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규형 "해롱이, 충격결말 이후? 엄마가 함정수사 고소하길"
기사입력 : 2018.01.24 오후 4:38
'해롱이' 이규형 인터뷰 / 사진: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엘엔컴퍼니 제공

'해롱이' 이규형 인터뷰 / 사진: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엘엔컴퍼니 제공


"제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보람되죠."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은 '해롱이' 이규형이 23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케이블채널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극본 정보훈 연출 신원호) 종영 기념 '더스타' 인터뷰를 진행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하 감빵생활)에서 이규형은 강남 최고의 현금 부잣집 아들이지만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해 마약에 손댔다가 교도소에 갇힌 '마약사범' 유한양 역을 맡았다. 그가 맡은 유한양은 '해롱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감빵생활' 최고수혜자에 등극했다. 이규형은 '인기를 체감하냐'는 질문에 특별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촬영 중·후반쯤에 한남동에서 술을 몇번 마셨는데 계산해주고 사라지는 분들이 계셨어요. 죄수들이라 불쌍해 보였는지.(웃음) 갑자기 직원분이 맥주를 몇 병 주셔서 물어보면 '저쪽에서 지켜주셨다'고 하고, 그분들께서 '드라마 잘 보고 있습니다'라면서 인사를 해주세요. 한번은 (박)해수 형이랑 둘이서 한남동에서 고기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는데 옆 테이블에 계시는 아저씨 두 분이 우리 딸이 너무 팬이라면서 사진 요청을 하셨어요. 술이 취했을 때는 거절하는 편인데 그때 그분이 '제 딸이 장애가 있는데 드라마를 보고 너무 좋아한다'고 하시는데 저희가 감동해서 바로 사진을 찍었어요. 나중에 나가려고 하는데 그 분들께서 이미 계산을 하고 가셨다고 하더라구요. 꽤 많이 나왔을텐데."



해롱이(이규형 분)는 '귀여운 약쟁이'라는 독특한 캐릭터였다. 해롱이의 애교 넘치는 제스처나 말투, 표정은 고양이에게서 따왔다. "평상시와는 다른 톤이었죠. 혀가 짧은 것도 아니었구요. 한번 만들어 놓으면 어렵진 않았어요. 다른 배우들보다 신경 써야 할 게 많긴 했죠. 약 기운이 왔다갔다 하는 것에 따라서 수위를 조절해야 했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니까 연결을 잘 해야 해서 고민이 많았죠. 신원호 감독님도 저는 다음회 대본을 읽지도 못했는데 '미안하다'하고 도망가셨어요. '왜요?'라고 여쭤보면 '연기하기 어려울 거야'라고 하셨었어요."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출한 신원호 감독은 배우들과 대본리딩을 함께하는 등 시작 단계부터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감빵생활'을 찍으면서는 "캐릭터를 만들고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관여하지 않았다"고.


"촬영장에서 완성된 모습으로 만났어요. 해석의 차이가 있을 때는 충분히 얘기하고 찍지만, 그 외에 캐릭터나 앵글 안에서 표현하는 것은 배우들에게 전적으로 맡기셨어요. 저는 놀랐던 게 (강)승윤이나 (정)수정이 연기를 봤을 때에요. 저는 승윤이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전문 연기자도 아니고 배워본 적도 없는데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수정이는 캐릭터랑 어울리게 잘했고요. 요즘은 회사에서 다 연기교육을 하나 봐요."


'신원호 마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원호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다수의 배우가 '인생 캐릭터'를 찾곤 한다. 신원호 감독에게 특별한 점이 있는지 물었다.


"보통은 작가, 연출, 편집 다 따로 있는데 신원호 감독님과 이우정 작가님은 사전조사, 현장조사, 교도소 인터뷰도 직접 하시고, 본인께서 찍을 때 이 신이 뭐가 재밌는지 아니까 어떤 씬을 어떤 앵글로 잡을지 잘 아세요. 잠도 안자고 세트장 옆에 있는 편집차에서 편집까지 하시고요. 누가 그걸 따라갈 수 있을까요?"


