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들 정유미 민폐 캐릭터 아냐 / 사진: 네오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하녀들' 정유미가 연기하는 국인엽이 극중 인물들에게 민폐라는 오해를 사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정말 민폐 캐릭터일까? 그녀를 조금만 이해한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정유미는 최근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JTBC 조선연애사극 '하녀들'(극본 조현경, 연출 조현탁)에서 부친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하녀 국인엽 역을 연기하고 있다. 양반에서 하녀로 신분 하락 한데다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매회 그녀를 중심으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데, 이를 두고 일부 시청자들은 극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국인엽의 행동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실상 따지고 보면 그녀의 행동엔 타당한 이유가 있다. 무명(오지호)과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지난 11회 방송에서 국인엽은 이방원(안내상)에게 무명이 만월당의 일원임을 밝히려 했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생명의 은인에게 너무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국인엽은 억울하다. 무명에게 여러 차례 목숨을 구제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만월당에 속해있는 한 부친의 원수라는 사실 또한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인엽은 그간의 정에 못 이겨 결국 무명의 정체를 밝히지도 못했다.
또 다른 주인공 김은기(김동욱)에게는 어떨까? 당초 김은기와 연인 사이였던 국인엽은 자신의 신분이 하락한 이래 단 한 번도 그에게 의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은기에게 폐 끼치지 않기 위해 다가오는 그를 한사코 밀어내기 바빴다. 이를 통해 국인엽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무조건적으로 누군가 나서서 해결해주길 바라는 여타 여자 캐릭터들과 확연히 다른, 자주적 여성상을 그려내며 공감을 얻기도 했다.
하녀들 틈에서도 마찬가지다. 초반 하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던 국인엽은 이제 그들의 일에 발벗고 나서며 양반들의 부조리를 꼬집는 진짜 하녀로 거듭나 통쾌함을 안겨주었다. 지난 12회 방송을 통해 양반의 사주로 액사한 옥이(김혜나)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며 상전고발죄로 체포되던 국인엽의 모습은 그녀가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 인물이 결코 아님을 반증하고 있다.
그런 국인엽에게 '민폐'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이는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시청률 일등 공신, 배우 정유미에게 더 없이 아쉬운 평이다. 물론 시청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이끈다는 것은 작품과 캐릭터 자체가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 어찌 보면 이마저도 행복한 고민일 지 모른다. 이처럼 안방의 뜨거운 관심에 힘입은 '하녀들' 팀이 앞으로 남은 회 차 동안 보다 완성도 높은 연기와 스토리로 보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하녀들'은 매주 금, 토요일 밤 9시 45분 방송된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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