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버닝’ 전종서, “현재의 나에 충실하고 파.. 女배우 파워 보여줄 것”
기사입력 : 2018.05.25 오전 10:14
사진 : 영화 '버닝'의 해미 역을 맡은 신인배우 전종서 / CGV아트하우스 제공

사진 : 영화 '버닝'의 해미 역을 맡은 신인배우 전종서 / CGV아트하우스 제공


전종서를 24일(어제)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의 여주인공으로 주목 받아 지난 영화 개봉과 함께 유아인, 스티븐 연과 칸 레드카펫을 화려하게 장식한 신인배우 그녀는 안양예고와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를 거친 충무로의 풋풋한 새내기였다. 어제 만난 전종서는 첫 인상부터 담담했다. 영화로 주목 받고 싶었는데, 대중은 그녀를 어여쁜 연예인으로만 생각했다. 그저, 연기가 좋았고 배우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덤벼든 곳이 이처럼 치열하게 버텨내야 하는 분야였는지 그녀는 잘 몰랐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전종서는 2시간짜리 영화에서 그녀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다 담을 수가 없어서 너무 아쉬웠죠. ‘버닝’이란 영화가 전 세계 100여국 이상 수출을 했다니..이 작품은 우리나라 정서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다 같은 감정일 거라 생각하거든요. 영화는 끝까지 물음표를 던져 줘요. 그래서, 직접 보시고 그 느낌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영화 속 해미는 고양이를 키운다. 그 고양이가 던져 주는 영화적 메시지도 강렬한데, 사실 전종서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날카로운 동공이 무섭거든요. 고양이를 만졌을 때 물컹거리는 촉감도 별로이고..반면, 개는 좋아해요. 불러도 잘 와주고..” 두 번째로 궁금했던 건 극 중 해미가 아프리카에 다녀와 거기서 만난 벤(스티븐 연)과 그의 친구들 앞에서 무용담을 펼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아프리카는 가 본적이 없어요. 촬영장에서 체감상 감정이 확 올 때가 있거든요. 그렇게 종잡을 수 없는 해미를 연기한 거죠. 진짜 그 곳에 가본 것처럼.(웃음)"

해미와 극 중 삼각관계(?)를 갖는 두 명의 남자를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했다. “두 분 다 영화로만 알게 됐죠. 유아인 선배님은 섬세하고 예민하고, 문학적인데다 마음이 활짝 열려 있다가도 그걸 감추는 성격이었고요. 종수 캐릭터에 딱 하니 묻어 났죠. 그에 반해 스티븐 연은 좀 더 본능적인 면이 있었어요. 강인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고..그의 솔직함과 순수함, 그리고 벤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함이 잘 어우러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죠. 하지만, 늘 외로워 보였어요. 함께 작업하면서, 영화 홍보를 하면서, 본인 스스로가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그걸 두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분이라 마음이 아픕니다.”

전종서와 유아인, 스티븐 연은 <버닝>을 촬영하면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일상에 젖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휴식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다들 말이 없어서요.(웃음)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 분위기메이커를 한다거나 하는 분위기도 아니었고..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깨뜨리고 싶지 않았죠. 그 자체가 너무나도 편했습니다.”


곱창 집에서 울면서 연기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고 했다. “사실, 전 술 반 잔만 마셔도 흠뻑 취해요.(웃음) 감독님이 권하신 건 아닌데, 분위기상 스스로 마시게 되더라고요.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그 잔을 기울이지는 않았어요. 해미가 원한 거에요.”

전종서는 혼자 사색하는 걸 좋아해 여의도 한강에서 팔당댐까지 자전거를 타고 무한질주를 한다고 했다. “전후방 주의를 신경 쓰다 보면 복잡한 생각이 싹 사라지거든요. 호기심에 전기 킥보드도 타봤는데, 아직 법규상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지 못하는 걸 몰랐던 거예요. 범칙금을 냈습니다, 후후.” 더불어, 필라테스를 시작했다는 그녀. “체질상 수영이나 헬스처럼 땀이 많이 나는 운동은 좋지 않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연기하면서 유연성은 늘 필요한 거니까.(웃음) ‘버닝’을 위해 마임 수업은 따로 받았죠. 정말 완벽하게 연기하려고 했는데, 촬영장에서 감독님 왈, ‘배운대로 하지 말라’는 주문이 절 더 어렵게 만들었어요, 하하!”

도전하고 싶은 작품, 배우가 있는지 물었다. “특별히 좋아하는 배우는 없고..맑고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게 액션 장르든..여배우들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습니다.” 덧붙여, 전종서는 꾸미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고 했다. “칸에서 분위기상 곱게 차려 입고 색조화장도 했는데, 너무 불편했어요. 집에서도 화장을 잘 안 합니다. 평소 제 옷차림도 보시면 웃으실 거예요. 평범한 추리닝에 모자를 푹 눌러 쓰고..그렇다고 못 알아볼 정도로 숨어 지내지는 않아요.(웃음)” 그녀는 이어 “핑크색(말린 장미색에 가까운)은 좋아하는데, 그래서 제 방이 온통 핑크거든요. 그렇다고 옷차림 까지 공주 스타일은 아니랍니다”라고.

마지막으로, 영화 <버닝>의 타이틀처럼 뭔가를 불태우고 싶은 바람이 있냐고 했다. “지금 이 순간을 불태우고 싶어요. 지나간 과거는 이미 끝난 일이고..뒤돌아 보고 싶지는 않아요. 앞으로 벌어질 일들 또한 미리 예견하고 싶지도 않고요. 가장 중요한 건, 지금 현재 이렇게 인터뷰 하고 있는 저에 대해 충실히 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전종서의 데뷔작인 영화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 현재 극장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글 더스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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