이규형이 연기한 해롱이는 철없는 부잣집 아들에 상습 마약범, 성소수자라는 파격적인 설정에도 유난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극중 해롱이는 할 말 다하는 성격인 탓에 문래동에게 니킥을 맞거나 유대위(정해인 분)와 초딩처럼 싸우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2상6방 수감자들과 브로맨스 케미를 과시했다.


"(정)해인이와는 정말 편했어요. 저도 술을 좋아하는데 해인이도 술을 좋아하고 즐길 줄 알아요. 순수한데 착하고 연기 센스도 좋아요. 해인이랑 호흡도 잘 맞아서 유유커플로 불렸는데 실제로도 호흡이 좋았죠."


그럼에도 가장 강렬했던 건 해롱이가 출소 후 다시 약에 손댔던 장면이다. 해롱이의 핑크빛 결말을 예상했던 시청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시청자께서도 나중에는 '차라리 맞아'라고 생각해주실 것 같아요. 그렇게 안 끝냈으면 마약의 위험성을 보여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마약을 하고도 사랑받는 마약쟁이로 끝나면 마약을 쉽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고통받는 모습으로 그려져야죠. 요즘 외국 유학을 가면 마약을 흔히 접할 수 있다잖아요. 아무 생각 없이 다 하니까 나도 해보자고 했다가 중독되는 거죠. 중독을 끊기 힘드니까 시작을 하지 말라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드라마의 파급 효과가 크잖아요. 그런 점에서 저는 바람직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해요."


이규형에게 감방에서 나오자마자 함정수사로 다시 감방에 들어가게 된 해롱이의 결말을 상상해달라고 했다.


"한 성격하시는 어머니께서 어마어마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김앤장의 유능한 변호사를 다 고용해서 함정 수사를 고소하셨으면 좋겠어요. 감방을 보내는 게 답이 아니라 제대로 된 치료를 해야 한다고요. 또, 지원이가 옆에서 같이 버텨주고 가끔 제혁이 형이 와서 무릎을 빌려주고 민철씨가 와서 '한 번만 더 하면 뒤진다'고 말해주고. 감방 사람들이 도와주면서 극복하는 해피엔딩이면 좋겠어요. 저도 대본을 보고 함정수사에 짜증 났거든요. 어렵게 버틴 애를 굳이 출소하는 날 그랬어야 했나?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지만, 제 상상 속에서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깐 변호사를 한 100명 정도 고용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이규형은 '시즌2'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불러만 주신다면 달려갈 생각이에요. 개인적으론 이미 제 서사는 다 풀려서 메인 캐릭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신 감독님이 새로운 배우들을 발굴하는 스타일이니까 카메오로만 나와도 영광일 것 같아요. 성동일, 김선영 선배님들처럼요."


'감빵생활'이 끝난 지금 이규형은 다양한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해롱이와 비슷한 캐릭터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이규형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tvN '모두의 연애'에 카메오로 출연해요.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평범한 남자예요. 지금 드라마와 영화를 살펴보고 있는데,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차기작은 매체로 먼저 정하고 그다음에 스케줄이 허락되는 선에서 공연을 병행하고 싶어요."


25세부터 대학로 생활을 시작한 이규형의 연기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보다 뜨겁다. 대중의 사랑에 보답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하는 그는 어떤 배우가 되길 꿈꿀까.


"믿고 볼 수 있는 배우요. 매체 연기를 할 기회가 주어졌으니 많은 분께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감빵생활'을 하면서 '먹고 살기 힘든데 수목만 기다려진다' '해롱이 덕분에 실컷 웃었다'는 반응을 보면서 제 연기로 누군가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면 나도 배우로서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한 거라고 생각했어요.'비밀의 숲'처럼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작품에서 한 역할을 맡아서 할 수 있었다는 것도 영광이었죠. 그런 의미로 제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보람을 느낄 것 같아요."


글 더스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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