가 IT 대기업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엄지원은 대기업 '포레스트'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위험을 기꺼이 무릅쓰는 정의감 넘치는 기자 '임진희'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을 선보였다. '임진희'는 사람을 해치는 주술인 '방법(謗法)'에 대해 알게 되고, 결국 기자의 원칙을 넘어 악(惡)과 손을 잡게 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진취적인 캐릭터다.



"끝났다는 실감 보다는 아쉬움과 여운이 더 많이 남아 있는 듯하다"라며 '방법'을 끝낸 소감을 밝힌 엄지원은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모두의 땀방울이 깃든 소중한 작품이 또 하나 완성될 수 있었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는 인사를 전했다.


그간 엄지원은 다양한 작품 속에서 목표 의식이 뚜렷한 진취적인 캐릭터를 선택해왔다. 이번 '방법'에서도 '사회부 기자'로서 남다른 정의감을 발휘했다. 이에 대해 엄지원은 "지적이고 커리어가 있는 여성캐릭터에 조금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특히 기자 역할을 맡은 만큼, 엄지원은 "이성의 정점에 살고 있는 기자 임진희가 이성이 아닌 비논리의 세계에 휩쓸리게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함께 호흡을 맞춘 정지소와의 워맨스 역시 주목을 받았다. 엄지원은 "지소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마음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했다"라며 "진희와 소진이가 신뢰와 우정을 쌓아가는 것처럼 엄지원과 정지소의 신뢰와 우정이 쌓일 수 있도록 편하게 다가갔다"고 호흡의 비결을 밝혔다.


'방법'은 영화 '부산행'의 연출자 연상호 감독의 첫 드라마 집필작으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엄지원은 "'방법' 대본을 받기 전에 슬럼프가 왔었다. 배우 생활 중반부의 문을 어떻게 열어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 배우로서의 제 위치와 자리, 현실에 대한 고민도 컸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도 있었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그 때 같이 작품을 했던 분께 연락이 와 '방법' 대본을 받았다. 배우는 언제나 러브콜을 받을 때 행복한데, 연상호 감독님이 첫 미팅에서 임진희 캐릭터를 저를 놓고 쓰셨다고 꼭 같이 하고 싶었다고 해주신 말씀이 당시 큰 힘과 위로가 됐다"고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김용완 감독과 연상호 작가가 따로 주문한 점은 없냐고 묻자, 엄지원은 "감독님과 작품의 전체적인 톤에 대한 회의를 사전에 함께 했다. 하지만 진희가 어떤 성격을 지녔고, 어떤 사람인지 해석하고 연기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에게 맡겨 주셨다"라며 "연상호 작가님이 대본을 쓸 때 '미씽: 사라진 여자'의 '지선'의 스틸컷을 보고 썼다고 하셔서 이 부분도 참고하며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고 설명했다.


엄지원은 '방법'의 결말에 대해 "보는 사람의 것이기에 결말에 대해서는 각자의 해석을 존중하는 편이다"라며 "직접적인 가해가 아닌 보이지 않는 가해에 대해 우리 모두 관대하지만 그 안의 날카로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신을 전했다.


또한, '방법'의 시즌2와 영화와 등과 관련해 "시즌2보다는 영화촬영이 먼저 진행될 것 같다. 준비 중에 있다고 들어서. 방법이라는 초현실적이고도 엄청난 사건을 겪은 진희의 캐릭터도 조금 더 풍성하고 다채롭게 표현될 것 같다"고 답해 기대감을 높였다.


끝으로 엄지원은 "지난 18년 간 배우 엄지원의 이름을 불러 주셔서 덕분에 배우로서 이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새로운 도전이었던 '방법'을 사랑해주신 만큼 다음에 보여드릴 작품도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한다"라며 차기작으로 '산후조리원'에서 2주간 일어나는 코미디물에 출연한다고 밝혔다.


