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제주 4.3 사건 추모…"영화 '지슬' 추천합니다"
기사입력 : 2018.04.03 오후 4:27
허지웅 4.3사건 추모…지슬 추천 / 사진: 허지웅 인스타그램

허지웅 4.3사건 추모…지슬 추천 / 사진: 허지웅 인스타그램


허지웅이 제주 4.3사건 추모와 함께 영화 '지슬'을 추천했다.


3일 허지웅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1954년 9월 21일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제주도 양민들이 희생당했다"며 "당시 미군정은 제주도민을 동조자로 인식했고, 일제강점기 경찰이 그대로 미군정 경찰이 되면서 제주도는 혼돈의 섬이 됐다"는 말로, 제주도 4.3 사건과 관련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어 "이 와중에 남한의 선거가 예정되면서 남로당 지도부는 무장폭동을 감행했고, 극우세력은 미군정에 '빨갱이 토벌 작전'을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제주 4.3사건은 30여만 명의 도민이 연루된 가운데, 3만명의 학살 피해자를 양산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제주 4.3사건 70주기를 맞이해 생각해본다며 허지웅은 조지 오웰이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며,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는 말을 언급했다. 허지웅은 "현재를 지배하던 자들이 권력의 편의대로 과거를 바꿀 수 있는 힘은 독재의 기본 요건이다. 그런 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포기하지 않는다. 지키지 못한 진실은 반드시 지워진다"며 잊어서는 안될 역사에 대해 강조했다.


그러면서 허지웅은 영화 '지슬'을 추천한다면서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죽일 이유가 없었던 이들과 죽을 이유가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흑백 이미지 안에서 위령제의 형식을 빌어 담담하게 토론하는 아름다운 영화"라고 평했다. 끝으로 허지웅은 "70년 전 제주도에서 목숨을 잃은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한편 허지웅이 추천한 영화 '지슬'은 제주 출신인 오멸(본명 오경현) 감독의 흑백영화로, 1948년 4ㆍ3사건을 배경으로 하였으나 정치적 이념ㆍ이데올로기보다는 '치유'의 목적으로 주민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춰 보편적인 정서를 담아냈다.


제목인 '지슬'은 제주 사투리로 감자를 뜻하며 생존, 희망 등을 의미한다. 제주 출신의 배우들이 제주도 사투리로 연기하여 한국어 자막이 나오며, 제주도에서 2013년 3월 1일 개봉을 시작으로 21일 전국 개봉되었다.



◆ 허지웅 제주 4.3 사건 언급 전문.


1954년 9월 21일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제주도 양민들이 희생당했습니다. 당시 미군정은 제주도민의 70%를 좌익 또는 그 동조자로 인식하고 있었어요. 일제강점기의 경찰이 그대로 미군정의 경찰이 되고 그로 인한 갈등이 증폭되면서 제주도는 혼돈의 섬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그랬겠지요. 해방이 됐는데도 경찰이 그대로니까요.


이 와중에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가 예정되면서 남로당 제주도지부는 중앙당과의 협의 없이 무장폭동을 감행했습니다. 극우세력은 미군정에 '빨갱이 토벌 작전'을 요청했고요. 미군정은 전국에서 차출한 대규모 군인과 경찰, 그리고 서북청년단 등의 반공단체를 급파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주 4.3 사건은 30여만명의 도민이 연루된 가운데 3만명의 학살 피해자를 양산했습니다. 재판절차 없이 주민들이 집단으로 사살됐습니다. 그 가운데 토벌대가 파악한 무장대 숫자는 500명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빨갱이가 뭔지도 모르는 양민이었습니다.


제주 4.3 70주기를 맞이해 생각해봅니다. 조지 오웰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며,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를 지배하던 자들이 권력의 편의대로 과거를 바꾸고 재단하여 국정 역사교과서 같은 것을 만들려고 했던 데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습니다.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없었던 일을 있었던 일로 바꿀 수 있는 힘은 독재와 장기 집권의 기본 요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은 권력의 심장부에서 멀어진 지금에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실은 언젠가 승리한다고들 하지만, 지키지 못한 진실은 반드시 지워집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을 추천합니다. 제주 4.3을 배경으로, 죽일 이유가 없었던 이들과 죽을 이유가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흑백 이미지 안에서 위령제의 형식을 빌어 담담하게 토로하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70년 전 제주도에서 목숨을 잃은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글 더스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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