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네로봇 이희준 /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제공
tvN '할매네 로봇'이 지난 25일 종영했다. 배우 이희준은 '할매네 로봇'으로 첫 예능 도전에 나섰다.
최근 흔치 않았던 '착한' 예능으로 시청자에게 따뜻한 마음을 선사했던 '할매네 로봇'에 자칭 재미없는 남자, 말 그대로 '예능 청정남' 이희준은 딱이었다.
1회에서 이희준은 "평소 예능에는 관심이 없었다. 연기 생각만 있었다. 그런데 기획안을 보니 거의 봉사활동 같은 프로그램이더라"며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예능을 봉사활동 같은 프로그램이라 선택했다는 진정성이 넘쳐흐르는(?) 착한 남자 이희준의 캐릭터는 기존 예능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보적인 캐릭터였다.
1회 방영분 중 '로보-트 센타' 멤버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동갑내기 친구인 장동민을 만나 예능인 친구가 생긴 것에 대해 기뻐하며 초보자로서 예능에 대해 조언을 얻고, 열심히 배우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예능신 '갓동민'의 제자로 장동민 캐릭터를 따라가지 않았다. 이희준만의 착한 캐릭터를 구축하고 색다른 예능감을 뽐냈다.
장동민이 몰래 카메라로 B1A4 바로를 놀려주자고 하자 "난 그런 건 못하겠다"며 거부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예능에서 몰카를 못하겠다니. 이렇게 정직하고 재미없는(?) 남자가 또 있을까.
이희준이 개그나 예능을 메인으로 끌어가지는 않지만, 캐릭터가 확실한 장동민, 강남을 받아주기에는 최적화된 남자였다. 특히, 후반부 강남과 보여준 '톰과 제리 케미'로 이희준의 정직하기 그지없는 리액션이 주었던 웃음은 예능청정남 '이희준'이기에 가능했다.
결국, 이희준은 마을에서 유명한 욕쟁이 할머니에게 가장 사랑받는 '이도령'이 되었다. 할매에게 마구 깨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생각했지만, 시골에서 적적하게 지내는 할머니가 너무나 아끼는 이도령이 되어가는 모습과 어떻게든 할머니에게 힘이 되어 드리려고 노력하는 이희준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들었다.
◆할매네 로봇이 이희준에게 남긴 것
이희준은 KBS2 드라마 '넝쿨째 굴러들어온 당신(이하 넝쿨당)'에서 선보인 착한 남자 이미지를 넘어, 최근 영화 ‘해무’에서는 극악무도한 악역을 훌륭하게 해내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어느 역이든 소화 가능한 배우로서 입지를 넓혔다.
배우 이희준이 아닌 사람 '이희준'의 모습은 거의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이번 예능 출연은 배우 이희준 팬이라면 더욱 신선하고, 그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는지 모른다.
방송 초반 머슴이 때문에 답답하고 막막한 모습을 비쳤지만, 점차 예능에 적응해가며 머슴이와 함께 성장해 나아가는 모습과 시골 어르신들을 함박웃음 짓게 한 순박하고 소탈한 웃음이 결코 그가 '착한 남자'를 연기한 것 만은 아니었다는 걸 보여준다. 넝쿨당에서 많은 여성시청자들을 반하게 했던 순박한 웃음이 연기가 아닌 예능에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소탈한 웃음을 전염시켰다.
이희준은 다시 꾸준히 걸어온 연기의 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2016년 초에만 두 개의 영화가 개봉한다. 1월에 이성민, 이하늬와 함께한 '로봇, 소리'가. 그리고 연초 임시완, 고아성과 함께한 '오빠 생각'이 개봉 예정 중에 있다. '할매네 로봇'을 통해 재발견한 이희준, 배우로서는 물론 앞으로 다시 한 번 또 다른 행보가 있을지도 기대된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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