◆ 이하 '방법' 엄지원 종영 관련 서면 인터뷰 전문(일문일답)


Q. 드라마 '방법'을 끝낸 소감


현장에서 많이 행복하기도 했고, 캐릭터의 갈등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 만큼, 아직은 끝났다는 실감 보다는 아쉬움과 여운이 더 많이 남아 있는 듯하다. 빨리 빠져나오려고 노력 중이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모두의 땀방울이 깃든 소중한 작품이 또 하나 완성될 수 있었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Q. 시청률이 최고 7%를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배우 입장에서 시청률이 날로 상승한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예상 하셨나요?


우선, 많은 분들이 '방법'을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초반에 나를 포함한 모든 배우, 제작진 분들이 대본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드라마의 묘미는 다음 편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해진다는 점이지 않나? 방법은 그런 궁금증을 끝까지 놓치지 않아 한 호흡으로 쭉 읽어 나갔다.


하지만 오컬트라는 장르 특성상 시청자 분들이 좋아해 주실까, 작품이 잘 될 수 있을까 걱정하고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 그 때 '우리 모두의 눈이 틀리지 않았을거에요' 하며 서로를 다 독이던 기억이 크게 남아있다. 그런 저희의 마음과 노력을 알아주신 것 아닐까.


Q. '조작'. '싸인', '방법' 등 스릴러 장르와 적극적이고 목표 의식이 뚜렷한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선호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번에는 사회부 '기자' 역할이었습니다.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준비했는지 궁금합니다.


지적이고 커리어가 있는 여성캐릭터에 조금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특히 '임진희'는 탐사보도 기자이다. 사회부 기자분들의 자문을 얻어 무언가를 파헤치고 집요하게 찾아가는 이성의 정점에 살고 있는 기자 임진희가 이성이 아닌 비논리의 세계에 휩쓸리게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Q. 정의감 넘치는 기자 '임진희'가 선배 김주환의 방법을 의뢰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데요. 이후에 느낀 혼란스러움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이외에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김주환 부장과의 다툼씬을 잘 표현해야 이 후의 상황이 설득력을 갖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씬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전작인 '봄이 오나 봄'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최병모 선배님이 출연해 주신 덕에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씬을 풍성하게 만들어 갈 수 있었다. 그 장면을 찍고 나니 대본으로만 읽었을 때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던 부분들의 감정이 많이 와닿아서 그 후 감정들을 잡아 나가는데 크게 도움이 됐다. 이외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무래도 비교적 센 캐릭터들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아가는 일이었던 것 같다.


Q. 김필성이 납치됐을 때 방법을 고민하는 등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요. 다른 주인공들과 달리 비교적 평범한 '진희'를 연기하면서 어떤 고민을 했나요?


사람안에 선과 악의 양면성이 존재한다. 때로 우리가 옳은 일이라고 판단한 일도 다른 이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 아니기도 하다.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 임진희라고 규정 지어진 이 인물이 위기의 상황을 맞이했을 때 그 안에 충돌하는 갈등과 정의로운 기자로 알려진 진희가 과연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호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캐릭터 적으로는 인물의 서사를 따라 가지 않는 한 평범한 인물을 연기할 때가 연기하기가 가장 힘든 것 같다. 자칫 밋밋하고 존재감이 없게 느껴지기 쉽기 때문에 촬영을 하면서도 존재감을 안고 가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


Q.  정지소 배우와 파트너로 연기 호흡을 맞추었는데요. 호흡을 어떻게 이끌어 가셨나요?


이끌기 보다는 지소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마음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했다. 진희와 소진이가 신뢰와 우정을 쌓아가는 것처럼 엄지원과 정지소의 신뢰와 우정이 쌓일 수 있도록 편하게 다가갔다.


Q.  정지소 배우가 오랜 팬이라고 고백했는데, 덕분에 두 사람의 워맨스가 강하게 그려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엄지원 배우가 보는 후배 정지소는?


하하. 지소가 하지 못했던 말이 있었는데 인터뷰에서 했으니, 지소 인터뷰를 꼭 챙겨봐 달라고 하더라. 다시 못볼 사람처럼 왜 그러냐고 했는데… 지소가 공식적으로 이야기해주었으니 나도 화답을 해야 할 것 같다.


