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여자친구 "지금 멤버들 아니면 데뷔할 수 없었을 것"
기사입력 : 2017.03.09 오전 9:07
여자친구 인터뷰 / 사진: 쏘스뮤직 제공

여자친구 인터뷰 / 사진: 쏘스뮤직 제공


여자친구를 설명할 때 '이례적'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흔히 말하는 3대 기획사(SM-JYP-YG) 출신이 아닌, 작은 회사에서 나온 걸그룹으로 내기 힘든 성적을 기록한 것은 물론, 꾸준히 흥행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를 보면서 혹자는 '흙수저 출신의 성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자친구의 입장은 달랐다. "사실 저희가 흙수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족함 없이 레슨도 받았고, 숙소도 좁고 이런 것이 아니다. 나름 누릴 것은 다 누려서 흙수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여자친구는 데뷔 이후 연속 히트를 기록하며, '금수저'라고 생각될 정도의 자리에 올랐다. 데뷔 당시와 지금의 차이가 있냐고 묻자 예린은 "회사 분들도 그렇고 저희를 대하는 태도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너 그리고 나' 활동 끝나고 핸드폰이 생겨서 소통이 편해진 것은 좋다"고 달라진 점을 밝혔다.


주변의 태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겠지만, 여자친구는 분명 '대중성을 갖춘 걸그룹'으로 성장했다. 인기를 실감한 순간이 있냐고 묻자 예린은 "길거리 매장에서 수록곡이 흘러나올 때 기분이 좋다"고 말했고, 은하는 "처음 팬카페에 저희랑 회사 직원, 가족들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몇만 명이 된 것을 보면서 우리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작은 회사에서 시작한 아쉬움도 있다. 회사에 대한 불만보다는, 선배 가수가 없다는 안타까움이다. 소원은 "같은 소속사 선배 가수들이 많이 계신데, 방송국에서 만나거나 이러면 잘 챙겨주시고 이런 것이 부러웠다"며 "혹시 후배 그룹이 생긴다면 더 사랑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가 있었다면 데뷔했을 때의 '내리사랑'이라고 해야 되나, 아무것도 없을 때보다 선배 가수님이 계시면 그 팬 분들도 저희를 챙겨주고, 댓글도 많이 써주셨을 것 같다"고 설명을 더했다.


지금의 회사에서는 선배가 없지만, 앞서 소원은 DSP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었다. 여자친구가 1위를 했을 당시, 레인보우가 소원을 챙기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은 적도 있다. 소원은 "DSP 있을 때, 레인보우 선배님들이 정말 잘 챙겨주셨다. 이렇게 하면 좋다는 것들도 배울 수 있고, 그런 것들이 조금 아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배 가수는 없지만, 막내 포지션에 익숙했던 소원이 변화할 계기는 있었다. 팀 내 맏언니가 되어 리더 역할을 맡게 된 것. 소원은 "막내로 있을 땐, 언니들이 하는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언니가 되니까 내가 했던 일들에 대한 것을 깨달았다"며 "같이 연습을 했던 언니들한테 전화해서 왜 가만히 있었냐고 묻기도 했다. 리더를 하면서 배움의 시간이 많았다. 성격에도 영향을 미쳐서 좋게 변한 것 같다. 감성적 막내의 느낌이었는데, 좀 더 이성적이게 된 것 같고 가족들도 '철들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멤버들과 생활 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는 점이 정말 고마운 것 같다"며 감사를 전했다.


지금은 '대세 걸그룹'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여자친구지만, 시작부터 '꽃길'만 존재하지는 않았다. 데뷔를 앞두고 함께 연습을 하던 멤버가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기도 했고, 기존에 계획된 데뷔일에 비해 데뷔가 미뤄지기도 했다. 분명 많은 좌절을 겪었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힘든 시간을 견뎠고, 데뷔라는 달콤한 성과를 얻게 됐다.


예린은 "버틸 수 있었고,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멤버들 덕분"이라며 "데뷔가 밀렸을 때도 큰 좌절을 겪었는데, 멤버들과 함께라서 더 '으쌰으쌰'하고 화이팅하자는 마음이 컸다. 멤버들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데뷔할 수 없었을 것 같다"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여자친구'라는 그룹명이 지금은 친숙하게 느껴지지만, 처음에는 '이름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러한 생각은 여자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소원은 "처음에 듣고 당황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되게 좋고, 기억에도 잘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름이 주는 뜻대로 잘 가고 있는 것 같냐고 묻자 예린은 "되게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처음 이름을 알게 된 계기도 독특했다. 소원은 "대표님 방이 회의실이었는데, 거기 들어가면 빼곡히 이름만 적어놓은 것들이 수십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후보에는 수호천사-가디언엔젤을 비롯해 더 심한(?) 이름들이 많이 있었다고. "그 중에 여자친구도 있었다"면서 설명을 이어간 소원은 "처음에 알게 된 일이 SNS를 했었는데, 저희 팀장님을 팔로워해놓고 있었다. 팀장님의 팔로워를 보는데, 팔로워 중 '여자친구 오피셜' 계정이 있었다. 그 때 보고 멤버들에게 '우리 이름이 여자친구'인가봐 했었다"고 과거를 회상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렇게 여자친구라는 이름으로 데뷔한 여섯 명의 소녀들은 이제 3년차 걸그룹이 되었다. 소원을 제외하고 미성년자였던 여자친구 멤버들(예린, 은하, 유주, 신비, 엄지)은 올해를 기점으로 20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올해 성인이 된 신비는 "오빠가 위에 한 명 있어서 언니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언니들이 많이 생겨서 좋았다"며 "또, 같은 팀에 동갑이 있다는 것이 알게 모르게 힘이 되는데, 형제들이 많이 생긴 기분이라서 되게 좋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성인이 되면서 달라진 점이 있냐고 묻자 엄지는 "인터넷으로 뭘 살 때, 정말 사소한 일인데 미성년자일 때는 소액결제를 부모님을 통해서 했는데, 혼자 하니까 뭔가 편하고 살짝 씁쓸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성인이 된 1월 1일에 회사 식구들과 다 함께 회식을 했다는 에피소드도 밝혔다.


멤버들이 졸업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본 멤버도 있다. 소원은 "저 빼고 멤버들이 다 같은 학교인데, 모든 멤버들의 졸업식을 다 가서 지켜보고, 공연하러 간적도 많았다. 교감 선생님께서 '명예졸업장'을 줘야겠다고 할 정도였다. 조금 씁쓸한 것은 제 모교에도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계속해서 스케줄이 안 맞았었다. 나중에 멤버들에고 갚음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다 데리고 가서 공연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터뷰②] 여자친구 "다시 데뷔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기사와 이어집니다.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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