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보결 인터뷰 / 사진: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고보결 인스타그램
[인터뷰①에서 계속] 배우 고보결이 KBS 사극 '7일의 왕비'에서 윤명혜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단아한 매력으로 안방을 품은 고보결은 이번 작품으로 첫 지상파 사극에 도전했다. 신선한 캐스팅이었던 만큼 업계 안팎의 관심 또한 높았다.
고보결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운 좋은 배우가 아니다. 그는 2011년 독립영화 '거북이들'로 데뷔해 '실종느와르 M'(2015), '프로듀사'(2015), '풍선껌'(2015), '끝에서 두 번째 사랑'(2016),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2016), '도깨비'(2017)에서 조연을 맡았다. 브라운관에선 1부작 드라마 스페셜 '아비'가 그의 첫 주연작이었다. '7일의 왕비'는 고보결에게 첫 사극이자,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리는 첫 정극이다.
욕심내지 않고 차근차근 진정한 배우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고보결과의 인터뷰를 지금 공개한다.
-'뽀뽀뽀'에 나오는 친척 동생을 보고 아버지가 연기학원에 보냈다고 했다.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배우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을 택할 것인가.
"저의 재능을 깨닫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 전에는 공부만 하던 평범한 학생이었거든요. 몰입의 순간을 알게 됐다는 것 자체가 저로서는 제 인생의 목표가 됐고, 탐구할 수 있는 것이 생겼다는 건 축복의 순간이 되었거든요. (그때가 언제였나?) 중학교 2학년쯤이요.
-배우가 안 됐다면 어떤 꿈을 꿨을까.
"초등학생 땐 과학자가 꿈이었어요. '우주의 신비'와 같은 책도 읽고 혼자 과학자 흉내 낸다고 열매를 따와서 관찰일지를 쓰기도 했거든요. 호기심이 강했죠."
-서울예대 수석 입학, 조기 졸업이 화제다. 공부만 하다 보면 학창시절 추억은 없을 것 같은데.
"서울예대 자체가 동아리가 특성화된 학교여서 동아리 때문에 학교를 휴학거나, 밤새 작품을 만들기도 했어요. 마임 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덕분에 춘천 마임 축제에서 공연도 하면서 친구들과 추억을 많이 쌓았어요. 실습 위주의 학교라서 오히려 공동작업이 많았어요."
-고교 시절 선생님이 배우는 사람을 걱정한다는 뜻이라고 하셨다면서 나중에서야 '사람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사람들을 관찰한 경험에 대해 듣고 싶다.
"사람의 말을 잘 듣는 게 중요해요. 선행돼야 하는 건 공감해 주는 거죠. 제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다른 사람이 들어올 공간도 있어요. 저 자신이 불편한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야 다른 이가 어떤 느낌을 갖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느낄 수 있거든요."
-사람을 관찰한 경험을 연기에 녹인 적도 있나?
"많죠. '끝에서 두 번째 사랑'에서는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제 스타일리스트 언니가 딱 그래요. 실제 한송이(캐릭터)가 있다면 스타일리스트 언니일 거예요. 실제 저는 여성스럽지 않아서 언니의 행동과 말투를 잘 관찰해서 캐릭터에 녹였어요."
-2~3년 동안 연극을 했는데 연극과 드라마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관객을 맞는 방식이 달라요. 연극은 관객과 직접 호흡하고 만나니까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는 묘미가 있어요. 같이 울고, 웃으면 배우도 몰입이 잘 돼요. 연극은 한 호흡에 쭉 가기 때문에 쌓아가는 감정에서 느끼면서 갈 수 있어요. 반면 드라마는 시청자 의견을 댓글로 보게 돼요. 신이 토막, 토막 잘리기 때문에 뒷상황은 상상해보고 들어가요. 집중력이 유해지죠. 드라마는 상상을 더 많이해서 그 빈 곳을 채워야 해요."
-연극을 했던 경험이 어떤 영향을 주었나?
"제가 올바르게 연기했는지 관객이 알아차리기 때문에 실수하면 안 된다는 집중력이 생겨요. 관객들이 원하는 것에 대한 방향성을 찾는 것에도 도움이 되죠. '하녀들'이라는 연극을 할 때 연출자가 표현주의법으로 특이하게 연출을 했어요. 하나의 캐릭터를 다중인격처럼 만들어서 프레임을 지날 때마다 할머니가 됐다가 아가씨가 되는 몇 가지 캐릭터 연기를 했죠. 그게 제 첫 연극이기도 했는데 그때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법을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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