"고마워 지소야~ 언니도 너랑 같이 작품 해서 좋았고 감사했어. 언니한테 마음 열어줘서 고마워, 더 빛나고 탄탄한 배우가 될 거라 믿으며, 그 길의 옆에서 가끔 손을 잡아주는 선배가 되면 좋겠다~"


Q. 성동일, 조민수 배우와 대립하는 역할로 함께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불꽃 튀는 연기를 보여주셨는데, 호흡은 어땠나요?


선배님들과 촬영은 2회차씩이어서 함께 호흡을 많이 맞추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저도 시청자의 입장에서 감탄하며 선배님들의 연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에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게 다시 한번 작품에서 뵙게 되길 바란다.


Q.  연상호 작가의 드라마 데뷔작을 함께하게 되셨는데, 어떤 매력을 느끼고 출연하게 되셨나요? 출연하게 된 계기와 캐스팅 진행 과정이 궁금합니다.


사실 '방법' 대본을 받기 전에 슬럼프가 왔었다. 배우 생활 중반부의 문을 어떻게 열어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 또, 배우로서의 제 위치와 자리, 현실에 대한 고민도 컸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도 있었다. 그런데 '페스티발'이란 작품을 함께 했던 프로듀서가 레진 스튜디오로 가면서 연락이 왔고, '방법' 대본을 받게 되었다.


배우는 언제나 러브콜을 받을 때 행복한데, 특히 같이 일했던 메이커들이 다시 불러 줄 때의 감동과 감사가 정말 크다. 기쁜 마음으로 빨리 대본을 읽고 감독님과 작가님도 빨리 뵀다. 연상호 감독님이 첫 미팅에서 임진희 캐릭터를 저를 놓고 쓰셨다고 꼭 같이 하고 싶었다고 해주신 말씀이 당시 큰 힘과 위로가 됐다.


Q.  작품을 만들면서 김용완 감독과 연상호 작가가 따로 주문한 점이 있었나요?


감독님과 작품의 전체적인 톤에 대한 회의를 사전에 함께 했다. 하지만 진희가 어떤 성격을 지녔고, 어떤 사람인지 해석하고 연기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에게 맡겨 주셨다. 연상호 작가님이 대본을 쓸 때 '미씽: 사라진 여자'의 '지선'의 스틸컷을 보고 썼다고 하셔서 이 부분도 참고하며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Q.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혹은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꼽는다면?


대본이 다 나와 있는 상태에서 촬영이 들어가다 보니 효율적인 면에서는 좋았지만 장소와 날씨, 프러덕션 스케쥴로 인해 12부 상장의 회상씬들 대부분을 촬영 초반에 찍었다. 감정이 쌓여 있지 않을 때라 이 정도의 반응과 감정이 맞는 걸까, 뒤의 상황들과 연결이 잘 되는 걸까 고민이 많았다.


Q. 결말은 만족하시나요?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결국 드라마도 영화도 보는 사람의 것이기에 결말에 대해서는 각자의 해석을 존중하는 편이다. 말에는 힘이 있고 혀에는 칼이 있다고 한다. 직접적인 가해가 아닌 보이지 않는 가해에 대해 우리 모두 관대하지만 그 안의 날카로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Q. 방법의 영화화,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임진희의 활약을 기대해도 될까요?


시즌2보다는 영화촬영이 먼저 진행될 것 같다. 준비 중에 있다고 들어서. 방법이라는 초현실적이고도 엄청난 사건을 겪은 진희의 캐릭터도 조금 더 풍성하고 다채롭게 표현될 것 같다.


Q. 데뷔 19년차 배우로서, 엄지원에게 연기란? 앞으로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2002년 황금마차로 데뷔해 어느덧 18년이 지났다. 정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일한 것 같다. 앞으로도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리고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자 배우로서 사회성이 있는 작품들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


Q. 차기작 등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께 하고싶은 말 한 마디 부탁드려요.


차기작은 '산후조리원'에서 2주간 일어나는 코미디물이다. 키득대며 웃다가 어느 순간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지난 18년 간 배우 엄지원의 이름을 불러 주셔서 덕분에 배우로서 이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새로운 도전이었던 '방법'을 사랑해주신 만큼 다음에 보여드릴 작품도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한다.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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